[부산 고학력자들의 우울한 현실] 학생 땐 '신용불량' 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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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금대출 6개월 연체 3천 명

22일 오전 부산대학교 학생들이 '조건 없는 반값 등록금'을 지지하는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는 학교 본관 앞을 지나고 있다. 부산지역 대학생 중 학자금 대출로 인한 신용불량자가 3천 명에 육박하고 실업률이 전국 최고인 것으로 나타나 대학생들의 등록금과 취업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비싼 등록금을 내느라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가 신용유의자(신용불량자)로 전락한 부산지역 대학생들이 3천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박대해(한나라당) 의원실에 따르면 학자금 대출제도가 생긴 2005년부터 지난 4월까지 부산의 4년제 대학생 중 학자금 대출로 인한 신용유의자가 2천917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학자금을 대출받고 원금 또는 이자를 6개월 이상 연체한 대학생들이다.

지난해 대학생 10명 중 3명이 학자금을 대출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의 13개 4년제 대학교의 학생 14만 831명 중 4만 5천712명(32.46%)이 학자금 대출을 받아 등록금을 냈다. 지난해 대출 규모만 해도 1천467억 원을 넘어섰다. 1천만 원 이상 고액 대출자도 204명으로 집계됐다.

학자금 대출은 또 다른 '덫'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연체자가 1천201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체기간이 길어지면 취업도 하기 전에 신용유의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신용유의자가 되면 빚을 다 갚기 전까지 금융기관을 이용할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대학별 학자금 대출 연체자를 살펴보면 동의대(171명)가 가장 많고 경성대(160명) 동서대(137명) 동아대(132명) 신라대(117명) 순으로 나타났다.

21C 부산울산경남지역대학생연합 최소영 사무처장은 "많은 학생들이 대출을 받아서 학교를 다니는데 꼬박꼬박 원리금을 갚는 것도 쉽지 않을 뿐더러 취업도 불투명하다 보니 사회에 진출하기도 전에 신용유의자가 되는 경우가 하다하다"고 지적했다.

등록금이 높은 학교일수록 학자금 대출자 비율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등록금이 비싼 상위 6개 대학 중 5개 대학이 학자금 대출 비율이 높은 상위 6개 대학 그룹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등록금이 비싼 동명대(연간 714만 원) 부산가톨릭대(702만 원) 동서대(700만 원) 신라대(677만 원) 경성대(676만 원) 고신대(674만 원) 중 신라대를 제외한 5개 대학이 모두 학자금 대출 비율이 35%를 넘어섰다.

반면 부산에서 등록금이 가장 저렴한 부산교대(연간 302만 원)는 학자금 대출 비율(18.99%)이 가장 낮고 대출 연체자는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등록금 인하와 대학 구조조정 등 대책마련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대해 의원은 "비싼 등록금이 학생들을 졸업도 하기 전에 신용유의자로 만든다"며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부실대학을 가려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는데 예산이 투자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학생 학자금 대출제도는 2005년 2학기부터 도입된 제도다.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과 한국장학재단에서 취급하는 일반상환 학자금 대출, 취업 후 학자금을 갚는 든든 학자금 제도가 있다. 황석하·배동진 기자 hsh03@busan.com



졸업하면 '실업자' 대열

대졸 실업률 3.9% 전국 1위

부산의 대졸 실업률이 전국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본보가 통계청의 '지역별 고용조사'를 토대로 16개 시·도의 교육정도별 실업률을 산출한 결과, 지난해 4분기 기준 부산의 대졸자 실업률은 3.9%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통계청이 실업자 수를 1천 명 단위로 발표해 발생하는 통계 오차를 감안하더라도 서울(3.8%)을 제외한 시·도는 모두 3.5% 이하의 실업률을 기록해 부산이 전국 최고 수준임을 드러냈다.

통계청은 경제활동인구 조사에서 각 시·도의 연령별 실업률은 발표하지만 교육정도별 실업률은 발표하지 않고 있다. 지역별 고용조사에서도 교육정도별 실업자 수만 발표했을 뿐 실업률은 포함하지 않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 "고용 관련 지표가 워낙 많아 그동안 지역별 교육정도별 실업률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향후 공식자료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의 경우 그동안 고용률이 전국 최하위임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은 비교적 낮은 수준을 유지해 왔다. 최근 들어 실업률이 전국 평균을 상회하고 있지만 지난해까지도 전국 평균 보다 낮은 실업률을 기록하는 경우가 많았을 정도다. 가사나 육아 등의 이유로 구직활동에 나서지 않거나 구직을 단념하는 사람이 많아 경제활동참가율이 전국 최저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부산지역의 실업률을 교육정도별로 구분해 보면 고졸 실업률은 다른 지역에 비해 낮은데 비해 대졸 실업률은 높게 나타났다. 이는 고학력 구직자들이 선호하는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등 고용안정성과 임금수준이 높은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부산지역 일자리의 98%를 차지하는 소규모 기업의 경우 임금 수준이 다른 지역에 비해 낮은 상황. 부산발전연구원에 따르면 부산지역 10~29인 규모 사업체의 근로시간당 평균임금은 7대 도시 평균보다 낮았다. 이 때문에 대기업 유치 등으로 지역 고용사정이 획기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이상 부산의 높은 대졸 실업률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김종우 기자 kjongw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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