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공장 30년 전 근로자 체내 석면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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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연제구 연산동 J화학에서 근무했던 근로자 44명의 가래를 채취해 조사한 결과 1명의 것에서 청석면이 검출됐다. 사진은 가래에서 나온 철 함유 물질들. 이를 다시 화학적 조성 분석이 가능한 주사전자현미경으로 정밀 분석한 결과, 한 곳(오른쪽에서 두번째)에서 청석면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대석면중피종환경보건센터 제공

30여 년 전에 석면공장에 다녔던 근로자의 가래에서 청석면이 검출돼 충격을 주고 있다. 또 석면공장에서 일했던 근로자의 40% 정도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한 체계적 조사와 보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결과는 부산대 석면중피종환경보건센터가 18일 오후 부산대 양산캠퍼스에서 연 '과거 석면 고노출자의 건강 문제' 라는 이름의 심포지엄에서 공개됐다.


J화학 출신 54명 검사 결과
1명 가래침서 청석면 나와

폐기능 이상 등 대부분 질환
체계적 조사·보상제도 필요



이번에 정밀조사를 받은 54명은 1970~1980년대 부산 연제구 연산동에 있던 석면공장 J화학에 다녔던 근로자들. 조사는 환경보건센터 강동묵 연구팀장이 진행했다.

석면은 옛날에 건축자재, 절연재 따위로 많이 쓰였다. 하지만 폐암이나 악성종양 등을 유발할 수 있는 물질로 밝혀져 세계보건기구로부터 1급 발암물질로 지정됐다.

조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것은 한 근로자의 가래에서 석면 성분이 나왔다는 사실이다. 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유도객담 검사(가래를 뱉게 해서 하는 검사) 결과, 7명에게서 철 함유 물질이 나왔다.

주사전자현미경으로 다시 정밀검사를 하자 7명 중 1명의 가래에서는 청석면이 검출됐다. 환경보건센터 황용식 사무국장은 "30년도 지나 청석면이 나왔다는 것은 석면의 위험성이 얼마나 큰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고 밝혔다.

또 혈액 검사 결과, 19명에게서 백석면과 청석면에 의한 중피종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이상 소견이 발견됐다. 이들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조사와 건강변화에 대한 추적관찰이 필요한 실정이다.

34명(63%)은 최근 1년 간 흉통이 있었고, 42명(78%)은 마른기침·가래·호흡곤란·천식 따위의 자각 증세가 있었다고 응답했다. 또 21명(39%)은 우울증을 호소했다.

폐기능 검사를 실시한 결과 19명에게서 이상이 있었다. 엑스레이 검사에서는 9명에게서 석면폐증이, 15명에게서 흉막반이 있거나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왔다.

이번 조사는 J화학 근로자 1천500여 명 중 극히 일부에 대해 실시한 것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아직 우울증이나 이유가 불분명한 통증에 대한 보상이 안 되고 있다는 점에서 법적 정비도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부산지역본부가 실시한 석면 근로자 53명에 대한 체력측정 결과도 공개됐다. 대부분 호흡기 질환이 있었고, 그로 인해 신체활동이 부족해지면서 체지방률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호흡 기능과 관계된 심폐지구력, 순발력, 민첩성이 상당히 취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를 한 공단 지역건강팀 김윤희 대리는 "체지방의 과도한 증가는 뇌심혈관계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마선 기자 m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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