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음성 알약 나이트클럽서 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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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몽롱하게 만드는 마약류 의약품이 암암리에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의약품은 특히 인터넷 상에서 은밀히 유통되는 차원을 넘어 나이트클럽 등지에서 공공연히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달 초 친구들과 함께 부산의 한 유흥가 나이트클럽을 찾은 정모(35)씨는 종업원으로부터 낯선 제안을 받았다. 이 종업원은 "술에 타 먹이면 부킹한 여성이 쉽게 넘어온다"면서 속칭 '작업용 알약'을 권했다. 가격은 5만원대였다. 종업원은 더 구하고 싶으면 사용하라며 약 판매자의 연락처를 건네주었다. 얼떨결에 5만원을 주고 약을 샀다는 정씨는 "겁이 나 실제로 사용하지는 않았다"면서 "그런 약을 이렇게 쉽게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곤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종업원, 손님들에게 5만~10만원 구입 부추겨
복용하면 판단력 흐려져 성폭행 위험에 노출


취재진은 정씨로부터 알약을 입수, 부산경찰청 마약수사대를 통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검사를 의뢰한 결과, 향정신성 물질로 분류된 미다졸람 성분이 포함돼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 약물은 치료제로도 사용되지만 의사의 처방 없이는 사용이 불가능한 것이다. 부산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 관계자는 "이 약을 술과 함께 먹으면 몸이 가라앉고 판단력도 흐려진다"면서 "잘못 사용하면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취재진은 다시 약 판매자에게 연락을 취했다. 나이트클럽 종업원의 말대로 문자메시지로 연락을 주고받은 뒤에야 통화가 가능했다. 5만원과 10만원짜리 약품을 판매하고 있었으며, 계좌이체를 할 경우 이틀 만에 물건이 배달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특정 약품에 의해 '준강간'을 당한 피해여성들이 간간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부산에 사는 A씨는 직장동료의 친구와 술을 마시다 갑자기 정신을 잃었다. 눈을 떠보니 낯선 남자와 모텔에 함께 있었고,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약품 검사를 놓치는 우를 범해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다. 부산성폭력상담소 이재희 소장은 "약품 사용이 의심되는 성폭력 사건이 종종 접수되지만 입증이 쉽지 않다"면서 "의심 사례가 발생하면 즉시 신고를 한 뒤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산 원스톱지원센터에서는 약품검사가 가능하다.

한편 서울 도심 클럽촌과 경기도 가평 휴양지 등을 오가며 엑스터시로 '환각파티'를 벌인 클럽 DJ 등 53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29일 중국에서 엑스터시를 밀반입해 투약한 혐의(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 등으로 강남구 A클럽 사장 김모(33)씨 등 12명을 구속하고 투약자 이모(28)씨 등 4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이태원이나 홍대 주변 클럽촌에서 수시로 엑스터시를 투약했고, 주말에는 가평 리조트 등지로 무대를 옮겨 엑스터시를 먹고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밤새 춤을 추는 원정 환각파티를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엑스터시 투약자들은 대부분 강남의 부유층 자제나 해외 유학생, 유흥업소 종사자들이었으며 이들은 클럽과 관련한 인터넷 동호인 카페에서 활동하다 엑스터시 등을 판매해 온 클럽 사장 김씨와 접촉해 마약에 손을 댄 것으로 알려졌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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