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바뀌는 수능 의미와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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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별력 약화·입시 부담 가중 부작용 우려

대입 수학능력시험이 도입된 지 20년 만에 대대적인 개편을 추진한다. 중장기 대입선진화 연구회가 19일 발표한 2014학년도 수능 시험 개편안의 핵심은 대입에서 수능이 차지하는 비중을 줄이고 실수를 만회할 기회를 줘서 수험생들의 학습부담을 덜고, 사교육도 줄이자는데 있다. 하지만 수능을 보름 간격으로 두 번 치르는 데다 국, 영, 수의 A·B 형 분리 응시로 수험생들의 입시 부담이 오히려 커질 우려와 함께 시험 간 난이도 조절 문제가 핵심 변수로 떠오르게 됐다.


'두차례 시험' 교육계 혼란
난이도 구분 실효성 의문
사교육 시장 확대 가능성도



△두번 시험에 좋은 성적 선택=개편안 중 가장 큰 변화는 수능을 11월에 15일 간격으로 2회 시행해 과목별로 좋은 성적을 제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시험 한 번에 인생이 결판난다'는 수험생들의 극심한 압박감을 해소하자는 취지다.

수험생은 희망에 따라 1회 또는 2회 응시한 뒤 점수가 좋은 과목의 성적을 골라서 대학에 제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국어는 1차 성적을, 영어는 2차 성적을 선택해 낼 수 있는 것이다. 단,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B형은 한 시험에 최대 두 과목까지만 응시할 수 있고, 두 시험에서 국, 영, 수의 A·B형을 바꿔 볼 수는 없다. 1차에서 국어A를 선택했다면 2차에서도 국어A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단, 탐구영역의 선택 과목은 시험 별로 바꿀 수 있다. 예를 들어 1차에서 물리 시험을 본 응시자라도 2차 시험에서는 생물 시험으로 교체할 수 있다.


△국영수는 수준별로 A·B형 분리=기초교과 국·영·수 3과목의 수준별 A·B형 분리는 '학습 능력이 천차만별인 모든 수험생들이 똑같은 수준의 시험을 치를 필요가 있느냐'하는 문제의식에서 시험의 틀을 바꾼 것이다.

우선 언어, 수리, 외국어 영역으로 돼 있던 과목이름을 국어, 수학, 영어로 환원했다. 개선 방안은 현재 수리 영역이 자연계열 수험생들이 주로 응시하는 '가' 형과 인문계열에서 주로 보는 '나' 형으로 나눠진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국어, 영어에도 두 가지 수준의 A형과 B형 시험을 제공한다.

B형은 현행 수능 수준을 유지한다. 반면 A형은 출제 범위를 줄이고 쉽게 출제해 수험 부담을 최소화하도록 조정된다. 교과부측은 "B형은 어려운 심화형이 아니라 현행 수준이며, 그동안에는 없던 쉬운 시험(A형) 하나가 별도로 생기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탐구영역은 한 과목만 응시=탐구영역에서는 딱 한 과목만 선택해 응시하면 된다. 대신 교과군을 도입해 유사과목을 통합한다. 한국지리와 세계지리를 지리 한 과목으로 묶는 방식으로 사탐 영역은 현재의 11과목이 6과목으로 줄어든다. 과탐은 8과목을 4과목으로 줄인다. 직업탐구 영역은 5개 과목으로 줄어든다.

수험생은 이 중에서 한 과목만 골라 보면 된다. 다만 출제 범위가 넓어지기 때문에 현재의 20문항 30분 시험에서 40문항 60분 시험으로 늘리고, 배점(원점수 기준)도 국·영·수와 같은 100점이 된다.

제2외국어·한문 영역은 존속 여부가 미지수다. 이들 과목을 수능에서 분리하는 안과 현행 유지 안을 놓고 논의를 진행중이다.

△두 차례 수능 문제없나='한 해 두 번 수능'의 성공 여부는 난이도 조절이 좌우한다. '한 해 두 번 수능'은 이미 1994학년도에 첫 시도됐다가 난이도 조절에 크게 실패한 후 바로 폐지됐다. 당시 수능은 8월과 11월, 3개월 간격을 두고 치러졌다.

2013년(2014학년도) 11월에 보름 간격으로 수능을 두 번 치르게 될 경우 연구진은 두 시험 점수가 동등화될 수 있도록 백분위 점수를 이용한 변환 표준점수체제를 활용할 방침이다.(본보 3월2일자 3면 보도)

백분위 변환표준점수제는 영역별·과목별 난이도에 관계없이 등수에 따라 점수를 부여하는 형태다.

하지만 대동고 김재원 진학부장은 "두 차례 수능을 치르는 집단이 똑같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첫 번째 시험을 잘 치른 학생들이 두 번째 시험에 대거 응시하지 않는다면 두 모집단에서는 같은 1등급이라도 상당한 수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유웨이중앙교육 이만기 평가이사도 "수능체계 개편에 따라 백분위를 활용한 변환 표준점수 체제를 쓰면 기존 표준점수제보다 변별력이 크게 떨어져 수능의 영향력이 약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표준점수는 개인의 원점수가 평균점수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 이에 비해 백분위 변환표준점수제는 시험 응시자의 점수에 100개 등위를 매겨 점수를 부여하는 지표다.

두 차례 수능으로 인한 혼란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경혜여고 천복현 진학부장은 "수험생들은 두 번의 기회를 얻게 돼 부담을 덜 수 있지만 국가적 차원의 시험을 한 달 새 두 번, 사고 없이 치러야 하는 일선학교와 교육 당국의 부담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험생 부담 줄어드나=수능 과목이 최소 4개로 대폭 축소되는 것도 이번 개편안의 큰 특징이다.

부산종로학원 김윤수 평가실장은 "과목수가 줄어들었지만 사회탐구 영역에서 지리를 선택한다면 한국지리, 세계지리 등 여러 과목이 하나로 통합되고 과학탐구 영역에서 화학을 선택할 경우에도 화학 Ⅰ,Ⅱ가 포함돼 범위가 한층 늘어나 전체적인 공부 부담은 크게 줄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이 경우 수험생들이 범위가 넓어 부담이 큰 국사를 선택할 가능성이 낮아 국사 교육 정상화가 위태롭게 되는 등 사회·과학 교육 퇴조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국·영·수의 난이도 구분(A·B형)도 학업 부담을 줄여줄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상위권 대학들은 대부분 난이도가 높은 B형을 요구할 것이고 결국 B형 시험을 위해 더 심도있는 준비를 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교육 확대·수능 영향력 약화 우려=부산지역 한 학원 강사는 "바뀐 수능체제에서는 선택 과목이 축소돼 보다 깊이있고 집중적인 준비 전략이 필요한 만큼 사교육이 더욱 확대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학원가에서는 학원 경기가 나빠질 때 마다 수능 체제 개편안이 발표돼 학원 경기를 다시 살리는 역할을 해 준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고 말했다.

경혜여고 천복현 교사는 "두 차례 수능에서 더 나은 점수를 선택할 수 있게 한다면 그만큼 수능의 변별력은 약화될 것이고 수시모집, 입학사정관제 전형 확대 추세와 맞물려 결과적으로는 대학별 고사의 힘이 한층 강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사회적 가치관이나 학교 분위기를 고려하지 않은 채 입시제도만 앞서가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강승아·박태우 기자 edu@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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