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산, 옆도 보고 바깥도 보자
/박재욱 신라대 인문사회과학대학장 행정학과 교수
올해 1월 말. 중국 칭다오 K대학의 한 회의실. 필자는 칭다오시 도시발전전략 전문가인 W교수의 프레젠테이션을 듣고 있었다. W교수는 칭다오시 미래발전전략의 목표를 '국가해양경제전략중심'(해양수도)으로 설정하고 도시의 국제화를 위해 철도-항만-항공 연계 물류 활성화와 인근 지방정부 및 해외 간 경제협력 확대, 그리고 해양관광·해양경제 및 금융기능 강화 등이 칭다오시 발전계획(2011~2020)의 요지임을 설명했다. 특히 육·해·공 연계물류 활성화를 위해 기존 칭다오 공항 이외에 신공항 건설도 사실상 확정되었다는 이야기도 곁들였다. 듣고 있자니 칭다오시 미래발전전략과 우리 부산의 전략이 매우 유사하다는 점에 새삼 놀랐다.
그래서 웃으면서 질문했다. "W교수님, 이건 부산의 미래전략과 너무 비슷하군요. 혹시 부산시의 미래전략을 카피하신 것 아니신지요?" 농담 삼아 한 마디 던졌다. W교수 역시 씩 웃으면서 반문했다. "원래 해양거점도시라면 이 정도 전략은 기본이겠지요?" 오히려 필자의 질문이 무색하게 되었다.며칠 전 같은 K대학에 소속한 분들이 필자가 몸담고 있는 대학에 교류차 방문했다. 그래서 질문했다. "최근 '제2의 홍콩'을 꿈꾸는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가 출범되어 기존 자유무역도시인 홍콩 등이 위기감을 많이 느낀다고 들었는데, 칭다오 현지 사정은 어떠한지요?" C교수란 분이 답했다. "칭다오시나 다롄시와 같은 연해개방도시들도 이미 중앙정부에 상하이 수준의 금융자유화, 외자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각종 규제완화 조치 등을 건의해 놓고 있는 상황이죠. 상하이만 독주할 수 없잖아요." 이 역시 당연하다는 투였다.
상하이 자유무역구로 인해 당장 부산이 걱정이다. 이제까지 칭다오, 다롄, 톈진 등 북중국에서 온 화물을 상하이 양산항에서 환적이 불가능하므로 많은 외국 선사들이 부산항을 이용해왔으나 앞으로 상하이가 통관절차의 간소화 등을 내걸고 이를 유치할 경우 부산항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기세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지역발전정책은 더욱 축소되고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있으며, 이전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되어 온 광역경제권 정책도 사실상 폐지된 것과 다름없다. 폐지 이후 제시되고 있는 지역생활권 중심의 발전정책도 효과적인 대안으로 보기엔 실천 동력을 상실하고 있다. 지방분권의 핵심인 재정자주권 강화는 최근 무상보육, 기초연금 제도의 시행에 따른 지방재정 부담 증대로 앞길이 보이지 않는다. 이제 중앙정부도 재원부족으로 허덕이고 있다. 이제 중앙으로부터 내려 올 돈도 없다. 없다면 홍콩이나 상하이처럼, 아니면 최소 제주특별자치도 수준의 규제완화 수단이나 정책적 자율성만이라도 허용해달라는 말을 던지고 싶다.
그런데도 잇따라 내년 부산의 시장 후보로 나선 분들의 비전과 전망을 눈여겨보아도 이웃 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한 시너지 효과 기대, 그리고 거세게 몰아쳐 오는 동북아시아 도시 간 경쟁의 틈새에서 우리 부산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아이디어는 궁색해 보인다. 부산 '안'에서만 도시 성장을 위한 동력을 찾기에는 그 한계가 너무나 분명하다. 당장 답이 나오지 않더라도 부산의 이웃 지자체와 중국, 일본 등지의 도시와 협력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찾아 나서야 한다. 예컨대, 상하이와 경쟁관계에 놓인 중국의 연해도시나 동남권과의 연계를 기대하고 있는 일본의 규슈권과의 연계협력 방안도 적극 모색될 필요가 있다. 메마른 우물 안 개구리는 목말라 죽는다. 그러나 우물 밖으로 나간 개구리는 목을 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