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싱가포르의 시민정신
/김재원 신라대 교수·국제관광학과
오늘날 대학의 최대 화두는 취업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취업의 기회를 만드는 데는 학생과 교수가 따로 없다.
최근 싱가포르 현지기업에 인턴으로 취업이 확정된 학생들을 데리고 싱가포르에 갔다. 이들은 싱가포르에서 영어공부와 직무수업을 병행하며 해외취업역량을 강화하게 된다. 무덥고 습한 날씨지만 학생들의 눈빛은 기대감으로 살아있었다. 학생들은 세계 곳곳에서 모여든 젊은이들과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지내게 된다.
일정 중 현지 기업체 책임자들과 함께 저녁식사약속이 잡혀 있었다. 에이전트 직원과 함께 택시를 타고 시내로 들어갔는데, 동행하였던 현지 직원이 깜빡하여 그만 스마트폰을 택시에 두고 내렸다. 그것도 모른 채 우리는 식당에서 막 식사를 하려던 차에 조금 전 우리를 식당으로 태워주었던 택시기사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스마트 폰이 쥐어져 있었으며 자연스럽게 에이전트 직원에게 전달되었다. 싱가포르는 도시국가이기에 도로사정이 여의치 않아 이면도로는 일방통행 길이 많았다. 택시기사가 식당까지 돌아오는 데는 꽤 많은 시간과 결심이 필요했으리라 생각되어 그 수고가 무척 고마워 보였다.
그러나 택시기사는 대수롭지 않은 선행(?)인양 담담히 스마트폰을 건네주었다. 더욱이 택시기사의 행동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분실한 물건을 건네받은 현지인의 태도였다. 그것은 아주 당연한 것을 되돌려 받은 것처럼 '생큐'라는 한마디로 감사를 마무리하는 것이었다.
분실했던 물건, 그것도 고가의 스마트폰을 돌려주기 위해 편도 길을 돌아서 온 택시기사에게 감동의 인사말과 감사의 오버액션(?)을 할만도 한데…. 주는 이나 받는 이 모두가 당연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우리나라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스마트 폰의 불법 거래뉴스는 이곳에선 뉴스의 깜이 되지 못하였다.
싱가포르 시민들은 정직한 시민정신과 공무원들의 정직한 봉사정신 및 서비스 마인드를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택시기사가 손님으로부터 세 번의 클레임을 받으면 영원히 택시를 몰 수 없다는 말도 들었다. 공무원들의 확실한 법 집행을 통해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사회적 약속을 지켜나가고 있었다.
필자는 20년 전에 싱가포르를 처음 방문했었다. 그때 싱가포르는 분명 우리나라와는 다른 '친절과 질서'라는 아이콘을 갖고 있었다. 동남아란 이유로 가졌던 나의 편견이 미안했었다. 도시 곳곳에 푸른 숲들과 공원들이 낯선 이방인을 편안하게 맞아주었다.
그러나 이번 싱가포르를 다시 방문했을 때 받은 느낌은 그 때와는 사뭇 달랐다. 유난히 무더운 날씨와 높은 습도와 함께 길거리 곳곳에 담배꽁초가 널 부러져 있어서, 이곳이 과연 문화도시 싱가포르가 맞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단으로 건너는 보행자들을 보며 우리나라에서 봐 왔던 눈에 익은 광경이 그곳에서도 똑같이 재연되었다.
현재 530만의 인구 중 영주권자를 포함한 외국인의 비율이 약 38%로 구성되어있으며, 세계각처에서 몰려든 관광객들로 인해 질서의식이 조금 무뎌지고 있지만 스마트폰을 돌려준 택시기사의 경우처럼 정직한 시민정신은 여전히 살아있음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최고의 안전을 보장하는 싱가포르 공무원들의 노력도 여전한 것 같았다.
이번 방문을 통해 '그린 & 크린시티'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싱가포르를 싱가포르답게 만드는 원동력은 바로 정직한 시민정신임 재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