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낙동강 시대' 좌담회] "공단 세우기보다 사람 살기 좋은 곳 만드는 게 핵심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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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낙동강 시대의 의미를 되새기고 부산의 발전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전문가 좌담회가 지난 21일 오후 본사 6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강선배 기자 ksun@

본보는 지난 5월부터 연중 기획으로 '부산 미래, 신 낙동강 시대'시리즈를 연재했다. 총 13편의 보도를 통해 낙동강 권역의 변화에서 부산의 성장 동력을 살펴봤다. 시리즈를 마무리하면서 각 분야 전문가가 참여한 좌담회를 열어 지면으로 소개한다. '신 낙동강 시대'의 의미와 부산의 발전 방향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이 쏟아졌다. 좌담회는 지난 21일 오후 1시 30분 본사 6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환경단체 '습지와새들의친구' 김경철 보전국장, 경성대 도시공학과 김민수 교수, 신라대 부산학센터 김영일 센터장, 서부산시민협의회 김영주 대표가 참석했다.


-낙동강을 중심으로 대형 사업들이 속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역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점점 구체화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신 낙동강 시대'의 의미를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까요?

△김영주 대표=그동안 지역 균형발전의 논리에서 낙동강 개발을 이야기 해 왔다. '신 낙동강 시대'에는 원론적인 당위성을 이야기하는 수준을 넘어 구체적인 정책 의견이 제시되어야 한다. '마린 시티'에 비견할 만한 '리버 시티'를 만들기 위해서는 '동서 격차 해소'라는 좁은 시각에서 벗어나, 서부산권에 새로운 도심을 만드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김민수 교수='신 낙동강 시대'에는 강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꿔야 한다. 개발 시대의 강은 이쪽과 저쪽을 구분한 경계선의 개념이었다. 하지만 강은 뭍의 이쪽과 저쪽이 닿아 있다. 구획의 관점이 아니라 통합의 관점으로 낙동강을 이해해야 한다. 낙동강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강서와 북항, 그리고 원도심을 함께 보려는 상생의 대안이 필요한 것이다.

△김경철 국장=동서 불균형은 결국 소득의 격차 때문에 발생한다. 서부산에 미음 산단 등 지금처럼 공단을 조성해서 동서의 소득 격차를 줄인다는 계획은 설득력이 약하다. 오히려 공단이 생기면 사람이 살기 어려워진다. 부산시가 미래 전략을 가지고 있다면 낙동강 권역에 공단이 아니라 국립공원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을 것이다. 공단을 세울 게 아니라 사람들이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 신 낙동강 시대에 핵심 가치가 되어야 한다.

△김영일 센터장=시민들 접근이 쉬운 서울의 한강과 달리 부산의 낙동강은 시민들에게 '잊혀진 강'이었다. 부산의 경제 성장을 이끈다는 명목으로 둔치에 산업도로를 만들고, 인근에 공단을 세워 시민들의 접근을 막았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낙동강은 부산의 발전 논리에 희생당한 강이다. 이 강에 생명을 불어 넣으려면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져야 한다.


-에코델타시티를 비롯해 낙동강 권역에서 진행되는 현재의 개발 방식은 어떻다고 보십니까?

△김민수 교수=낙동강을 보는 두 가지 근시안적인 관점이 있다. '서부산에 공장을 짓고 물류를 해결하는 땅이 생긴다'는 것과 '4대강 사업으로 수변 공원이 생겨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낙동강 고유의 가치를 볼 줄 아는 시각이 없으면 '신 낙동강 시대'는 요원할 것이다. 최근 신선이 내려왔다는 전설이 있는 사상구의 강선대를 찾은 적이 있었다. 부산시와 자치단체는 4대강 사업으로 삼락 둔치 정비에 온 관심을 쏟고 있지만, 정작 이지역의 문화를 담고 있는 그곳은 방치하고 있었다.

△김경철 국장=지역마다 특성을 무시하고 모두 똑같이 만들어 개발하는 행태가 문제다. 삼락 둔치와 을숙도의 생태가 다르지만, 개발을 거치면 같은 모습이 된다. 큰 그림이 없이 임기응변식으로 개발 계획을 세우다 보니 지역 특성을 고려하지 못하는 것이다. 국비가 지원될 때마다 우선 사업을 벌이고, 예산이 모자라면 지원 금액에 맞춰서 마무리하는 방식의 졸속 개발이 되풀이 되고 있다. 낙동강 권역의 개발 행태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김영주 대표=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에코델타시티를 포함해 낙동강 권역에 '에코' 개념을 도입하자는 말을 많이 한다. 명칭만 그럴싸한 것이 아니라 누가 봐도 생태 도시라는 느낌이 들어야 한다. 현재처럼 낙동강 본류와 지류를 나눠 부산시와 구청 등이 따로 관리하는 시스템으로는 거대한 그림을 그리는 데 한계가 있다.


-'신 낙동강 시대'를 열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김영일 센터장=낙동강을 바라보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돈을 버는 수단으로 낙동강을 봐서는 곤란하다. 사람들이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공장과 아파트를 지어 개발 이익금을 발생시키겠다는 관점으로는 낙동강에 사람을 불러들일 수 없다. 예를 들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이라는 큰 그림을 그린 상태에서 환경과 문화가 들어가고, 필요하다면 공장이 들어서는 방식으로 개발이 진행되어야 한다.

△김영주 대표=낙동강 권역의 기관과 사람들이 모여 시민들의 삶과 문화를 풍요롭게 만드는 종합 계획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자원공사와 낙동강관리본부를 비롯해 강과 인접한 북구, 사상구, 강서구, 사하구의 네 개 자치단체가 각각 부분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것들을 통합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김민수 교수=기억에 충실하고, 상상력도 풍부한 도시 만들기에 부산의 미래가 담겨 있다. 기억을 잃어버리면 상상이 아니라 망상이 된다. 현재 부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도시 재생 프로젝트는 억지로 과거의 기억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어 우려스럽다. 자연스레 시민들의 삶 속에서 가치를 찾아내는 동시에 삶을 풍요롭게 하는 상상력이 신 낙동강 시대를 여는 열쇠다.

정리=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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