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대 발명·창업동아리 'E.P.C.P' '세상에 없던 세상' 창조하는 쾌감 알랑가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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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대 발명·창업동아리 'E.P.C.P' 소속 학생들과 교수가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신라대학교 공학관 자동차기계공학과 실습실. 기계를 만지는 학생들로 북적였다. 실습실에는 다양한 기계들이 배치돼 있었다. 그 옆으로 '발명 최우수상'이라는 팻말이 보였다. 어라, 단순한 기계가 아닌 학생들이 손수 만든 '발명품'이었다. 그러고보니 각종 기계 장비 앞에서 의견을 나누는 학생들 폼새가 예사롭지 않다. 신라대 발명·창업동아리 'E.P.C.P'(Energetic Postural Cartist Persons·이하 발명 동아리) 소속 학생들이었다. 오는 28~30일 마카오 워프 컨벤션 센터에서 열리는 '2013 마카오 국제혁신 발명품 전시회(MACAU Communic & International Innovation & Invention Expo)' 참가를 앞두고 최종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었다.

■ 2011년 5명이 뭉쳤다!

부산·울산·경남 대학가에서 보기 드문 이같은 발명 동아리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3년 전 학과 동아리로 출발
국내외 대회서 잇단 수상
단과대 동아리로 성장하며
5명이던 팀원 24명까지…

재능기부에도 열심
중·고생 위한 대회 열고
발명교실 개최도 계획

마카오 대회 출전 앞두고
최종 마무리 작업 '구슬땀'

어렸을 적부터 물건 만들기에 관심이 많았던 자동차기계공학과 4학년 조윤혁(24) 씨는 고3 때 야외용 냉각기를 발명해 부산시장상과 부산교육감상을 받는 등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대학에 진학해서도 발명의 꿈을 놓지 않았던 윤혁 씨는 여러 명이 협업할 수 있는 발명 동아리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때마침 마음 맞는 친구들을 찾았다. 어렸을 적 꿈인 과학자가 되기 위해 사회복지사에서 방향을 선회한 같은 과 4학년 박경모(26) 씨, 경모 씨와 마찬가지로 고교 때 인문계를 택했지만 과감하게 공대의 꿈을 선택한 같은 과 4학년 정상욱(24) 씨, 기계 만지는 것을 특히나 좋아하는 같은 과 4학년 정제운(24) 씨, 발명 및 연구에 대한 관심으로 취업에도 성공한 같은 과 출신 서보렴(26) 씨 등 5명이 뭉쳤다. 지난 2011년께 일이다. 제운 씨는 특히 "이론 수업만 듣다보니 좀 힘든 면이 있었는데, 기계를 마음껏 만질 수 있다는 생각에 동아리 만들기에 적극 동참했다"고 웃음지었다.

이들은 '열정적인 자세를 가진 신라대학교 발명 예술가들의 모임'라는 뜻의 E.P.C.P라는 근사한 이름도 지었다. 발명뿐만 아니라 창업에도 관심을 쏟았다. 좋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개발된 발명품이라도 상품으로 만들어지지 않으면 금세 사장된다는 생각에서다. 이들의 노력에 과 교수들도 힘을 보탰다. 신라대 자동차기계공학과 김순호 교수와 김기완 교수는 동아리 학생들이 발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도를 아끼지 않았다.

차츰 동아리를 찾는 학생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자동차기계공학과 3학년 김상길(24) 씨는 고교 동창인 제운 씨 덕분에 신라대 컴퓨터공학과에서 자동차기계공학과로 전과했다. 어렸을 때부터 기계를 분해하고 조립하기를 좋아해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했지만 막상 입학하고보니 프로그램 위주의 수업이어서 흥미를 잃었다. 상길 씨는 "제운 씨 권유로 전과하면서 학업에 대한 흥미가 되살아났고 동아리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학과 내 동아리로 움직였던 발명 동아리는 만든 지 2년 만에 단과대 동아리로 성장했다. 올해부터는 공대 내 다른 과에서도 많은 학생들이 지원했다. 특히 여학생들의 진출이 눈에 띄었다. 평소 발명에 관심이 많았던 신소재공학과 3학년 정희수(22) 씨는 동아리 공고를 보고 적극 지원했다. 특허에 관심이 많았던 전자공학과 1학년 김다솜(19) 씨 역시 입학 후 발명 동아리를 보자마자 지원했다. 전자공학 분야뿐만 아니라 기계 분야까지 섭렵하게 됐다는 다솜 씨는 "발명대회뿐만 아니라 창업캠프에도 참여하게 되면서 학업의 폭이 넓어지고 발명에 대한 관심도 더욱 커지게 됐다"고 수줍게 말했다.

■발명품도 가지고 있는 어엿한 발명가들

발명 동아리답게 동아리 차원에서 1~2주에 한 번씩 '브레인 스토밍 회의'를 열어 아이디어도 공유한다. 아이디어는 대부분 생활 속에서 나온다. 신문과 방송, 잡지 등을 샅샅이 훑는 이유란다.

실제로 이들이 발명한 물건 대부분은 실생활에서 요긴하게 쓰일 수 있는 것들이었다.

상길 씨가 마카오 발명 대회에 출품할 '저전력 식품건조기'는 전력난에 대비할 수 있도록 전력 소모량 감축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 겨울방학은 물론 이번 학기 대부분을 바쳤다. 윤혁 씨는 2년여 전 전국적으로 정전이 일어났을 때 건널목 신호등까지 꺼지는 바람에 큰 사고를 당할 뻔한 것을 계기로 '실시간 전력 측정 교육용 기기'를 발명했다. 이 기기 역시 마카오 발명 대회에 선보일 예정이다. 경모 씨는 집에서 쓰는 컴퓨터가 지나치게 뜨거워진 것에 착안해 'CPU 냉각 시스템'을 발명했다. 데스크톱 컴퓨터 안의 팬을 떼내고 외부 공기를 유입해 열을 식히는 방식인데, 지난해 열린 대학민국 청소년 발명(과학)아이디어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상욱 씨는 열을 회수해 전기 에너지를 만드는 '야외발전 시스템'을 만들었다. 캠핑 때 요긴하게 쓰일 것 같은 이 발명품은 중국 국제발명대회와 국내 청소년 발명대회에서 모두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 7일 개최된 제2회 창의인성 함양 아이디어 및 설계 경진대회 모습. 신라대 제공 신라대 자동차기계공학과 김기완 교수는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실현시키는 과정에서 실패를 최대한 줄여주는 것이 교수의 역할"이라며 "학생들이 참신한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정리하는 과정을 보면 절로 뿌듯함을 느낀다"고 웃음지었다.

■재능 기부도 하고 대회 참여도 하고

24명이 활동 중인 발명 동아리는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부산시교육청과 신라대 지원을 얻어 부산지역 중·고교생을 위한 '창의인성 함양 아이디어 및 설계 경진대회'를 열고 있다. 지난 7일 2회째 개최된 대회에는 120명의 청소년이 참가해 뜨거운 열기를 쏟아냈다. 윤혁 씨는 "중·고교생 때부터 지식산업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뜻에서 동아리 전원이 대회 진행에 나서고 있는데, 보다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중·고교생을 위한 발명교실 개최도 계획 중이다.

대회 개최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직접 발명대회에도 참여한다. 해마다 '대한민국 청소년 발명(과학) 아이디어 경진대회'에 참여해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것은 물론 지난해 '제7회 중국국제발명대회'에서는 청소년 부문 전원 금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마카오 발명대회에는 전국 대표 12명 중 동아리 팀원 3명(김상길·이은정·조윤혁)이 뽑히기도 했다.

신라대 자동차기계공학과 김순호 교수는 "실험실습 위주의 수업과 어우러져서 상당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중·고생 발명경진대회를 활성화하는 등 보다 많은 학생들이 발명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여진 기자 edu@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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