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대학 운영 '해외 취업 프로그램'] 외국·산학협력으로 눈 돌려 '바늘구멍 취업문' 뚫는다
정글과도 같은 냉혹한 현실 속에서 대학생들의 취업문 통과는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만큼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하지만 이런 현실 속에서 지역 대학들은 학생들의 취업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때로는 해외로 눈을 돌리는가 하면, 산업체와 협력을 맺어 자연스럽게 취업과 연결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지역 대학들의 취업 해법을 살펴본다.
오는 19일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는 신라대 구은혜(24·귀금속보석디자인학과 4년) 씨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전날, 어릴 적 받았던 크리스마스 선물같은 그런 달콤한 선물(?)을 받았다. 그것은 다름 아닌 취업 합격 통보. 구 씨는 지난해 10월, 학교의 해외취업 프로젝트로 중국 칭다오에 진출해 있는 한국의 한 보석 공예 업체에서 3개월 연수를 받았다. 구 씨는 연수가 끝나고 가진 작품 전시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연수를 받았던 그 회사에 곧바로 취직할 수 있었다. 구 씨는 졸업식을 마치고 오는 20일 중국 칭다오로 가 그곳에서 일하게 된다. 구 씨는 "친구들이 졸업에 맞춰 이렇게 취업하는 나를 보고 몹시 부러워한다"고 했다. 구 씨는 이렇게 졸업과 더불어 취업할 수 있었던 데는 자신의 노력도 있었지만, 학교의 해외 취업 프로그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신라대
중국·일본 이어 인도네시아 공략
■부산외국어대 일본어학부에 IT 트랙 설치 日 진출
■경성대 23개국 400여 곳에 인턴연수생 파견
■동서대 17개국과 연결, 취업률 70~80%
지역의 몇몇 대학들이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해외취업' 프로그램을 운용, 힘든 취업 관문을 헤쳐나가고 있다.
대표적인 게 바로 구 씨의 취업에 지렛대 역할이 됐던 신라대의 패션주얼리 디자이너 연수 프로그램. 신라대는 2007년부터 매년 한국산업인력공단 및 부산시의 지원을 받아 국내 3개월, 중국 현지 3개월의 연수과정을 거쳐 현지 주얼리 업체에 학생들이 취업할 수 있도록 연결시키고 있다. 연수는 중국어, 주얼리 실무, 기업인 초청 특강 등으로 이루어지며, 연수기간 준비한 작품으로 전시회를 개최하는 한편, 기업인들을 초청해 전시회에서 곧바로 취업이 이루어지도록 면접 기회도 제공한다.
이 덕분에 지난해 10월 중국 현지 연수에 나선 14명 모두가 최근 취업을 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구 씨도 그 멤버 중 한 사람이다. 구 씨는 "주변 친구를 만나 보면 비교가 되는데, 모교인 신라대에서 해외 취업에 대해 많이 신경을 써 주니 졸업을 앞둔 학생입장에선 너무나 좋다"고 말했다.
2007년 1학기 이 프로그램 참가 후 중국 취업을 희망한 연수생 18명 전원이 현지 업체에 취업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모두 7회에 걸쳐 연수를 실시한 결과 모두 112명이 취업했다. 취업자 중 상당수는 국내는 물론이고 중국, 미국 등지에서 패션주얼리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취업 문은 중국만 활짝 열려 있는 것은 아니다. 인도네시아는 최근 들어 신라대가 해외 취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곳이다. 신라대생들의 인도네시아 취업이 본격화된 것은 2011년도 하반기부터였다. 그동안 해외 취업의 주요 공략지였던 중국과 일본 등이 최근 들어 구직여건이 예전처럼 좋지 않아 일자리 찾기가 좀 더 수월한 인도네시아로 방향을 튼 것이다. 신라대는 해외 취업 개척단의 노력 덕분에 2011년에만 인도네시아 18개 기업에 24명의 신라대 출신들이 인턴으로 파견돼, 이 중 16명이 정식으로 취업하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신라대는 해외취업을 대학 경쟁력 강화의 핵심 전략사업으로 설정해 2004년부터 적극적인 해외 취업 시장 공략에 나섰다. 그 결과, 2005년부터 2012년 말까지 중국, 일본, 미국, 영국, 호주 등 17개 국가에 1천27명의 인턴을 파견했다.
신라대 학생들의 해외취업 지원을 맡고 있는 이권호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초기엔 중국, 일본 중심이었던 취업이 점점 다변화돼 최근에는 15개국까지 확대됐다"면서 "향후엔 중남미, 동유럽 등으로 해외 취업의 문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외 취업에 있어서 또 하나 빼 놓을 수 없는 대학이 있다. 바로 부산외국어대. 지난해 6월,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2011년 해외 취업자 부문에서 부산외대는 90명의 해외취업자를 인정받아 전국 4년제 대학 가운데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신라대는 71명을 인정받아 2위에 올랐다.
부산외대는 부산시와 연계한 '해외인턴 취업 지원 사업'을 통해 2004년부터 꾸준히 해외취업자를 배출해 오고 있는 대학. 특히 2007년부터는 대학 내 일본어학부에 IT 전공 트랙을 설치, 일본 IT기업 진출을 위한 기초를 다지고 있다. 학교 측은 "현지 업체와의 협약에 의해 4학년 우수생을 대상으로 집중교육(IT프로그램+고급일본어)을 실시하고 수료자를 현지에 지속적으로 파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이한 것은 일본 내 IT기업들이 부산외대를 방문, 직접 면접을 통해 학생들을 채용(2011년 4명, 2012년 6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성대는 2005년부터 2012년까지 베트남, 인도네시아, 동유럽, 필리핀, 태국, 프랑스, 독일, 싱가포르, 멕시코, 인도 등 23개국 400여 개의 해외직접투자 한국기업 및 현지기업과 산학협정을 체결, 인턴연수생을 파견했다. 그 결과 경성대는 해외 인턴 전체 취업률에서 부산 소재 대학 중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둬, 사업평가 결과, 4년 연속 A등급을 받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태국, 필리핀, 인도, 프랑스, 독일 등 모두 12개국 36개 업체에 48명의 인턴을 파견, 현재까지 75%의 취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실제로, 경성대 국제무역통상학과 몇몇 학생은 인도네시아 소재 기업에서 인턴십 수료 후 POSCO E&C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 취업에 성공하기도 했다. 경성대에서는 해외인턴 파견 전에 국내에서 직무 교육을 실시할 뿐만 아니라 인턴학생들의 현지 정착을 돕기 위해 중국 칭다오대학교, 베트남 호찌민 국립대학 등과 협약을 체결해 현지 언어나 현지 문화 교육을 강화, 취업률을 높이고 있다.
동서대는 2004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 일본,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UAE 등 세계 17개국에 790명을 파견했다. 사업 초반에는 중국에 집중적으로 인원을 파견했으나, 2007년 이후엔 국가를 다변화하고 특성화된 해외취업을 추구하고 있다. 동서대 글로벌인력개발센터 한 관계자는 "현재 대표적인 해외취업 국가는 UAE 두바이 건설분야, 미국 패션디자인 분야, 싱가포르 호텔 분야"라며 "매년 동서대 학생의 해외 취업률은 파견인원 대비 70~80% 정도"라고 말했다.
한편, 이런 대학들의 해외 취업 프로그램 뒤에는 부산시의 '해외인턴 취업 지원 사업'이 든든한 밑바탕이 되고 있다. 2004년 10억 원의 예산을 편성해 전국 최초로 지역 대학과 연계해 이 사업을 펼치고 있는 데, 현재 부산지역 20여 대학이 참여하고 있다. 다소 아쉬운 점은 해마다 예산이 조금씩 증액돼 왔으나 2010년부터 3년간 이 사업의 예산이 24억 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