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유해성 때문에 2001년부터 중단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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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단체 '연막소독' 언제까지 …

인체와 동·식물에 해로워 관청에서 사실상 중단된 연막소독이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김마선 기자

최근 부산 부산진구 범전동 골목. 트럭 한 대가 '웅'하는 굉음과 함께 하얀 연기를 뿜으면서 구석구석 누비고 다녔다. 모기를 죽이기 위해 연막소독을 하는 중이다.

주민들은 문을 활짝 열어 연기가 집으로 들어오도록 했다. 하지만 일부 행인은 입과 코를 손으로 막으며 불쾌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비슷한 시기 부산진구 양정동에서도 연막소독이 진행됐다. 오토바이에 연막소독기를 매달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흰 연기를 내뿜었다.


인체 해롭고 오염 유발

다량 살포 편리성 장점

350여 개 자율방역단

市 지원 받아 봉사활동



인체와 동·식물에 해로워 당국에서 중단한 연막소독이 민간 단체를 중심으로 계속 이뤄지고 있다.

부산시는 이 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보건소를 거쳐 민간 단체에 소독용 예산을 매년 지원하고 있다.

3일 부산시에 따르면 현재 부산 지역에는 16개 구·군 별로 350여 개 단체에서 4천400명 정도의 주민자율방역단이 활동 중이다.

방역은 주말에 많이 실시된다. 올 여름 들어 날이 궂고 태풍이 오면서 한동안 중단됐던 방역이 이제부터 다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들이 하는 방역 중 65% 정도가 연막소독이고, 분무소독은 35% 수준이라는 것이다.

부산시는 2001년부터 연막소독을 중단했다. 보건복지부도 2004년 분무소독을 원칙으로 정했다.

인체와 동·식물에 해롭고 대기오염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이는 경유를 불완전 연소시키는 연막소독의 원리와 관계가 깊은 것이다.

휴대용 연막기(4.5L)의 경우, 하루 4시간 작업을 할 때 경유 36L와 약품 75~120㎖를 쓴다. 경유 36L가 대기 중에 뿌려져 도심 어딘가에 있거나, 사람 호흡기로 들어가는 셈이다.

부산시가 만들어 배포하는 방역소독 방법 소책자에도 식물에 오래 뿌리면 말라 죽는다고 경고하고 있다.

연막소독은 방역 효과도 떨어진다. 뿜은 연기가 남아 있는 시간이 아주 짧기 때문에 해충 박멸이 잘 안 되는 데다, 습지나 하수도 같은 곳에는 침투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계속 연막소독이 이뤄지는 것은 많은 양을 한꺼번에, 편리하게 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에게 방역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효과도 크다. 민간 단체들은 시내에 플래카드도 내걸고 자신들이 방역을 한다는 것을 알린다.

한 주민자율방역단 관계자는 "부산시 예산을 받아 우리가 90% 정도 소독 봉사를 하고 있다"며 "고지대나 숲이 우거진 곳, 한여름은 연막소독을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연막소독의 해로움을 알면서도 부산시는 매년 소독용 예산을 민간단체에 지원한다. 올해는 3억 원이다.

방역 패러다임도 바뀌었다. 과거에는 모기 성체를 죽였지만 이젠 모기 유충을 잡는 식으로 달라진 것이다. 성체를 대상으로 한 연막소독은 이런 변화를 거스르는 것이다.

이에 대해 부산시 김기천 보건위생과장은 "부산시가 계도하면서 한때 80%대였던 연막소독 비율이 줄고 있다"며 "봉사 차원에서 하는 것이라 딱 끊을 수도 없어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마선 기자 m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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