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패션(국제어린이양육기구) 결연은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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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콘서트를 가진 '컴패션 밴드' 멤버들.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주영훈, 심태윤, 차인표, 장민호, 신애라, 예지원, 황보, 제아, 나오미, 민한그루. 정종회 기자 jjh@

차인표, 신애라, 주영훈,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제아, 가수 심태윤, 황보, 민한그루, 나오미, '얼짱 트로트 가수'로 유명한 장민호, 배우 예지원. 10명의 연예인이 한자리에 모였다. 광고나 화보 촬영도 아니고 영화 '도둑들'처럼 떼거리로 영화, 드라마에 캐스팅된 것도 아니다. 바쁜 연예인들이 1박 2일간 무보수로 부산에서 작업하고 있단다. 누가 왜 불렀을까? 이들을 직접 만나 궁금증을 풀어보기로 했다.

차인표·황보 등 10명 연예인
'컴패션 밴드'로 부산서 공연
"감동의 순간 지인들과 나눠요"

■재미있고 평생 가슴 설레는 일입니다!


"저희만 온 건 아니고 함께 오신 분들이 수십 명이나 더 있습니다. 저희만 조명받는 건 함께하는 분들께 죄송해서요." 인터뷰를 하자는 요청에 함께하는 이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건넨다. 같이 고생하는데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자기들만 조명받는 게 싫단다. '이미지로 먹고사는' 연예가에서 보기 드문 반응이란 생각이 들었다.

관련 단체의 실무자가 나서 한 명, 한 명을 설득해 겨우 자리를 만들었다. 대체로 '예민하고 까칠한' 편인 연예인을 10명이나 모아 인터뷰한다는 것이 적잖이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정작 이들이 모인 곳에 들어가니 유쾌하다. 정중하게 악수를 청하는 차인표부터 사랑스러운 미소로 인사를 보내는 신애라, 팔짱을 끼고 다정하게 앉아있는 가수 제아와 나오미, 장난꾸러기 같은 가수 심태윤과 황보, 수다쟁이처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주영훈, 매력적인 자세로 앉아 있는 예지원과 잘 생긴 장민호, 그 자리의 막내로 수줍은 듯 얼굴을 붉히는 민한그루까지 묘하게 잘 어울리는 이들이다.

이 바쁜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한 건 국제어린이양육기구 '컴패션'이다. 몇 달 전 SBS '힐링 캠프-차인표' 편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 이 단체는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열악한 환경의 어린이들과 1대 1로 결연을 하여 그 아이가 성장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후원한다. 오늘 만난 10명의 연예인은 컴패션 밴드의 일원으로 25일 부산 공연을 위해 컴패션 식구들과 함께 내려온 것이다.

"이미지를 좋게 하기 위해서도, 나를 돋보이게 하려고 이 활동을 하는 건 아닙니다. 다른 목적을 갖고 컴패션 활동에 뛰어들면 본인이 견디지를 못해요. 2006년 컴패션 밴드가 생긴 후 매월 정기 공연과 특별 활동 등 모두 500여 차례 공연했습니다. 서울 공연뿐만 아니라 지방 공연도 많습니다. 지방 공연은 그 전날 혹은 동이 트기 전 새벽에 서울에서 출발합니다. 그것도 무보수로 뛰죠. 사명감을 갖지 않고선 이 활동을 계속할 수가 없습니다."

2006년 컴패션 밴드를 만든 주인공이자 컴패션 밴드의 맏형인 차인표의 설명이다. "연예인의 이미지를 좋게 하려고 이런 활동을 하는 건 아닌가"라고 질문했던 기자를 미안하게 만들며 그는 진지하고 열정적인 답을 이어갔다.

썰렁해진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컴패션 밴드의 리더로 활동 중인 가수 심태윤에게 장난스러운 질문을 해 봤다.

"클럽에서 노는 걸 좋아할 것 같은데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느냐"고 하니 "이게 제일 재미있는 일이라서요"라고 당당하게 대답한다. 노는 걸 정말 좋아해서 아주 잘 놀았단다. 2007년 우연히 차인표 선배의 권유로 컴패션 밴드에 들어왔고 해 보니 제일 재미있더란다. 그리고 5년째 컴패션 밴드의 공연에 단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었다. 컴패션 밴드는 공허했던 마음을 채워주었고 무대가 끝나면 자신이 더 얻어가는 것 같다고 한다.


■좋은 건 자꾸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죠!

25일 부산 공연에서 MC로 활약했고 평소 컴패션 밴드의 '마당발'로 뛰는 이가 작곡가 주영훈이다. 요즘엔 MBC '2시의 데이트' DJ로도 맹활약을 펼치는 그는 매일 진행해야 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미리 녹음해두고 부산에 달려왔다. 평소 연예계 인맥이 두터운 그는 차인표와 더불어 컴패션 밴드의 열혈 캐스팅맨이다. 차인표와 함께 현재 컴패션 밴드 리더인 심태윤을 데려왔고, 가수 황보, 나오미, 제아, 민한그루, 배우 엄지원도 그가 추천해서 컴패션과 인연을 맺었다.

"그런 거 있잖아요. 너무 재미있는 영화를 보고 나오면 친구들에게 막 보라고 이야기하잖아요. 똑같은 이치예요. 컴패션 활동을 해보니 정말 감동의 순간이 아주 많은 겁니다. 이 좋은 걸 지인과 후배들에게 권하고 싶은 거죠."

이 말에 브라운아이드걸스(브아걸) 제아가 동의를 한다. 자신을 시작으로 '브아걸' 모든 멤버가 컴패션 아동 후원을 하고 있단다. 현재 컴패션 밴드에 래퍼가 필요한데 미료를 섭외하는 중이라는 말도 꺼낸다. 가수 황보는 원래 하고 싶었는데 정작 '같이 하자'는 말을 듣고 망설였단다. "이분들에게 민폐가 될 것 같아서요. 제가 노는 이미지로 알려졌잖아요. 저의 컴패션 활동을 두고 진정성을 의심하는 사람이 있는 거 알아요. 그런데 평생을 하면 알아주지 않을까 해요. 평생 하려고요."

연예인 봉사자들은 이미지 관리에 대한 의심 말고도 '돈을 좀 벌었으니 봉사 활동을 할 수 있다'는 비아냥거림을 당하기도 한다. 인터뷰 자리엔 가수 경력에 비해 이름이 덜 알려진 나오미와 장민호도 함께했다. 생활이 넉넉지 않지만 이들 역시 컴패션 연습과 공연은 모두 자비를 들여 참석하고 있다. 이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이유는 한가지이다. '생명을 살리는 떨림'을 경험할 수 있는 컴패션 무대는 가수로서 가장 자랑스러운 공연이기 때문이다.

예지원은 부산 무대에서 '화끈한' 탱고 공연을 펼쳤다. 리더인 심태윤은 "예지원 씨는 못 말려요. 매번 자신이 먼저 전화해 '이번엔 샹송 부를게' '이번엔 태권도 격파 시범' '이번 공연에선 탱고를 추겠다'고 말해요. 저 열정에 감탄합니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컴패션의 맏언니이자 오랜 후원자인 신애라가 동생들의 이야기에 미소를 지으며 마무리한다. "연예인을 떠나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인 것 같아요. 컴패션 결연은 죽음의 위기에 처한 어린이에게 삶을 주는 거잖아요." 전 세계 46명의 자녀를 돌보고 있는 신애라를 비롯해 함께했던 연예인들은 세계 각지에 91명의 자녀를 두고 그들의 삶을 보살피고 있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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