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2012 부산비엔날레] ② 9인의 큐레이터가 만든 또 다른 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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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 부산진역과 미월드로 가다

광안리 미월드에서 작품을 전시할 프랑스 작가 파브리스 섹사스(30)가 작품을 만들고 있다. 부산비엔날레조직위 제공

"젊은 패기와 열정으로 좋은 전시 만들어 보겠습니다."

2012부산비엔날레 특별전에 참여하는 큐레이터 9명의 당찬 다짐이다. '배움의 정원'을 주제로 하는 본전시와 연계한 특별전은 'Outside of Garden'을 주제로 비엔날레 기간 부산문화회관, 부산진역사, 광안리 미월드에서 65명의 작품 200여 점이 전시된다.

올해는 큐레이터들에게 배움의 장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전시기획의 전 과정을 미확정 상태로 공개 모집했고, 다양한 학문(미술, 인문학, 사회과학, 문화재복원학, 문화매개학)을 전공한 패기 넘치는 20~30대 젊은이가 큐레이터로 나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7년 넘게 폐공간으로 남아있던 국철 부산진역사에선 3명의 큐레이터가 기획한 전시가 열린다.


특별전 'Outside of Garden'
젊은 큐레이터 9명이 기획

설치·영상·사진작업 등으로
부산진역사 재탄생시키고
미월드에선 '통로' 주제 전시


최지영 큐레이터는 '기억을 가진 공간의 재탄생'이란 주제로 '모바일 뮤지엄(움직이는 미술관)'을 기획했다. 9명 작가의 작품 30여 점이 부산진역사를 새롭게 탈바꿈시킨다. 역사 본관 1층엔 설치, 영상, 사진 작업을 통해 부산진역의 탄생과 역사를 조명하는 아카이브전이, 2층엔 '기억'과 '이동성'을 키워드로 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그는 "부산진역사가 가진 역동성에 항만·물류와 같은 기능성을 더해 이를 예술적으로 재조명해 냄으로써 '문화소통 공간'으로서의 미래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 했다.

이훈석 큐레이터는 '인식의 우리'를 주제로 5팀 6명의 러시아 작가 작품 18점을 선보인다. 러시아에서 러시아어문학과 예술비평을 전공한 그는 러시아를 바라보는 고정관념인 범죄, 음주, 기후, 여성을 소주제로 한 허구적인 사실을 권위 있는 출처 및 근거자료를 통해 마치 진실처럼 서술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를 통해 인식의 한계를 보여주고 선입견과 편견을 넘은 주체적인 세계관 정립을 제안한다. 그는 "'인식의 우리'라는 주제에서 '우리'는 1인칭을 뜻하는 '우리(we)'라는 의미와 함께 소통을 가로막는 '새장'이나 '울타리'라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새장' 속에 작품이 설치된다.

김아람 큐레이터는 'The Mystic Fables-장소에 대한 진실 혹은 허구'를 주제로 5명 작가의 작품 20여 점을 선보인다. 이 전시는 존재의 의미가 없어진 공간을 해학적으로 바라본다.

특별전에서 부산진역사와 함께 주목받는 또 하나의 공간 광안리 미월드 3층 피트니스센터. 이곳에서는 프랑스에서 문화매개학을 공부하는 함선재 큐레이터가 한국과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작가 16명과 함께 '통로(passage)'를 주제로 꾸민다. 함 큐레이터는 "비엔날레 전시 주제가 '배움의 정원'이라서 작가에게 배움을 연결해주는 상징적 의미가 통로가 되는 셈이다. 전시장이 실제로 긴 통로처럼 생겼다"고 했다.

부산문화회관 대·중 전시실에서는 김용민, 김정은, 백아영, 송지민, 허나영 등 5명의 큐레이터가 기획한 전시가 열릴 예정이다. 이 가운데 김정은 큐레이터가 기획한 '버킷리스트'는 2천여 명의 증언을 영상으로 기록해 이들이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을 모아 작품을 만든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후회하는 일은 결국 '하지 못한 일'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젊은 큐레이터들이라 작가 섭외나 협찬에서 시행착오도 많았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그래서 지난 5월부터 매주 주말 모임을 하면서 이를 극복해 나가고 있다고. 9인의 큐레이터가 펼쳐놓을 특별전은 그래서 또 다른 비엔날레다.

정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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