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의 가뭄, 최악의 홍수… 온난화로 붕괴되는 열대의 나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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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열대는 죽음의 땅이 되었나 / 크리스천 퍼렌티

기후변화로 가뭄이 심각한 아프리카 케냐 수도 나이로비 북동부 지역 아티보홀의 처참한 풍경. 부산일보DB

2008년 인도는 체나브 강에 발전량 450메가와트 규모의 바글리하르 댐을 건설하고 파키스탄으로 가는 유량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체나브 강은 카슈미르에서 발원해 파키스탄으로 흘러간다. 2005년 파키스탄은 세계은행에 호소해 바글리하르 댐의 건설을 중지시키려 했다. 하지만 인도는 댐의 높이를 낮추고 강의 흐름을 제한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뒤에 공사를 계속했다.

2008년 여름 체나브 강변의 농부들은 강과 지하수 수위가 낮아졌다고 알렸다. 1960년 인더스 수자원 조약에 따르면 파키스탄은 5만 5천 큐섹(액체의 유량을 재는 단위, 매초 1세제곱피트에 해당)의 물을 받기로 되어 있다. 파키스탄은 최근 몇 년 동안 인도가 겨울에는 1만 3천 큐섹, 여름에는 최대 2만 9천 큐색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유량을 줄였다고 항의한다.

히말라야 빙하 줄면서
물부족 시달리는 파키스탄
인도와 끊임없는 분쟁

기후변화에 고향떠난 난민
브라질 무법 판자촌 형성

심각한 가뭄에 부족간 약탈
케냐도 온난화 재앙 몸살


파키스탄이 유독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최근 히말라야 빙하가 줄어들면서 강수량도 줄고 있기 때문이다. 카슈미르는 히말라야의 눈 녹은 물을 받아 인도와 파키스탄 등에 공급하는 일종의 급수탑 역할을 하는 요충지이다. 그런데 인도군이 카슈미르 지역 대부분을 점령하고 있다. 파키스탄은 농업용수 대부분을 카슈미르에서 발원하는 강들에 의존한다. 건조하고 메마른 땅에 인구 대다수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파키스탄은 지구에서 물로 말미암은 스트레스가 가장 높은 나라다. 인더스 강과 주요 지류들은 티베트에서 발원해 인도를 거쳐 파키스탄으로 들어온다. 인더스 강은 파키스탄 경제의 젖줄이나 마찬가지다. 인더스 강이 없으면 파키스탄의 지하수와 저수지로는 한 달밖에 못 버틴다. 이런 현실은 파키스탄이 카슈미르 지역에 더욱 집착하게 되고, 인도와의 분쟁을 부추기는 역할을 했다.

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기후 변화 확대로 여러 전선에서 진행 중이던 인도-파키스탄 분쟁은 더욱 악화됐다. 극단적인 날씨, 계절풍 혼란, 홍수, 가뭄, 급속한 만년설의 해빙 등 인도-파키스탄 분쟁에서 기후 변화가 차지하는 역할도 커지고 있다.

미국의 탐사보도 전문기자이자 뉴욕시립대 객원교수인 저자는 '왜 열대는 죽음의 땅이 되었나'에서 기후 변화가 지구 곳곳에서 갈등과 전쟁, 이민과 배척, 기아와 죽음을 일으키고 있음을 생생한 언어로 증명한다.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대륙 나라들의 재앙은 빈곤과 폭력, 기후 변화가 한곳에서 만나 만든 결과물이라고 본다. 이 나라들은 남회귀선과 북회귀선 사이에 있으며 기후 변화의 재앙에 난타당하는 '혼돈의 열대'에 놓여 있다.

남미 브라질에서는 기후 변화가 '기후 난민'과 같은 사회 불안 요인을 만들어낸다. 리우데자네이루 내륙의 가파른 바위산에는 '파벨라'라 불리는 판자촌이 층층이 쌓여 있다. 가난한 노동자 계급이 사는 주택 지구로 판잣집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파벨라는 정부의 공권력과 행정력이 미지지 못하는 무법지대이며, 무기와 마약이 판치는 세상이다. 돈을 벌기 위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이곳에 정착한 이주민들은 지하 경제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된다. 기아 난민인 이주민들의 대다수는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브라질 북동부 지역의 노르데스치에서 온 사람들이다. 농업이 주요 산업인 노르데스치는 열대 수렴대 기후의 변화로 안정적인 농업이 힘들어지고 있다. 잦은 가뭄과 돌발 홍수와 같은 극단적인 날씨와의 사투 끝에 생업을 버려야 했다.

아프리카 케냐도 마찬가지다. 원래 케냐에는 일 년에 두 번의 규칙적인 우기가 있었다. 케냐의 모든 산업과 사람은 이 두 개의 우기에 맞춰 활동하는데, 강우 패턴이 변했다. 비 오는 시기도 수량도 모두 예측이 빗나가고, 가뭄이 점점 심해졌다. 가뭄이 들면 물과 목초지가 귀해지고, 가축이 병들고, 많은 소가 죽는다. 가축을 보충하기 위해 서로의 부족을 습격한다. 케냐의 독립 이후 감소 추세였던 가축 약탈이 최근 가뭄이 심해지면서 늘고 있다.

저자는 비극적인 재앙의 현장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재앙이 '혼돈의 열대' 국가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인 문제이며 기후변화가 가속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폭력의 지형도를 낳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미온적인 미국의 태도에 비판의 시선을 던진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는 국제사회 노력에 중요한 걸림돌이 미국의 비타협적인 태도라고 쏘아붙인다. 미국에서는 어떤 기후변화 관련 법률도 통과하지 못하고, 청정에너지에 세금 공제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장기적인 약속도 없다고 말한다.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미국의 석유 재벌, 외국인 혐오 정서를 쏟아내는 방송도 문제다.

나머지 세계가 붕괴 일로로 치닫는데 이처럼 북반구 강대국들은 외국인 혐오, 인종 차별주의, 경찰 진압, 감시, 군국주의와 같은 손쉬운 수단을 통해 요새화된 사회로 바꾸어간다. 저자는 "기후변화로 붕괴 일로에 있는 나머지 세상이 그들을 가만둘 리 없다"며 "기아, 질병, 범죄, 광신, 폭력 등이 넘치는 나머지 세상이 '무장한 구명정'인 선진국을 전복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공멸을 막기 위해 선진국들의 적극적인 탄소 배출 완화 노력과 지구적 부의 재분배가 절실하다는 말이다. 크리스천 퍼렌티 지음/강혜정 옮김/미지북스/480쪽/1만 9천 원.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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