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문화 새 지킴이] <1>카페 헤세이티 운영 황경민·김동균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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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한 인문학 공간 문턱 낮춰 대중과 활발한 소통에 최우선"

황경민(오른쪽에서 두 번째) 씨와 김동균(맨 오른쪽) 씨는 인문학 카페 헤세이티를 대중과 편하게 소통하는 공간으로 만들며 문턱을 낮췄다. 김병집 기자 bjk@

외지에서 부산을 찾아온 문화 예술인을 조명하는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부산과 연고가 없던 이들이 왜 부산에 터를 잡게 됐고 부산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를 소개합니다. 부산 문화의 새 지킴이로 나선 이들의 시선은 부산 문화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창이 될 것입니다. 시리즈는 매주 월요일 문화면에 게재됩니다. -편집자 주-

부산 금정구 장전동 부산대 앞 인문학 카페 헤세이티에 들어서자 활기가 느껴졌다. 손님들이 이야기꽃을 도란도란 피웠다. 카페 운영자인 황경민(44) 씨는 "지난 4월 다시 문을 연 뒤 4개월이 지난 지금 하루 평균 20~30명이 찾는다"며 "이 가운데 80~90%가 인문학을 잘 모른다"고 말했다.

간판으로 길거리 홍보·SNS 마케팅
지난 4월 재오픈 뒤 하루 30명 방문
"지역 인문학의 밀알이 되고 싶어"

카페 헤세이티가 인문학 공간의 문턱을 낮추며 확실히 달라졌다. 누구나 와서 어울리고 소통하는 공간, 그러니까 인문학이 일상으로 내려오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카페 헤세이티의 운영자 황경민 씨와 김동균(42) 씨의 의도가 적중했다.

이들은 지난 1월 카페 헤세이티 부활을 위해 의기투합했다. 카페 헤세이티는 지난해 말 폐쇄 위기에 처했다. 부산지역 인문공동체 '금시정'이 2010년 7월 카페 문을 열었지만, 운영난에 봉착했다. 황 씨와 김 씨는 지난해 11월 경남 밀양에서 열린 카페 헤세이티 대책 회의에 참석했다. 당시 문을 닫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두 사람은 반대했다. 인문공동체 '금시정'이 고생 끝에 헤세이티를 연 과정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강원도 삼척시가 고향인 김 씨가 먼저 황 씨에게 카페 헤세이티의 문을 다시 열자고 제안했다. 두 사람은 김영민 한신대 교수를 중심으로 하는 동무공동체인 '장미와 주판' 모임에서 만났다. 김 씨는 서울에서 대학을 마친 뒤 직장생활을 8년간 했다. 1999년 고향으로 돌아가 동해 민예총 연극분과 위원을 맡았다. 2002년 한옥 목수학교 과정을 마친 뒤 목수로 활동하고 있다.

"부산의 공부 모임에 몇 차례 내려오면서 '금시정' 회원들을 알게 됐어요. 이들이 부산대 앞에서 헤세이티의 전신인 공부방을 열정적으로 운영하는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어요. 이들의 인문학에 대한 열의가 연고도 없는 부산으로 저를 내려오게 한 셈이죠."

황 씨는 부산 영도에서 태어났다. 1987년 대학에 진학하면서 서울로 갔다. 방송작가, 도농공동체 활동가 등 다양한 이력을 쌓았다. 카페 헤세이티 부활을 위해 25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서울에는 인문학 카페나 공부 모임이 많아요. 인문학 카페 하나가 없어진다고 해도 크게 표가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인문학 인프라가 부족한 부산에서 대안적 인문학 카페인 헤세이티 하나가 없어진다면 공백이 큽니다. 부산 인문학의 토대를 지키기 위해 부산으로 내려왔죠."

황 씨의 남다른 기획력은 빛을 발했다. 카페 앞의 간판을 통한 길거리 홍보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마케팅으로 인문학과 인연이 없었던 사람들까지 카페로 끌어들이고 있다. 딱딱한 강연이나 책 읽기 대신 대중과 직접 소통한다. 카페를 찾는 사람들과 '삶은 어떻게 왔고 어떻게 살 것인지' 등 인문학의 본질에 맞는 대화를 격식 없이 나눈다. 이런 편안함이 고고한 인문학 공간의 높은 문턱을 허물어버렸다. 카페에 대한 자발적인 후원도 시작됐다. 지난달 27일에 열린 카페 헤세이티를 후원하는 기부 강연이 그러했다.

카페 헤세이티의 지향점은 무엇일까. 황 씨는 "공부하고 책 읽고 싶은 사람에게 장소를 제공하고 커리큘럼을 짜도록 도와주는 인문학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김 씨도 "카페를 찾는 이들과 소통하면서 힘을 합쳐 자본재적 시스템을 거스르는 대안을 만들고자 한다"고 거들었다. 이를 위해 하반기에 문학평론가, 미술평론가 등 젊은 인문학도들과 대중이 만나는 시간도 준비 중이다.

이들은 부산 문화를 어떻게 볼까. 황 씨는 "문화기획자, 예술가들이 참여하는 '장전 커넥션'이 주최하는 문화 반상회에 매월 나간다"며 "젊은 예술가들의 연대와 소통이 활발하다"고 평했다. 부산에서 처음 살게 된 김 씨는 "백년어서원 등의 활발한 활동을 보면서 인문학의 역동적 기운이 느껴진다"라고 했다. 전복적 상상력과 과감한 기획력으로 일상의 변화를 이끌고 부산 인문학 발전의 밀알이 되겠다는 이들의 야무진 꿈이 서서히 영글고 있다.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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