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5천만 원 이하 근로자 '재형저축' 18년 만에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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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법 개정안 무슨 내용 담았나

정부는 서민생활 안정과 세수 확대를 모두 달성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사진은 박재완 기재부 장관이 8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정부는 이번 세법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내수 활성화와 재정 건전성 회복에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서민생활 안정과 세수 확대를 모두 이루겠다는 전략. 그러나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등 비과세·감면 조치의 폐지안으로 서민층의 세 부담은 높아질 전망이다.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세수가 예상보다 부진한 상황이어서 내년에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장마저축' 비과세 폐지
교통비 공제 상향 조정

한부모 소득공제 신설
월세 공제 40%서 50%로

■ 직불카드로 바꿔야 소득공제 혜택 유지


정부는 카드공제 개편안의 골격을 신용카드 공제율을 20%에서 15%로 줄이고 현금영수증은 20%에서 30%로 늘리는 것으로 잡았다. 직불카드는 그대로 30%다.

은행 잔고 내에서 결제되는 직불카드의 사용을 활성화해 900조 원이 넘는 가계부채를 줄이겠다는 의도다.

이번 개편으로 소비자의 카드 사용행태가 바뀌지 않는다면 공제규모는 줄어든다. 납세자연맹은 납세자들이 1천627억 원의 세금을 더 부담해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교통비 소득공제는 확대된다. 대중교통비(버스, 지하철, 철도)를 신용카드 등으로 낼 때는 신용카드 공제율을 20%에서 30%로 상향조정한다. 공제한도도 대중교통 이용분에는 100만 원을 추가해준다.

한부모 소득공제도 신설된다. 배우자 없이 20세 이하 자녀를 부양하는 가족 지원을 강화하고자 연 100만 원을 소득에서 빼준다.

배우자가 없고 부양 자녀가 1명인 남성은 추가로 100만 원을, 같은 조건의 여성은 현행 부녀자공제(50만 원)보다 많은 100만 원을, 배우자가 없고 부양 손자녀가 있는 70세 미만 남성은 추가로 100만 원을 각각 공제받는다.

총급여 5천만 원 이하인 무주택 근로자의 월세 소득공제율도 40%에서 50%로 늘린다.

연간 300만 원 한도인 교육비 소득공제 대상도 늘린다. 초중고교 방과후 학교수업 교재구입비, 어린이집·유치원의 급식비와 방과후 수업료, 교재구입비를 추가한다.


■ 장마저축, 재형저축 18년 만에 교체

지난 1994년 도입된 이후 서민들의 재테크 수단으로 사랑받았던 장기주택마련저축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18년 만에 폐지된다.

정부는 지난 2009년 말까지 총 급여 8천800만 원 이하 근로자가 이 저축에 가입하면 올해 말까지 납입액의 40%를 소득공제해 주고 있으며 이자·배당소득에 대해서도 비과세 혜택을 지원한다. 내년부터는 비과세와 소득공제 혜택이 모두 사라지게 된다.

장마저축 가입자는 2009년에 150만 명 안팎에 달한 만큼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장마저축의 소득공제 혜택 규모만 2010년에 2천억 원을 넘을 정도였다.

정부가 대안으로 내놓은 것은 재형저축(근로자재산형성저축)이다. 1976년 도입됐다가 1995년에 재원고갈로 폐지되고서 다시 생기는 것이다. 내년에 재도입하면 18년 만에 부활하는 것이다.

가입 자격은 총급여 5천만 원 이하 근로자나 소득액 3천500만 원 이하 자영 사업자로 제한했다. 장마저축보다 대상이 많이 축소됐다. 만기 10년 이상 최장 15년간 이자소득에는 과세하지 않는다. 소득공제와 비과세 혜택을 받던 장마저축과 달리 세금만 물리지 않는다.

장마저축이 받은 소득공제 혜택은 신설되는 장기펀드가 이어받는다.

장기펀드 가입 자격은 재형저축과 같아서 '재형펀드'로 불린다. 만기 10년 이상최장 10년간 납입액의 40%를 연간 240만 원 한도에서 소득에서 공제해 준다.


■ 세부담, 연금소득 낮추고 퇴직소득 높여

정부는 노령화시대에 발맞춰 연금에 대한 세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기존 세법에선 공적연금과 사적연금 등 총 연금수령액이 연간 600만 원 미만이면 분리과세하고 이를 초과하면 다른 소득과 합산해 종합과세했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연금소득 분리과세 기준을 연간 연금액 600만 원에서 연간 1천200만 원으로 올리되 공적연금을 분리과세 대상에서 제외했다. 연금수령자의 세부담을 줄이고, 납세 편의를 높이려는 조치다.

대신 퇴직소득의 과세부담은 다소 높아진다. 우선 퇴직소득공제에서 정률공제율을 현 40%에서 50%로 올리는 대신 장기근속공제를 폐지했다.

퇴직소득 과표구간을 적용할 때 과표를 5배수로 환산 적용했다. 5배수로 환산적용하면 근무연수 10년을 기준으로 퇴직소득이 4천만 원을 초과하는 이부터 세부담이 점차 늘어난다.

노령인구의 근로의욕을 높이기 위해 홀로 사는 노인 가구와 영세사업자도 근로장려세제(EITC) 대상에 포함된다.

지금은 배우자 또는 부양 자녀가 있어야 근로장려금을 신청할 수 있지만, 개정안은 60세 이상이면 혼자 살아도 신청할 수 있다. 독거 노인 가구의 근로장려금 지급액 산정과 신청자격 기준(소득, 재산 등)은 무자녀 부부 가구와 같다.

영세사업자도 2015년부터 근로장려금을 받을 수 있도록 신청자격 범위가 확대된다.


■ 금융소득, 대기업에 대한 과세 강화

정부는 이번 개정안에서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했다.

기존 세법으로는 대주주가 보유한 주식에, 소액주주이면 비상장 주식에 양도차익에 따른 세금을 매기고 있다.

여기서 대주주는 지분율 3%(코스닥상장이나 벤처기업은 5%) 이상 또는 시가총액100억 원(코스닥 등은 50억 원) 이상 보유한 이를 지칭한다. 이러한 대주주 요건을 지분율 2% 이상 또는 시가총액 70억 원으로 낮췄다.

파생상품에도 세금을 매기기로 했다.

코스피200 선물의 약정금액에 0.001%, 코스피200 옵션의 거래금액엔 0.01%의 세율을 적용한다. 코스피200 선물과 옵션이 장내 파생상품거래량의 96%를 차지한다.

과세에 따른 준비기간을 주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시행 시기를3년 유예해 2016년 1월 1일 이후 양도하는 것부터 과세하기로 했다.

대기업에 대해서는 최저한세율을 조정했다. 최저한세는 조세감면을 받더라도 최소한 내야 하는 세액이다.

법인세 과세표준이 1천억 원을 초과하면 기존 최저한세율이 14%였는데, 이번에 15%로 올렸다. 대기업에서 세금을 더 걷으려는 조치다.

고용창출 투자세액 공제제도에서 기본공제율을 축소한 것도 대기업의 세 부담을 증가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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