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뭉클한 보람, 소중한 인연… 대학생들의 근사한 여름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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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바다 대신 인도네시아 오지로 달려간 동서대 학생들

동서대 국제기술봉사단이 인도네시아 오지마을에 태양광 가로등을 설치하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인도네시아 제2 도시 수라바야에 위치한 페트라 크리스찬대학의 한 강의실. 한국 일본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지역 5개 대학 30여 명의 학생이 한데 모여 영어 강의를 듣고 있었다. 이에 앞선 17일 오후. 수라바야에서 버스로 5시간 떨어진 오지인 끄트리군 마가사리 마을. 아직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집이 있는 이곳에서는 한국을 비롯해 네덜란드, 홍콩, 일본, 인도네시아 등 5개국 7개 대학 150여 명의 국제기술봉사단이 봉사활동을 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두 가지 프로그램에는 부산의 동서대학교 학생들이 한국을 대표해 참여하고 있다. 자아실현과 사회봉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이들을 보면서 대학생들의 여름나기가 이 정도면 근사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마을 밝힌 가로등에 눈시울 붉힌 주민들

■ 국제기술봉사단 해외봉사

△스펙이 아니라 스토리=두 가지 프로그램은 소위 취직을 잘하기 위한 스펙 쌓기와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이들이 각국의 학생들 혹은 현지인들과 생활하며 체험하는 하나하나의 일상들은 소중한 자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제2 도시 수라바야에서 버스로 4시간. 여기서 비포장도로 40분을 달려 도착한 끄트리군 마가사리 마을. 105세대 424명이 모여 사는 이곳에서는 동서대생 30명(남학생 17명, 여학생 13명)이 지난 5일부터 8월 4일까지 한 달간의 일정으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아직도 불이 들어오지 않는 오지마을에서 현지인의 집에 머물며 생활하고 있는 이들은 거리 곳곳과 집안에 태양광 가로등 12개를 설치하는 등 보람 있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아이들의 놀이터인 유치원 시설을 보강하고 변변치 않았던 화장실도 유치원 뒤편에 마련해 주었다. 동서대생 30명이 속해 있는 국제기술봉사단에는 인도네시아 64명, 네덜란드 22명, 홍콩 14명, 일본 11명 등 세계각국에서 모인 150여 명의 젊은 대학생들이 봉사활동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오지마을 가정집에 전기가 들어오자 환호하는 동서대 학생들.
동서대 국제기술봉사단의 해외봉사는 올해로 17년째이다. 1년 단위로 봉사단원을 모집하고 단원들은 철저한 사전교육을 받는다.

지난해 11월 꾸려진 올해 봉사단원들은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영어교육을 집중적으로 받았고 현지에 적합한 사전 샘플교육, 문화교육도 병행해 왔다. 또 봉사단원들이 소명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해외봉사에 앞서 영도구 천성재활원과 주학초등학교 등에서 방과 후 학습 봉사활동을 해 왔으며 연말에는 사랑의 연탄 배달 봉사활동도 펼쳤다.

현지에서 만난 동서대 경영학과 양진영 군은 "태양광 가로등을 설치해 불이 들어오자 마을 주민들의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다"면서 "베풀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많은 것을 얻어가는 과정으로,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을 이장 싸일란 씨는 "한국의 동서대를 비롯해 세계각국의 젊은이들이 산속마을까지 찾아와 가로등과 화장실 등 여러가지 편의시설을 제공해 주니 뭐라 감사의 말을 전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마을 주민들은 젊은이들의 봉사활동을 잊지 않고 가슴속 깊이 간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학생들의 봉사활동 격려차 현지를 직접 방문한 장제국 동서대 총장은 "국내의 많은 대학생들이 여름방학에 스펙 쌓기에 열심이지만 이곳 학생들은 저마다 자신의 가슴속에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면서 "비록 오지에서 몸은 힘들지만 자신만의 스토리가 긴 인생을 살아가는 데 더욱 알찬 영양분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5개국 학생들과 함께 아시아시대를 준비하다

■ 2012 아시아 서머 프로그램

△아시아시대 인재육성의 장=페트라 크리스찬 대학에서 지난 16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3주간의 일정으로 진행되는 '2012 아시아 서머 프로그램'은 올해 닻을 올린 프로그램이다.

지난 1996년부터 자매결연을 하고 있는 동서대와 페트라 크리스찬 대학의 장제국 총장과 롤리 인탄 총장이 의기투합해 아시아지역 대학 학생들이 학점을 교류하는 행사를 만들어 냈다.

올 행사는 페트라 크리스찬 대학이 주관하고 내년에는 동서대가 그 바통을 이어 받는다.

아시아 서머 프로그램에는 이 외에도 일본의 조사이 국제대학, 태국의 방콕대학, 말레이시아 펄리스대학 등 모두 5개 대학에서 143명의 학생이 참여하고 있다.

아시아 5개국 학생들이 한데모여 영어 수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동서대
각 대학에서 교수진을 각각 파견해 영어로 수업을 진행한다. 학생들은 3주 동안 2개 강좌를 선택 수강하며 수강 후에는 교양영역에서 4학점을 취득하게 된다. 

대학 측에서는 참가자들에게 항공료 전액을 지원하며 특별프로그램으로 수업 종료 후 3박4일간 발리 문화체험 기회도 제공한다.

16일 열린 5개 대학 총장 기자회견에서 장 총장은 "2050년이 되면 아시아지역 1인당 국민소득이 전 세계 51%에 달한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면서 "아시아지역 대학생들이 한데 어울리는 교류와 학습의 장을 만들어 머지않은 시기에 도래할 아시아시대를 준비하는 인재육성의 장이 되기 기대한다"고 말했다.

페트라 크리스찬 대학의 롤리 인탄 총장은 "3개 대학 9개 강좌로 첫발을 내디뎠지만 내년부터는 아시아지역 다른 대학들이 더욱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고 수강 프로그램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지에서 강의 중인 동서대 저스틴 펜도스 교수는 "다양한 문화권에서 온 학생들이 한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는 것은 흥미로운 경험"이라면서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열기가 높다"고 말했다.

아시아 서머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동서대 국제통상학과 김준형 군은 "평소 국제통상에 관심이 많았는데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온 학생들과 같이 수업을 받으면서 관련 분야의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있다"면서 "3주간의 짧은 기간이지만 전공분야뿐만 아니라 영어, 아시아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소득을 얻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경영학부 배소현 양은 "아시아 여러 지역에서 온 친구들과 소중한 인연을 맺고 이들과 앞으로도 꾸준히 교류해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수라바야(인도네시아)=노정현 기자 edu@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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