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광장] "더이상 가정폭력에 이주여성 희생 없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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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열린 '고 리선옥·김영분 씨 추모 여성단체 집회' 동행 취재

최근 남편의 폭력으로 잇따라 숨진 두 이주여성을 추모하는 여성단체의 집회가 지난 18일 서울 대한문 앞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18일 낮 12시 서울 중구 정동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추모집회가 열렸다. 이달 잇따라 가정 폭력에 희생된 이주여성, 고 리선옥·김영분 씨를 추모하는 여성단체의 집회였다. 이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상경한 부산의 이주여성 시민단체인 '이주민과함께'와 이주여성들을 동행 취재했다.

집회는 정오와 동시에 열렸다. 참가자들 앞쪽에는 '이주여성들이 죽지 않을 권리'라는 검은색 현수막이 가로로 펼쳐져 있었다. 현수막 뒤에는 두 이주여성을 추모하는 지방이 큼지막하게 씌어 있었다. 마침 비까지 내려 참가자들은 죄다 하얀 비옷을 입었는데 마치 상복을 입은 분위기였다.


빗속 전국서 150명 참가

정부에 재발 방지 촉구



이번 집회는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등이 주최했고 고인과 같은 국가에서 온 중국과 베트남 출신의 김인자(중국), 김나현(베트남) 씨가 사회를 보았다. 두 사회자는 가정 폭력으로 잇따라 희생되고 있는 이주여성의 일상을 고발하고 숨진 두 여성의 영혼을 위로하는 글귀를 읽었다.

이날 전국에서 올라온 이주여성, 대학생, 시민단체 활동가 등 150여 명은 성명서를 통해 "더 이상 가정 폭력으로 희생되는 이주여성이 없도록 정부의 강력한 조치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숨진 리선옥 씨는 지난 2005년 9월 김 모씨를 만나 결혼비자로 한국에 첫 발을 디뎠다. 하지만 남편은 이런저런 이유로 리 씨를 수시로 폭행했고 그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지난 2일 경찰을 찾아가 폭력을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경찰은 형사처벌을 원하는지만 여러 차례 물었고 이에 대해 부담을 느낀 그는 곧바로 귀가했다. 그러나 그것이 그의 마지막 일정이었다. 그는 경찰서에서 돌아온 지 두 시간 뒤 남편의 흉기에 찔려 세상을 떠났다.

강원도 철원에서 살고 있던 중국교포 김영분 씨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술에 취한 남편 이 모 씨에게서 상습적으로 두들겨 맞았고 마침내 숨지기 4일 전 심하게 폭행을 당해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지난 4일 숨졌다.

집회에 참석한 엘레(28·필리핀인) 씨는 "남편을 믿고 한국에 왔는데 오히려 그로부터 얻어 맞아 목숨을 잃는다면 얼마나 억울한 죽음이냐"며 정부의 철저한 수사와 사후 조치 마련을 촉구했다.

베트남에서 결혼이주여성으로 한국에 왔다는 쩐티투이(32) 씨도 "지난 3월 강원도 정선에서 저와 고향이 같은 팜티로안 씨가 가정 폭력으로 숨졌는데 또 다시 가정 폭력에 의한 희생자가 나와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이주여성도 한국 땅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가정 폭력을 예방하는 법 체계의 정비를 재촉했다.

현재 한국에는 140만 명의 결혼이주여성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gockorea@naver.com


응우이엔 티옥 시민기자

베트남 통·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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