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말하는 도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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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의 '뉴욕 타임스퀘어'. 수호롬 부산 제공

사진 속 인물과 건물의 색채적 조화, 건물 기둥과 계단을 중심으로 나뉘는 구도감, 그리고 절제와 세련미…. 너무도 잘 짜인 듯한 사진이다. 어찌 보면 치밀하게 계산된 사진이라는 편이 더 어울리는 표현이겠다.

수호롬 부산 갤러리에서 '도시로부터'라는 이름으로 전시를 여는 사진작가 조명환(46)의 작품이 던지는 분위기다. 그는 20년 동안 건축·도시 사진을 카메라에 담아온 건축 사진 전문가. 이번 전시 작품은 그가 2006년과 2011년 세계 각국을 여행하면서 담은 도시 건축 사진 30여 점이다. 



건축 사진 전문가 조명환 전시회

"오랜 기다림의 시간 요구된 촬영"



사진 속 도시는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비롯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프랑스 파리, 호주 시드니, 이탈리아 산토리노 등이다.

작가는 "치밀하게 계산된 사진이라고 볼 수 있죠. 빛도 언제 떨어질지 계산해 사진을 찍었으니까요. 지금까지 건축이나 도시 사진을 카메라에 담아오면서 몸에 밴 게 의뢰인의 입맛에 맞춘 것이었다면, 이번 사진은 내가 의뢰인이 돼 사진을 찍은 거죠."

그만큼 자신의 입장에서 까다롭게 했다는 말이다. "건물 색깔에 맞춰 사진 속 등장인물에게 비슷한 옷을 입힌 적은 없어요, 다만, '오랜 기다림의 시간'이 요구됐을 뿐이죠."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앞에서 찍은 사진은 잘 아는 사람을 세워두고 연출한 듯하지만 카메라 속 사람은 작가와는 전혀 모르는 인물이다. 건물 색과 비슷한 색의 옷을 입은 사람이 그 위치에 오기를 1시간 넘게 기다렸다가 카메라에 담았다고 했다.

뉴욕 타임스퀘어의 화려한 광고판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 역시 오랜 기다림이 가져다준 결과물. 다양한 광고판이 서로 다른 화려한 색감을 제각각 표출하기를 2시간 넘게 기다려 카메라에 담았다. "광고판과 도시의 색감이 동시에 살아 있으려면 너무 어두워도 안 되고 너무 밝아도 안 되죠. 그 적절한 시간대를 기다려야 하죠." 이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사진이 아닌 회화를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빛이 들기만을 기다려 카메라에 담은 사진도 있다. 강한 빛을 머금고 있는 파리 루브르미술관 기둥이 바로 그것. 그래서일까? 건축이 외롭고 차가운 느낌이라지만 조명환이 보여주는 건축과 도시의 풍경은 따스함이 묻어난다.

요즘 그는 예전보다 몸이 더 바빠졌다. 지난 6월 초엔 중국 상하이 한국문화원에서 '양서류가 바라본 도시'라는 타이틀로 전시를 했다. 그 전시가 호평을 받아 일주일 연장전시를 했다. 17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여수 예울마루 미술관에서 펼쳐지는 '2012여수 국제아트페스티벌'에도 초청받았다. 여수 국제아트페스티벌은 2006년 이래 격년제로 열리는 여수 최대 미술행사. 올해는 2012여수세계박람회를 기념하는 전시회로 마련된다. 그의 사진 작품도 세계적인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 미국의 빌 비올라 등을 비롯해 20개국 300여 작가의 작품과 함께 전시된다. ▶조명환 전 '도시로부터'=28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우동 수호롬 부산. 051-744-8555.

정달식 기자 dosol@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파리 루브르미술관
파리 시내
(이태리)산토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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