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마케팅 늘려도 실적 뚝뚝… 이통사 '어쩌나'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전반적인 실적 악화로 고전하고 있다. 경기침체기에도 실적이 줄지 않아 '경기 방어주'로 불리던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기본료 인하와 LTE 시설투자액 증가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포화상태'에 도달한 국내 이통시장의 현실과 전반적인 경기침체의 영향도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통사 실적 일제히 악화
통신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의 2분기 실적은 1분기보다 더 악화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경기침체 영향 2분기 실적 더 악화
대체서비스 등장, 시장 규모도 줄어
지난 1분기에 이들 세 회사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일제히 20% 이상 떨어졌다. 매출은 LG유플러스가 20.6% 증가했고 SK텔레콤과 KT는 2%, 9.1% 오르는 데 그쳤다.
증권가에서는 이통사들의 2분기 실적이 '어닝쇼크' 수준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SK텔레콤의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35.9% 감소하고, LG유플러스의 2분기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39.4%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KT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16.3% 감소할 것이라고 KTB투자증권이 전망했다.
전반적으로 영업실적이 시장의 기대치를 20% 이상 하회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보다 1천억~2천억 원 가량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같은 실적 악화의 원인은 지난해 단행된 기본료 인하와 올 상반기에 집중된 LTE 전국망 구축 경쟁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카카오톡이 무료 문자에 이어 무료 음성통화 서비스인 '보이스톡'을 선보이는 등 기존 이동통신 서비스를 대체하는 서비스가 다수 등장한 것도 매출 감소 요인으로 꼽힌다.
#마케팅 투자도 소용 없어
이통사들의 실적 악화에서 주목할 사실은 시장확대를 위한 마케팅 비용 지출 증가가 아무 소용이 없었다는 것이다. 전반적인 경기침체의 영향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3사는 올 1분기 기준으로 전체 매출의 22∼25% 가량을 마케팅 비용(광고선전비+수수료)에 썼다. LG유플러스의 경우 2003년 1분기 706억 원 수준이던 마케팅 비용이 10년만에 5배 수준인 3천506억 원으로 늘었다. 2010년 1분기에는 4천93억 원을 찍은 뒤 약간 줄어든 액수다. SK텔레콤과 KT도 10년새 마케팅 비용을 배 가량 늘렸다.
마케팅 비용이 늘었지만 시장 점유율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최근 LTE 경쟁으로 약간의 변화가 생기긴 했지만 SK텔레콤 50∼51%대, KT 30∼31%대, LG유플러스 17∼18%대인 점유율은 굳어져 있다. 신규 서비스인 LTE의 등장에서 시장이 어려움을 겪는 현상은 경기침체가 심각한 유럽에서 먼저 확인됐다. 유럽 주요 이통사들은 지난 1분기에 순이익이 50%까지 줄어드는 타격을 입었다. 반면 미국 이통사들은 1분기에 실적이 개선됐는데 이는 경기 상황의 차이 때문으로 분석된다.
#통신시장 규모도 줄어드나
이통시장의 장기 전망도 부정적이다. 지난 상반기 이동통신 서비스에 새로 가입한 이용자 수가 만 7년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는 등 이동통신 시장의 성장 둔화가 뚜렷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