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학도들의 국경 넘는 제작 품앗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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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대와 미국 닷지칼리지 학생들이 서로 도와가며 단편 영화를 찍고 있다. 강원태 기자 wkang@

"클로즈 도어(Close door!) 세트 업 플리즈!(Set up please)" 연출자가 크게 외친다. 아파트 문과 창문을 모두 닫자, 정적만이 흐른다. 카메라만이 주방에 있는 두 출연자를 향한다. "오케이!(Ok). 액션!(Action)" 연출자가 다시 외친다. 어머니 역을 맡은 연기자가 된장국을 떠서 아들에게 내미는 장면을 연기한다. "컷!(Cut)" 연출자가 소리쳤다. 연출자는 출연자에게 그릇을 조금 높게 들어 달라고 주문한다. 똑같은 장면이 연출된다. 이번에는 좀 더 부드럽게 미소를 지어 달라는 연출자의 요청이다. 다시 또다시. 어느새 연기자의 얼굴에 송골송골 땀이 맺힌다.

지난 10일 오후 1시 30분, 부산 부산진구 가야동 B아파트. 현관문을 열자 뜨거운 열기가 쏟아졌다. 이곳은 동서대학교 임권택영화예술대 영화과 학생 8명과 미국 체프만대학교 닷지칼리지 영화 전공 학생 8명이 함께 단편영화를 촬영하는 현장이다.

연출, 사운드, 조명, 촬영 등 작품 제작을 주도하는 쪽은 닷지칼리지 학생들이다. 동서대 학생들은 보조 역할을 맡았다. 지난 9일부터 시작된 촬영은 12일까지 계속됐다.


동서대-미 닷지대 영화과
단편영화 공동 제작 수업

상대편 나라서 영화 촬영
현지 학생들은 보조 역할
작품 교환해서 편집 계획



이종찬 동서대학교 임권택영화예술대 교수는 "오는 23일 미국으로 건너가 영화를 찍을 때는 동서대 학생들이 주도하고 닷지대 학생들이 보조하게 된다"고 말했다. 서로 품앗이를 하며 영화를 찍는다는 말이다.

에릭 영 닷지칼리지 교수는 "짧은 시간이지만 이런 특별한 경험을 통해 학생들이 협력하는 제작 시스템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대학 학생들이 선택한 주제는 '삶과 죽음'이다. 각 대학 학생들은 한 편씩 영화를 찍게 된다.

닷지칼리지 학생들이 부산에서 찍는 영화는 '프롬알데히드'라는 작품이다. 삶의 의미를 잃은 청년이 장의사에서 일하면서 생명의 존귀함을 깨닫게 되는 내용이다. 이날 아파트에서 찍은 촬영분은 청년이 생활 속의 소소한 행복을 떠올리는 장면이다.

동서대 학생들이 미국에서 찍을 작품은 '이웃'(가제)이란 단편영화다. 소외된 가장이 가족과 화해하고 싶어 하는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이종찬 교수는 "시나리오 아이디어를 고르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부터 각 대학이 아이디어를 3개씩 내고 열띤 토론과 협의 끝에 고른 작품들이란다. 시나리오를 선택하고 나서도 현지 로케이션 장소와 제작과정을 협의하는 데 6개월이 걸렸다. 이 모든 과정이 영화과 학생들에겐 큰 경험이자 자산이 될 것이란다.

편집 과정도 흥미롭다. 두 대학이 만든 작품을 서로 교환해서 편집해볼 예정이다. 상대가 어떻게 영화를 찍었는지 확인하고 그 의도를 어떻게 제대로 편집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다. 후반 작업이 끝나면 내년 3월 각 대학에서 상영회를 연다. 이종찬 교수는 "작품 전 제작과정을 카메라에 담아 영화과 학생들에게 보여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제작과정에 참여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한 배려다.

함께 영화를 찍어 본 경험은 어땠을까? 연출자 진 바커 씨는 "미국은 영화를 찍을 때 여러 가지 규제가 많아 힘든데 한국은 훨씬 수월했다"고 말했다. 바커 씨는 "미국과 달리 배우가 제작팀에 직접 이야기를 걸어오는 등 친절했다"고 말했다. 윤웅(동서대 3학년) 씨는 "미국은 제작 파트별로 확실하게 전문화돼 있고 자신이 맡은 분야는 철저하게 준비하는 모습이 좋았다"고 말했다.

김종균 기자 kjg1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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