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태 칼럼] 부산의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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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부산이 제2 도시라는 말은 식상하다. 유럽 재정위기에 온 세계가 동시에 몸살을 앓는, 국제 교역과 교류가 일상화된 지구촌 시대에 한국 2위라는 단순 순위는 큰 의미가 없다. 권한, 돈, 인재가 몰려 있는 서울이 월등히 앞서 간다고 주눅 들 필요도 없다. 서울과 비교하면서 열패감에 빠지지 말자는 것이다. 부산은 자체 특성을 살려, 사는 이가 행복하고, 찾는 이가 즐거운 글로벌 도시로 우뚝 서면 된다.

'2012 라이온스 부산세계대회'(6월 22~26일·벡스코)는 글로벌 도시 부산의 미래를 환히 밝혔다. 120개국 5만 5천272명, 외국인 1만 3천529명. 이번 대회 참가자 수다. 단일 행사에 글로벌 인사가 한꺼번에 이렇게 많이 모인 것은 부산 역사상 처음이다. 국내 전체로 쳐도 최대 규모다. 한국기록원은 이미 한국 최대 컨벤션 행사로 공식인증을 했다.


라이온스대회-인구추계 명암 극명한 대비

자력갱생 기치로 '행복한 세계도시' 추구를



해운대 마린시티 일원에서 지난달 23일 한나절에 걸쳐 펼쳐진 국제 퍼레이드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120개국 4만여 명이 참가, 나라별로 출발한 행렬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연도에 늘어선 시민들도 아낌없는 환영의 박수를 보냈다. 민속의상을 한 참가자들도 활짝 웃으며 깃발과 손을 흔들었고, 일부는 행진 도중 대열을 잠시 벗어나 춤을 추거나 시민들과 사진을 함께 찍기도 했다. 국제적인 민간 축제의 장이었고, 글로벌 도시 부산의 정수를 본 느낌이었다.

대회 기간 중 해운대와 광안리, 범어사, 자갈치시장, 유엔기념공원 같은 명소가 각광 받았으며, 백화점과 면세점 등은 외국인 쇼핑객이 몰려 특수를 누렸다. 이번 대회를 통해 부산의 도시브랜드 가치가 크게 도약했다. 전시·컨벤션산업 활성화 효과도 컸다. 아시아 4위, 세계 15위의 컨벤션도시인 부산의 위상이 부쩍 높아졌다.

반면 저출산 고령화의 심각성은 부산의 암울한 그림자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0∼2040년 장래인구추계 시·도편'에 따르면 부산 인구는 2040년 302만 명으로 2010년에 비해 13.0%(45만명)가 줄어든다. 전국 시·도 중 최고의 인구감소율이다. 6∼21세 학령인구의 30년간 감소율도 -47.2%로 부산이 가장 크다. 반면 고령화 속도는 가팔라 2040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35.9%에 이른다. 저출산 고령화는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와 직결된다. 부산은 향후 30년간 생산가능인구 감소율이 36.7%로 역시 전국 최고다.

출산율을 높여 고령화를 극복하고, 활기찬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부산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1.08명으로 2010년 1.04명보다 조금 늘었다. 그러나 여전히 전국 평균(1.24명)에 비해 너무 낮다. 저출산 대책은 정부 몫이 크다. 일자리 창출로 청년층의 고용 불안을 덜고, 주거비용 낮추기와 가계 부담이 큰 자녀 사교육비 해소에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여성의 경제활동 활성화를 위해 어린이 양육 지원 및 보육시설 확대는 물론 기업들의 적극적인 동참도 이끌어내야 한다.

부산시도 자체 대책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좋은 일자리가 많아야 신랑감 신붓감을 구하기 쉽고, 아이도 많이 낳게 된다. 대기업, 해외기업 유치와 컨벤션, 영상, 게임, 금융, 유통 등 신성장동력 산업 육성이 관건이다. 결혼율 높이기 붐 조성도 좋다. 부산시와 16개 구·군, 각종 공기업과 민간 기업이 힘을 합쳐 미혼남녀 소개팅, 단체 맞선, 취미·봉사 활동 함께하기 등 다양한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펼쳐야 한다. 부산시와 교육청, 경찰청이 합세해 '왕따 걱정, 범죄 걱정 전혀 없는 학교'를 만들면 학부모들 유입도 늘 것이다.

최근 일본 기업들은 공장을 태평양 연안이 아닌, 동해 쪽으로 짓는다고 한다. 부산항으로 제품을 실어내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할 경우 태평양으로 곧장 가기보다 한국 남동해를 거치는 항로가 이틀 정도 빠르다. 부산항이 중간 기착지로 유망한 이유다. 세계적인 항만에다 신공항이 어우러지면 부산은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도시로 우뚝 설 수 있다. 부산 정치권이 '부산국제공항공사법' 제정에 나서고, 부산상공회의소가 김해공항 가덕도 이전 등을 연말 대통령 선거 공약에 적극 반영해 줄 것을 정치권에 요구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스럽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지리적 이점을 가진 부산은 축복받은 도시다. 특성은 살리고, 그림자를 걷어내면 '행복한 세계도시'가 열릴 것이다. 부산의 미래는 자체 역량에 달렸다. 물론 정부와 중앙 정치권의 힘이 센 건 사실이다. 다른 지역 지자체나 정치권과도 상생이 기본이다. 그러나 신공항을 비롯한 지역현안 해결을 위해 최대한 협조를 구하되, 어깃장에는 강력히 맞서야 한다. 시장 국회의원 등 지역 리더들이 앞장서고, 시민들이 뭉치면 된다. 자력갱생도 흔쾌히 감내할 각오와 자신감을 바탕으로! jj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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