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 삶 별난 취미] <3> '맨발 등산' 한의사 봉승전 씨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티눈도, 무좀도 사라지고… 건강엔 최고"

"어, 산에서 웬 맨발?" 등산하다 잊을 만하면 '맨발'을 만난다. 산꼭대기에서 냅다 뛰거나, 자전거로 쏜살같이 내달리는 등 산행하는 모습이야 사람 따라 가지가지이지만 바지 둥둥 걷어 올리고 사람 좋은 웃음 흘리며 다니는 '맨발의 청춘'들은 발도 안 아픈가? 도대체 어디에 좋기에??

매일 아침 출근에 앞서 한 시간쯤 맨발로 산에 오른다는 '열혈' 맨발의 청춘을 만났다. 더욱이 직업이 한의사라고 하니 '맨발 산행'에 대한 궁금증 해소는 물론 '맨발 건강학'에 대한 의학적인 설명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미국서 한의원할 때 보니 빌 게이츠 등 거부들은 하나같이 등산처럼 돈 하나 안 들이는 운동을 즐겨 하더라고요. 저도 돈 안 들이고 하는 운동 뭐 없을까 찾다 맨발 등산을 알게 되었지요. 이거, 웬만한 병은 다 잡아요."

매일 아침 출근 전 한시간 등산
"발바닥 통해 음기 흡수, 화 다스려"


봉승전(43) 자연수한의원 원장은 어느새 '맨발 예찬론자'가 되어 있었다. "물론 아프지요. 처음 시작할 땐 10분 정도 걷는 게 좋아요. 그러다 20분, 30분씩 점차 늘려 나가는 겁니다. 발바닥에 굳은살이 박이면 이제 몇 시간씩 걸어도 끄떡없어요. 하지만 돌길은 조심해야죠. 뛰어다니는 것도 삼가는 게 좋아요."

의사들은 임상 경험과 치험 사례를 중시한다. 봉 원장의 몸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발바닥에 티눈 큰 게 있었는데 감쪽같이 없어졌어요. 무좀도 사라졌지요. 얼굴이 맑아지면서 피로를 덜 느끼게 되었고, 어깨 아픈 것도 한결 좋아졌습니다. 흙을 밟으면 복잡한 병도 웬만큼 잡히는 것 같아요. 은퇴하면 시골 가서 앞마당과 집 주변을 아예 황토로 깔아 맨발 산책을 즐길 계획입니다."

봉 원장은 원래 식품공학을 전공한 공학도였다. 부산 출생인 그는 서울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 대학원에서 3년간 석·박사 과정을 밟다 한의학으로 전향(?)했다. 동의대 한의대를 나온 그는 "몸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식품을 현대과학으로 접근했는데, 현대의학의 통계학적 접근이 임상과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곧잘 들었다"며 "동양철학에 평소 관심이 많았던데다 양의(洋醫) 한의(韓醫) 수의(獸醫)로 있는 동생 셋이 의학 전공을 권유해 한의학으로 돌아서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맨발 등산'은 한의학적으로 어떻게 풀이될까. "몸에 병 생기는 원인을 화(火)로 볼 수 있는데, 화가 머리에 가면 두통, 눈에 가면 충혈, 어깨에 가면 결림, 심장에 가면 부정맥 등이 생기는 것이죠. 이 화를 제압하는 것이 수(水)인데, 수의 기운을 주관하는 게 신장이고, 신장과 연관된 혈 중 가장 중요한 게 발바닥에 있는 용천혈이에요. 용천혈을 통해 땅의 음기와 수기를 잘 받아들이면 몸 안의 화기를 제어하게 되는 것이죠." 자연의학에서 최근 들어 각광받고 있는 접지(接地·earthing·지구 표면에 존재하는 에너지에 우리 몸을 연결하는 것)와 같은 원리라는 설명이다.

맨발로 걷는 것만으로도 웬만한 질병을 다 잡을 수 있다면 의사들은 어떻게 먹고 살까. "이게 참 희한해요. 환자들과 친지들에게 맨발 등산이 좋다고 아무리 강조해도 잘 안 따라 해요. 저만 해도 재활의학이 전공인 동생이 맨발 등산을 권유 받는 것을 봤는데, 진작 동생은 안 하고 제가 하게 되었지요. 아무리 좋은 건강법이라도 다 인연이 있는 것 같습니다."(웃음) 임성원 기자 forest@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