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받은 적 없다" 임혜경 교육감 말만 듣고 '무혐의'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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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임혜경 교육감 일행의 현지방문을 다룬 스웨덴 일간지. 둥근 점선 안이 임 교육감에 의류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부산의 사립 유치원장들이다. 임 교육감은 "유치원장들을 공항에서 우연히 만나 스웨덴 공식행사에서 조우했다"고 말했다. 부산시의회 황상주의원실 제공

"감사의 의지가 있기는 했나?"

임혜경 교육감의 금품수수 사실이 부산 교육계 전반에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부산시교육청 감사관실이 이에 대한 조사요청을 받고도 형식적 조사끝에 무혐의 결론을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부산시교육청은 임혜경 교육감 취임이후 비리에 단 한번이라도 연루되면 엄격히 처벌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지난 2010년 12월 감사관을 개방형직위로 공개채용하는 등 성역없는 감사에 대한 의지를 보였으나 정작 수장의 비리에 대해서는 앞장서서 면죄부를 주는 역할을 자임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시의회, 감사 요청하자
당사자 답변만 듣고 종결
수장 비리엔 '형식적 조사'

'특정업체 교구 구입하라'
공문하달도 문제 있지만
"처벌규정 없다"며 넘어가

'감시 강화' 도입 취지 무색
"면죄부 발부 앞장서…
의지만 있다면 징계 가능"


이와관련 부산시교육청 감사관실은 지난해 12월15일 이번 의혹을 처음 제기한 부산시의회 황상주의원의 유치원장 옷로비 루머에 대한 조사요청에 대한 답변서에서 "유치원장으로부터 옷 선물을 받았다는 등 루머는 구체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며 사실상 무혐의 결론을 통보했다.

답변서 제출자인 부산시교육청 신태용 감사관은 14일 당시 조사과정에 대해 "교육감은 직접 만나 옷을 받은 사실이 있느냐를, 유치원 원장 두명에 대해서는 전화를 걸어 옷을 준 사실이 있느냐를 물었으며 이에 대해 각각 그런 사실이 없다는 답변이 있어 조사를 종결했다"고 말했다. 신 감사관은 "구체적인 증빙이나 자료가 있다면 자세하게 조사가 진행됐겠지만 막연히 루머가 있다면서 조사를 요청해 오니 수사권이 없는 감사관실이 할 수 있는 역할은 당사자에게 진위를 물어보는 것 외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신 감사관의 이같은 발언은 부산시교육청이 비위첩보가 입수된 일선학교에 행하고 있는 강도높은 감사에 비추어 보면 "전형적인 제식구 감싸기 감사"라는 비난을 피해갈 수 없다는 지적이다.

부산시내 한 사립학교 교장은 "옷을 주고 받은 당사자의 말만으로 의혹없음 결론을 내렸다는 교육청 감사관실의 입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모르겠다"면서 "청렴도 전국 최상위 교육청을 달성하겠다면서 일선학교의 조그만한 비위첩보에도 관련 자료를 샅샅이 뒤지는 최근 분위기에 비추어 보면 남에게는 엄격하고 제식구에겐 관대한 감사관실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장 역시 "민간인을 감사관으로 채용할때 가장 강조한 것이 제식구 감싸기 식이 아닌 공정하고 투명한 감사였다"면서 "공모로 채용된 감사관이 독립성과 철저한 감사의지를 갖지 않고 앞장서서 면죄부 발부 역할을 자임한 것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부산시교육청 감사관실은 이외에도 임혜경 교육감의 지난해 4월 스웨덴, 핀란드 출장 당시 동행했던 사교구업체 대한 교육청의 특혜성 예산 배정의혹에 대한 감사에서도 봐주기 감사로 일관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감사관실은 이와 관련 지난해 4월 시교육청 학교정책과가 '창의력 신장 지도역량 강화교사 및 학부모 연수'에 관한 공문을 발송하면서 관련 교구업체의 물품구입을 적시한데 대해 "특정업체 물품 구입을 교육청 공문에 적시한 것은 전례가 없는 것으로 문제점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관련 당사자를 처벌할 규정이 없다"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신 감사관은 감사가 종결된 지난해 12월, 봐주기 위한 형식적 감사가 아니냐는 비판여론이 일자 "부산시교육청 내부규정을 새로 만들어서라도 앞으로는 특정업체 구입을 공문으로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토록 하겠다"고 했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후속 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당시 조사를 요청한 황 의원은 "관련 처벌 규정이 없어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는 것은 한마디로 궤변"이라면서 "특정교구를 이용한 연수를 하면서 그 교구를 구입하라고 적시하는 것은 명백한 특혜를 제공한 것이자 직위를 이용해 타인이 부당한 이익을 얻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부산광역시교육청 공무원행동강령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사항으로 적절한 징계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노정현 기자 edu@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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