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뉴스] 나만의 베스트 무비 / 6월 날도 더워지는데 일단 좀 웃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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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스미스의 '막장' 영화들

6월, 봄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더운 날이 제법 많다. 여기 서울 사무실은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어서 걸어서 올라가려하면 숨이 막힌다. 이런 날은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웃고 싶어진다. 여기 케빈 스미스의 ‘막장’ 영화들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70년 미국 뉴저지에서 태어난 괴짜 감독 케빈 스미스는 신용카드와 가족,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자신이 아끼던 만화책을 판 것은 물론이다) 저예산 영화를 한 편 완성하게 되는데 그 영화가 바로 <점원들 Clerks>이라는 작품이다. “사일런트 밥”이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 영화로 그는 선댄스와 깐느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의 나이 스물다섯이었다.

욕설과 풍자, 외설과 농담의 뒤범벅 속에서 결코 따뜻함을 잃지 않는 영화악동, 케빈 스미스의 작품들을 만나보자.


점원들 Clerks (1994)

편의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하루 동안의 해프닝을 그린 영화로, 이 작품을 통해 케빈 스미스는 90년대 미국 인디영화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게 된다. 깐느 영화제에서 상영 후 8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주연을 맡은 브라이언 오할로란과 제프 앤더슨, 이 어처구니없는 루저들과 그들의 멍청한 친구들이 선사하는 웃음과 재미와 연민. 그 모든 게 들어있는 케빈 스미스의 데뷔작으로 그가 실제로 일했던 편의점에서 이 영화를 찍었다. 물론 편의점 영업시간 이후인 야간에만 촬영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감독 케빈 스미스는 사일런트 밥(Silent Bob-사진 오른쪽)으로 직접 연기까지 한다.


1편이 나온 지 12년만에 다시 돌아온 점원들2

개인적으로 케빈 스미스의 영화들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다. 나만 그런가? 이런 이상한 코미디를 보고나서 한참 울었다.(나 역시 루저였으니까) 편의점 Quick Stop이 패스트푸드점 Mooby's로 장소를 옮겼고, 흑백이던 화면도 컬러로 바뀌었다. 하지만 케빈 스미스의 트레이드마크인 재치 넘치는 대사와 욕설들은 여전하다.

12년을 기다린 보람이 있는 속편. 그는 미로 같은 대사들을 통해 우정과 사랑, 그리고 인생에 대해 쉴 새 없이 야유하고 비웃고 풍자하면서 강력한 펀치를 날린다.


몰래츠 Mallrats

연기, 연출, 각본 다 훌륭하다. 뭘 더 바라겠는가? 케빈 스미스의 최고작은 아니지만 여전히 그의 대표작 중 하나가 <몰래츠>다. 제목인 mallrats는 무리를 지어 쇼핑몰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10대들을 뜻한다. 그런데 왼쪽에서 두 번째 저 여자배우, 어디서 많이 보던 사람이지 않은가?

그렇다. 시대를 풍미했던 드라마 <비버리힐즈 아이들>의 브렌다, 섀넌 도허티다. (사진 오른쪽은 그녀의 오빠 브랜든)

영화 <몰래츠>에는 그 유명한 스탠 리도 카메오(cameo)로 출연한다.

스탠 리(Stan Lee)는 마블 코믹스의 명예회장이기도 한 전설적인 인물. 스파이더 맨, 엑스 맨, 헐크, 판타스틱4, 아이언 맨 등 지구를 지키는 수많은 슈퍼 히어로들이 그의 손에서 태어났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인 브로디가 그를 알아보고는 ‘신’이라고 외치는데 이는 케빈 스미스가 얼마나 스탠 리를 존경하고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케빈 스미스는 굉장한 만화광 이기도 하다.


제이 앤 사일런트 밥 Jay and Silent Bob Strike Back

이 영화 <제이 앤 사일런트 밥>에는 너무나 많은 카메오들이 나와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그의 작품에 나왔던 모든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특히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이 나누는 대사들은 압권이다. 한마디로 케빈 스미스 영화의 총정리이자 그의 팬들에게 보내는 종합선물세트라 부를 만하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터진다.

케빈 스미스의 팬이 아니더라도 웃고 또 웃을 수 있는 영화. 이 영화에서 케빈 스미스는 할리우드 영화산업에 대해 질퍽한 농담과 조롱을 날리고 있다. 연방 야생동물 보안관으로 나오는 윌 페렐의 코믹연기는 언제나 최고다.


잭과 미리 포르노를 만들다 Zack and Miri make a Porno

이 영화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해리가 샐리에게 했을 때” 정도가 되겠다. 가슴 훈훈한 재미와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영화를 찾는다면(물론 성인버전으로) 이 영화를 그냥 즐기면 된다. 포르노라는 단어를 염려할 필요는 전혀 없다.

잭과 미리가 처음 제작하는 포르노영화는 스타워즈 의상을 입고 촬영하는데 제목은 “별들의 전쟁”이 아니라 “별들의 매춘부들 Star Whores”이다. 주연을 맡은 엘리자베스 뱅크스와 세스 로건의 연기도 훌륭하고 특히 게이로 출연한 저스틴 롱은 완전 대박이다.

케빈 스미스의 영화는 외설적이고 처음부터 끝까지 욕이고, 그렇다, 저질이다.

근데 이상한 건 한번 빠지면 헤어날 길이 없다는 거다. 보고 있으면 행복해진다.

그래서 그의 영화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6월에 만나는 그의 영화들이 벌써부터 찾아 온 한낮의 더위를 식혀줄 것이다.

그냥 크게 한 번 웃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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