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덕포동 '투히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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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현지 쌀국수 맛 그대로 순하고 시원

지금까지 베트남에 몇 번이나 갔을까. 2010년부터 베트남만 세 번, 라오스와 미얀마에 간다고 한 번씩 들러 합이 다섯 번이다(다 일하러 갔지, 절대 놀러간 게 아니다). 베트남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쌀국수를 한 그릇 먹는다. 그래야 베트남이 실감난다. 아오자이를 입은 날씬한 몸매의 베트남 여성들을 쳐다보다 그게 다 쌀국수 덕분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가끔 쌀국수 생각이 난다. 특히 전날 술이라도 한잔 했다면 더 그렇다. 요즘은 베트남 쌀국수를 하는 음식점이 꽤 생겼다. 하지만 대개는 획일화되고, 비싸고, 자극적이다. 베트남 현지의 쌀국수는 그렇지 않다. 종류가 무지하게 많고, 싸고, 순한 맛이다. 그때마다 베트남이 그립다.

얼마 전에 생긴 사상의 베트남 전통음식점 '투히엔'에 가 보니 좋았다. 이제 남쪽을 보고 입맛만 다시지 않아도 되겠다. '투히엔'은 막티흰(32) 대표의 이름을 땄다(사람들은 그를 '막 사장'이라 불렀다). 2005년 한국으로 시집온 철없던 베트남 여성이 어엿한 베트남 음식점 사장님이 된 것이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2010년에 막 사장을 한 번 만났었다. 서면의 다문화 레스토랑 '레인보우 스푼'에서 일할 때였다. 그때부터 직접 음식점을 해 보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음식점으로 돈을 벌어 한국의 소외계층을 돕고 싶다. 도움을 받았으니 이제는 우리가 도와줄 때도 되지 않았나"라고 말하던 당찬 여성이었다.

양지·안심·해물쌀국수를 골고루 시켜 맛을 봤다. 고향의 맛! 아니 베트남의 맛이다. 베트남 쌀국수는 이렇게 순한 맛이 나야 한다. 해물쌀국수는 얼마나 시원한지 모르겠다. 베트남에도 지역마다 쌀국수가 조금씩 달랐다. 뻘건 색 국물의 쌀국수는 북쪽에서 많이 먹는단다. 볶음국수는 부산에서 줄서는 어떤 볶음국숫집보다 낫다. 월남쌈 튀김과 쌈말이도 좋았다. 베트남 해물 소스인 느억맘이 제대로이니 당연하다. 우리나라의 베트남 음식, 현지와 비교하면 40% 정도는 달라졌단다.

베트남 손님들이 많아 꼭 베트남에 와 있는 기분이 든다. 알고 보니 베트남 현지인이 먹는 메뉴는 따로 있다. 염소고기는 물론 개구리, 메뚜기 요리까지 있다니 그것 참 궁금하다. 막 사장은 한국 사람들에게 베트남 식문화를 제대로 알리고 싶단다. 또 한 달에 한 번은 노인, 장애인, 다문화가족 등에 봉사를 하겠다고 다짐한다. 월남댁 막 사장, 참 장하요!

각종 쌀국수 7천 원, 볶음밥 7천 원, 월남쌈튀김·쌈말이 5천 원, 샤부샤부 2만~3만 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10시. 부산 사상구 덕포동 421의 2. 부산도시철도 덕포역 1번 출구로 나와 부산은행 옆 골목. 051-301-8623.

글·사진=박종호 기자 nlea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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