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영웅 '돌아온 외팔이'가 돌아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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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전당 27일부터 장철 감독 특별전

장철 감독의 영화 '외팔이'의 한 장면. 영화의전당 제공

어릴 적 이야기다. 대명극장이란 곳이 있었다. 부산 부산진구 가야동에 있었는데, 동시 상영관이었다. 스크린은 가끔 줄이 소나기처럼 내렸다. 시스템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잡음이 자주 들렸다. 영사기가 꺼지는 일도 잦았다. 필름이 끊어져서다. 그때마다 관객은 불빛 하나 없는 캄캄한 영화관에서 '와' 하는 탄성과 '우' 하는 야유를 보냈다. '와' 하는 소리는 아이들, '우'는 어른의 몫이었다. 허름한 극장이었지만 동네 사람의 인기를 끌었다. 텔레비전이 없던 시절, 그곳은 문화적 허기를 달래는 창구였다.

갑자기 대명극장을 떠올리게 된 이유가 있다. 영화의전당이 오는 27일부터 5월 10일까지 '장철 감독 특별전'을 연다는 소식을 알려왔기 때문이다. 장철 감독이 연출한 영화 '돌아온 외팔이'를 대명극장에서 본 기억이 아직도 또렷하다. 솔직하게 말하면 장철 감독보다 배우 왕우를 기억한다. 초등학생 때라 감독보다는 배우에 더 관심이 끌려서다. 영화를 보고 친구 몇몇과 왕우의 무술을 흉내 내며 집으로 돌아오던 일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혼자 영화를 보고 왔을 때는 더욱 신 났다. 친구들을 앉혀 놓고 영화 줄거리를 과장되게 이야기하곤 했다. 절정 부분에서 배우가 선보인 새로운 무술 기술을 몸소 보여주기도 했다. 친구들은 이야기를 듣다가 낄낄대며 웃곤 했다. 영화 '쌍협'에서는 배우 강대위와 적룡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쌍협'은 중국 송나라를 배경으로 두 협객이 벌이는 장쾌한 무술 영화다. 이후 친구들은 골목에 둘러앉아 '왕우와 강대위, 적룡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난다.

즐거운 유년의 추억을 쌓아준 영화를 만든 이가 장철 감독이란 건 뒤에 알았다. 그는 남성적이고 독창적인 무술 영상으로 중국 무협영화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장철 감독이 연출한 무협영화는 사실적이고 생동감이 넘쳤다. 줄거리도 흥미진진했다. 무작정 베고 찌르고 치고받는 액션물이 아니었다. 무협영화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외팔이' 시리즈는 비장미가 압권이었다. 한쪽 팔이 없는 핸디캡을 극복한 비극적인 무술 고수라는 주인공 캐릭터는 관객의 눈길을 끌 만했다. 영화 '13인의 무사'에서도 그랬다. 다리 위에서 무사 수백 명에 혼자 맞서던 적룡의 마지막 전투 장면은 비장미의 극치를 보여준다. 장철 감독의 이런 연출 스타일은 오우삼이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영화의전당은 '장철 감독 특별전'에서 모두 16편을 상영한다. 외팔이 3부작은 물론이고 13인의 무사, 소림오조, 심야의 혈투, 철기문, 차수 등 듣기만 해도 가슴 설레는 작품을 볼 수 있다. 모두 무료다. 26일까지 영화의전당 6층 매표소에서 초대권을 배포한다. 영화의전당 측은 "26일 이후에도 객석이 남은 작품은 감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051-780-6000. 김종균 기자 kjg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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