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에 가면] 남천동 '오이시함바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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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무쇠 위에서 익혀먹는 '함바그'

돈가스냐 '함박 스테이크'냐? 대학시절 데이트 장소로 학교 인근 레스토랑에 가면 항상 고민이었다. 입맛에는 돈가스가 맞았지만, 스테이크가 더 고상(?)해 보여 주문할 때는 '함박'을 외쳤다. 지글거리는 철판 위에 등장하는 '위용'하며, 튀김가루를 입은 돈가스와는 다른 '격조'가 느껴졌다고 할까?

우리가 흔히 '함박 스테이크'라고 알고 있는 햄버그 스테이크는 독일 함부르크 지역에서 고기를 갈아 구워 먹는 음식에서 유래됐다. 이걸 빵 사이에 끼워 넣은 것이 '햄버거'의 시작이다. 이 햄버그 스테이크가 일본을 거쳐 한국에 오면서 '함박 스테이크'가 됐다.

아무튼 '함박 스테이크'는 풋풋한 연애의 추억이 담긴 음식인데, 그때를 다시 떠올리게 하는 집을 발견했다. 부산 수영구 남천동의 '오이시 함바그'.

이곳의 햄버그 스테이크는 여러 면에서 이색적이다. 우선 고기를 갈지 않고 저며서 만든다. 다른 재료를 섞지 않는다는 말. 손여진 대표는 1+ 등급의 한우만을 사용한다고 했다. 한우 덩어리를 저며서 손질하고 소금과 후추 정도만 넣어 간을 한다. 보통의 햄버그 스테이크와 달리 겉만 살짝 익힌 '레어' 상태로 구워 낸다. 쇠고기가 덩어리째 나오는 스테이크보다 훨씬 부드러워 먹기 편하다.

고기의 겉만 살짝 익힌 음식을 그대로 먹기는 좀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철판 위에 놓인 작은 무쇠 위에 고기를 올려놓고 익혀서 먹었다. 달궈진 무쇠가 식으면 새것으로 바꿔준다. 이 '꼬마 무쇠'는 이 집 햄버그 스테이크의 가장 큰 특징이다.

고기를 자기가 원하는 만큼 익혀서 먹을 수 있으니 좋지만, 무쇠 위에 올려놓고 기다려야 해서 성질 급한 이라면 취향에 맞지 않겠다. 먹고 나면 속이 편한데. 좋은 재료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작은 무쇠를 이용해 먹는 방식도 한몫하는 듯했다.

익은 고기를 찍어 먹는 소스도 특별하다. 간장에 포도즙과 매실 진액 등을 넣고 만들어 상큼하고 개운하다. 특별한 것 없는 재료로 만들었지만, 특별한 맛을 내는 주먹밥을 비롯해 전체적으로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가게는 손 대표와 연인인 오상우 대표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선한 인상의 둘은 무척 닮았다. 연인이 알콩달콩 준비해서 내놓은 음식이라 그런지 참 '사랑스러운 맛'이다. 그 맛이 어떤 맛이냐고? 궁금하면 직접 찾아가보시길.

오이시 함바그 소 9천300원·중 1만 1천300원·대 1만 3천300원.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9시(매주 월요일 휴무). 부산 수영구 남천동 17의 17. 인디고서원 맞은편. 051-622-5242. 글·사진=송지연 기자 s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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