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일시론] 정답은 2030세대 취업 대책이다
/황기식 동아대 동북아국제대학원 교수국제학
2012년은 세계 선거의 해라고 해도 될 듯하다. 지난 3월 실시된 러시아 대선에 이어 4월 한국 총선, 프랑스의 4월 대선과 6월 총선 그리고 11월에는 미국의 총선과 대선이 예정되어 있다. 12월에는 한국 대선까지 치러진다. 전 세계에서 대선이 24건, 총선이 36건 실시될 예정이다. 60건의 주요 선거가 한 해에 몰린 상황으로 글로벌 차원의 정치적 지각 변동 또한 예고된 한 해라 하겠다.
다양한 선거이슈 '삼포세대' 관심 못 끌어
올해 치러지는 이들 선거는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세계적 경제 위기 시대에 선거가 진행된다는 점이다. 선거를 치르는 대부분 국가의 후보들이 저성장 시대, 세계 불경기 등의 공통된 고민하에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경기 불황은 갖가지 민생 현안들을 양산하며, 후보자들은 유권자 계층 및 성향을 파악하여 자신의 선거공약과 정책들에 이른바 매니페스토의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한다. 특히 대체로 선거에 관심이 없거나 부동층 비율이 높은 젊은 세대에게 경기 불황 및 고물가라는 변수는 '선거를 잘하면 우리들의 미래가 긍정적으로 바뀔 수도 있다', '후보를 잘 뽑아 우리 청년세대들의 일자리를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는 기대 심리를 자극하게 된다.
지금의 2030세대는 어렵사리 대학을 졸업하고 영어에 제2외국어, 각종 자격증을 취득해도 정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구직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세대, 눈높이를 낮춘 직장이 미래 보장은커녕 당장의 삶을 지탱하기에도 버거워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세대로 인식된다. 연애 포기, 취업 포기, 결혼 포기를 뜻하는 삼포 세대, 결혼을 하면 더욱 열악한 환경에 처하게 되는 허니문 푸어, 이십대 태반이 백수라는 이태백 등 2030세대의 상황을 반영하는 어두운 신조어는 부지기수다. 경제가 성장하던 시기 지금의 윗세대에게 처음으로 붙여진 2030세대란 용어는 이러한 의미가 아니었다. 자신의 뜻을 숨기지 않고 당당히 밝히는 신세대, 새로운 구매 계층으로 떠오른 세대를 뜻하는 용어였으나 현실이 그만큼 변한 것이다.
이렇다 보니 세대 중 가장 높은 비율의 부동층을 포함하고 있는 2030세대의 표심을 잡기 위한 전략은 하나로 귀결된다. 정답은 취업이다. 이번 총선에서 주된 화두였던 미래지향 경제 대책, 자유무역협정(FTA), 이념 갈등, 복지 수당, 원자력 에너지 문제 등의 정책은 이들 세대의 당면한 상황에 답을 제대로 제시해 주지 못한다. 2030세대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선 구체적 전략을 포함한 취업 대책을 정치권과 정부 차원뿐만 아니라 지자체 및 대학이 앞장서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실제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무분별하게 추진되어 온 취업박람회, 구직세미나는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좀 더 목적을 세분화하고, 좀 더 실용적이며 인재별 맞춤형으로 손에 잡히는 취업 전략이 필요하다.
예컨대 선거의 주요 관심 대상이었던 한·미FTA 및 한·EU FTA의 논의 사항도 그러하다. 선진 경제권과의 경제 고속도로 건설, 규모의 경제 실현, FTA 허브 국가, 소비자 물가 하락 등의 구호와 투자자 국가소송 권한, 공공서비스 미래 개방 우려, 국내 농축산업 피해 등 관련된 문제점 하나하나가 국가적 중대사이긴 하나 2030세대의 현실에 직접 와 닿지는 않는다. 오히려 FTA를 통해 외국계 기업에 대한 취업 기회 확대를 소개하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세부 과정을 알려주는 맞춤형 전략이 훨씬 이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
FTA 자체보다 취업기회 확대여부 더 촉각
지자체와 대학이 준비하는 취업박람회 또한 매년 되풀이되는 방식을 바꿔 새로운 취업 기회로 탈바꿈할 필요가 있다. FTA를 이용한 취업 전략 소개, 외국계 구인 기업 측의 설명회 및 외국계 기업 취업에 성공한 사례 소개 등으로 구성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FTA를 이용한 새로운 업종 전략도 고려해 볼 만하다. FTA 상대국에 따라 복잡하게 체결된 원산지 규정을 관리할 '원산지 관리사', 다자주의 및 한·미FTA, 한·EU FTA마다 조금씩 다른 지적재산권 규정을 관리 감독할 '지적재산권 관리 전문가' 등 새롭게 각광받는 다양한 전문 직종에 관한 취업세미나도 예상해 볼 수 있다.
2012년 새로운 변화의 시대를 맞이하여 정치권, 지방 정부 그리고 대학이 협력하여 2030세대에게 희망을 주고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실천 가능한 방안을 제시할 것을 기대해 본다. 결국 2012년 선거 전략의 정답은 취업대책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