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교과서 속의 다문화, 왜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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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수 다문화인권교육센터 소장

지난 2004년부터 '아시아와 친구하기'라는 이름으로 아시아 출신 이주민들과 함께 이주와 인권, 아시아 각국의 사회와 문화를 소개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이었지만 이내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그리고 교사 교육으로까지 확대됐다.

다문화사회로 변하는 한국 현실과 맞물려 다문화교육에 대한 관심이 덩달아 높아진 까닭이다.

그러면 교실에서 한국사회의 다문화는 어떻게 소개되고 있을까?

지난 2007 개정 교육과정에 의해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초등학교 교과서가 전부 바뀌었다.

다문화인권교육센터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학교 내 다문화교육에 대한 연구 작업의 일환으로 교과서 연구팀을 구성하여 초등학교 교과서를 검토하였다.

3학년부터 6학년까지 국어, 사회, 도덕 과목을 분석하였고 그 결과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분석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아시아 출신 이주민에 대한 부정적 묘사가 심각하며, 이주여성과 그 자녀에 대한 편견을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다문화 가정 자녀들은 긍정적이고 밝은 이미지보다 외모가 다르고, 한국어가 서툴고, 놀림을 당하는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둘째, 교과서에 등장하는 외국 도서(대부분 문학작품이지만 일부 과학서적 포함)의 97.7%는 유럽과 미국의 작품들이며, 남성작가가 70.5%, 여성작가가 29.5%를 차지한다.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작가의 작품은 한 편도 실려 있지 않다.

셋째, 사회 교과서의 사진과 삽화는 피부색에 대한 편견을 심어 주고 있다. 긍정적 이미지의 사진에는 백인들이, 부정적 이미지의 사진에는 흑인과 아시아인이 등장한다.

넷째,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85.2%는 아시아인이지만, 교과서 속 외국인 관광객 사진과 삽화 22장 가운데 21장은 백인이며, 동남아인 사진은 1장에 불과하다.

다섯째, 생활의 길잡이 3학년 2학기 48쪽에서 기계를 다루는 이주노동자는 피부색이 검은 사람으로, 외국인 유학생은 백인으로 묘사되어 있다. 그러나 '2010년 출입국 외국인정책 통계연보'에 의하면, 한국에 유학 입국한 10만6천961명 가운데 아시아 출신 외국인 유학생은 9만8천825명으로 전체의 92.4%이다.

개정된 교과서에서 다문화사회로 변화해 가는 한국사회의 모습을 반영하려고 한 시도는 의미 있고, 앞으로도 계속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국제결혼을 한 이주여성과 다문화가정 자녀에 대한 비중은 증가했지만 이들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보다 불필요한 편견과 오해를 양산할 수 있는 내용이 문제다.

이주민들의 출신국에 따라 차별적으로 기술하거나 소수자에 대한 시혜적인 태도만 강조하는 방식은 이주민들을 나와 동등한 인권을 가진 존재로 받아들이기보다 스스로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한 사람들로 낙인찍을 가능성이 높다.

교과서에 수록된 문학작품들과 인물들이 유럽과 미국에 편중되어 있으며, 남성들의 비중이 70%를 넘는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개정된 교과서가 특정 지역, 특정 피부색에 과도하게 편중되어 있어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편견을 심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따라서 다문화 가정과 다문화 가정 자녀에 대한 편견을 만들어 내고, 피부색에 대한 편견을 심어 주고 있는 초등학교 교과서는 반드시 개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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