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수 32명 초빙 정부 불허로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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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찾은 김진경 평양과학기술대학 총장

김진경 평양과기대 총장 겸 연변과기대 총장이 26일 동아대에서 가진 특강에서 올해 개교 20주년을 맞은 연변과기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한국전쟁 이후 북한은 재일교포를 위해 일본에 100개가 넘는 총련계 학교를 설립했습니다. 중국에도 200만 명이 넘는 중국동포를 위해 학교를 설립하려 했지만 실현하지 못했는데, 제가 중국에서 조선족 동포를 위해 연변과기대를 세워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보고 북한이 움직인 것 같습니다."

지난 2010년 9월 평양 중심지역 100만㎡ 부지에 평양과기대(평양시 락랑구역 승리동)를 개교한 김진경(77) 평양과기대 총장 겸 연변과기대 총장이 부산을 찾아 26일 동아대에서 특강을 가졌다. 미국서 태어나 영국 등서 공부한 김 총장은 미국·중국·한국·북한 등 4개국의 시민권을 갖고 있어 이들 국가의 출입이 자유롭다.

"내래 그저께 평양에서 왔습네다~"는 북한 어투의 인사말로 밝은 분위기 속에서 강의를 시작한 김 총장은 이날 평양과기대 현황을 소개하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조성하려는 평양과기대 내 '지식복합산업단지'에 대한 관심을 부탁했다.

평양과기대는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 등 북한 명문대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대학원 과정을 교육하고 있는 대학원 중심 대학으로, 농업식품공학·정보통신·산업경영 등 3개 분야에 약 400여 명이 재학하고 있다. 올 봄에 학생 약 160명이 추가로 입학한다.

한국을 제외한 미국 영국 캐나다 독일 네덜란드 중국 등 세계 주요 7~8개국 교수 약 70명이 수업을 맡고 있으며, 수업은 모두 영어로 진행된다. 학생들은 4년간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평양과기대는 북한 측이 김 총장에게 부탁해서 설립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장은 지난 1986년부터 조선족 동포 교육사업에 뛰어들어 1992년 연변과기대(학생수 2천600명) 개교라는 결실을 맺었다. 이를 계기로 1987년 김일성 북한 주석의 초청으로 북한을 방문하는 등 북한 관련 일도 26년째 하고 있다.

평양과기대 홈페이지(www.pust.or.kr)의 자료실에 게재된 뉴욕타임스 기사에는 평양과기대 개설에 대해 '외국의 투자를 끌어들여 노후화된 교육시스템을 개선하려는 북한의 이해와, 북한 내부에 발 디딜 곳을 마련하려는 중국에서 북한 난민을 돕던 기독교인들의 이해가 교묘하게 일치한 결과물'이라고 풀이했다.

대학에 한국 국적의 교수는 왜 없느냐는 질문에 김 총장은 상기된 목소리로 현 정부를 탓했다.

"당초 한국에서도 교수 32명이 방북해 학생들을 가르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허가를 안 내줘요. 한국 교수의 제자들은 아무래도 한국에 우호적으로 될 것이며, 이는 통일된 미래를 위한 장기 투자일텐데 말이죠."

최근 김 총장은 대학 부지 내에 조성될 '지식복합산업단지'에 힘을 쏟고 있으며, 이곳에 부산 등 한국 중소업체의 참여를 바라고 있다.

김 총장은 "이 땅은 북한 아태위원회와 계약한 현대아산과 달리, 북한 정부와 직접 계약을 했기 때문에 정권변화 등과 무관하게 법적으로 계속 유효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식복합산업단지가 남북관계에 민감한 개성공간보다 더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교수들이 미국 독일 중국 등 주요 7~8개국 출신으로 구성돼 있고, 대학 설립 자금도 10여개국의 기독교 단체를 중심으로 모금돼 북한이 독단적으로 정책변화를 단행하기 힘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용오 기자 choic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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