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앞 예쁜 베이커리 카페 빵 굽는 냄새와 커피 향 … 오감이 즐겁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빵집 가는 것을 좋아한다. 빵이 맛이 있건 없건 빵집에서는 특유의 향이 나는데, 그 냄새가 참 좋다. '행복한 향기'라고 할까? 막상 입에 들어갔을 때 향기만 못한 빵을 만나면 실망은 배가 되지만. 암튼 빵 먹는 것보다 빵 냄새를 더 좋아하는 나로서는 빵집과 카페가 결합된 베이커리 카페가 무척 반갑다. 빵의 향기 속에서 오래 머물 수 있으니 말이다. 얼마 전 부산대학교 앞에서 발견한 베이커리 카페 두 곳은 코뿐 아니라 눈과 혀도 즐겁게 해줬다. 무엇보다 좋은 재료를 쓰겠다는 착한 마음이 반가웠다.

'테토테'…작은 빵집의 안온함

샌드위치 맛이 기가 막힌다는 지인의 추천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샌드위치의 맛이란 게 뭐 그리 특별할까? 늦은 아침을 먹고 점심식사가 부담스러운 날, 이 가게를 들렀다.

8평 규모의 아담한 가게는 동화 속 장소처럼 아기자기했다. 커다란 오븐이 어떻게 가게 안에 들어갔는지 신기했다. 가게가 작아 빵을 만드는 부엌이 훤히 보이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었다. 눈앞의 오븐에서 빵과 쿠키를 구워 접시에 담아내는 풍경. 마치 솜씨 좋은 친구의 집에 가서 빵을 기다리는 것처럼 정겹다.

샌드위치는 치아바타, 포카차, 잡곡빵 등 다양한 빵으로 만들었다. 귀리, 호밀 등 7가지 잡곡이 들어간 잡곡빵과 샐러드 세트를 주문했다. 주인 최민경(45) 씨가 조심스레 음식을 건넨다. 그러고 보니 이 집 상호는 '손과 손'이라는 뜻의 일본어 '테토테'. '손으로 건네는 정성'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했다.

샌드위치의 두툼한 두께와 싱싱한 샐러드. 그리고 상큼하고 부드러운 드레싱. 여기까지만 해도 살짝 감동스럽다. 하지만 이 집 샌드위치의 진가는 빵 맛에서 발휘되었다. 잡곡을 넉넉하게도 넣었나 보다. 씹을 때마다 잡곡 알갱이가 느껴진다. 잡곡빵에 들어간 호두와 마카다미아 때문에 고소한 맛이 강했다. 살짝 구운 빵이 입안에서 바스러지는 식감이란!

샌드위치 이외에도 고베의 유명한 빵 가게의 조리법 대로 만든 고베 식빵, 크림치즈가 들어간 치아바타 등이 이 집의 인기 메뉴다.

가게 주인인 최 씨의 이력도 특이하다. 일반 회사를 다니다 37세에 뒤늦게 진로를 바꿨다. 일본 동경제과학교에서 공부한 후 귀국해 가게를 열었다. 제대로 된 빵을 만들겠다는 다부진 목표 때문에 천연 버터와 천연 생크림만 사용한다. 빵뿐 아니라 가게에서 파는 모든 먹을거리에 신경을 썼다. 홍차도 분말이 아니라 잎차를 사용하고, 과일 주스도 직접 갈아 만든다. 인근 커피숍의 바리스타들도 이 집 커피를 즐길 만큼 커피 맛도 가격 대비 괜찮은 편이다.

문을 연 지 1년 정도 지났는데, 학생들보다 인근에 사는 주민들이 많이 찾는단다. 고객 대부분이 단골이다. 우리 집 근처에 이런 곳이 생기면 나 또한 단골이 될 듯싶다.

잡곡빵 샌드위치와 샐러드 7천 원. 스파이시 치킨 치아바타 7천500원. 영업시간 오전 8시~오후 10시(일요일 휴무). 부산 금정구 장전동 390의 1. 금정로 영신타올 부산대 방향 50m. 051-517-9073.


'제이 스퀘어'…'개념 충만' 복합공간

'제이 스퀘어(J SQUARE)'는 최근 부산대 앞에서 가장 '핫'한 장소다. 분위기 있는 카페로, 그룹 세미나 장소로, 그리고 맛있는 빵으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건물 앞에 서면 일단 으리으리한 규모 때문에 평범한 베이커리 카페가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먹음직스러운 빵과 고급스러운 내부 인테리어가 눈에 쏙 들어온다.

1·2층은 빵과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고, 3·4층은 소규모 그룹 모임을 할 수 있는 '미팅 룸' 6개와 작은 무대가 마련된 세미나 홀이 있다.

빵 맛을 보기 전에 이 건물의 정체부터 궁금했다. 제이 스퀘어 측은 부산대 앞의 새로운 문화를 만든다는 취지로 생긴 공간이라 설명했다. 서울의 홍대 앞과 비교하면 부산대 앞의 이미지는 모호한데, 공부하고 토론하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세미나룸과 북카페로 출발했다. 그런데 공부하는 학생들이 오랫동안 앉아 있으니 뭔가 먹을거리가 필요했고, 그래서 빵이 들어오게 됐다.

공부하는 이들을 위한 빵이니 허투루 만들지 않았다. 빵에는 천연 효모종을 사용하고, 방부제나 글루텐 등 화학 첨가물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매일 새로운 빵을 판매하고, 혹여나 빵이 남으면 직원들이 나눠 간다.

여성들에게 인기라는 '필라델피아 로즈'를 집어 들었다. 크림치즈 위에 빨간 크랜베리가 보석처럼 박힌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돌았다. 치즈의 진하면서도 깔끔한 뒷맛이 인상적이다. 오전부터 빵을 굽기 시작하는데, 오후 2시쯤 되면 모든 종류의 빵이 진열된다. 빵은 30종, 쿠키는 40여 종을 선보이고 있다.

이곳은 빵뿐 아니라 커피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도 인기다. 커피를 담당하고 있는 바리스타 강소영 씨는 "현재 한국에 10여 대밖에 보급되지 않은 고급 에스프레소 머신인 '라마르조코 스트라다 EP'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열정으로 똘똘 뭉친 바리스타들이 커피의 미세한 맛을 조정한다.

1층의 벽면은 젊은 작가를 위한 전시공간이다. 일반 카페에는 좀처럼 없는 장애인 전용 화장실도 갖추었다. 300평 규모의 넓은 공간을, 요즘 말로 '개념'으로 가득 채운 곳이다.

필라델피아 로즈 4천300원, 디 오 블루베리 3천900원, 아메리카노 4천800원. 영업시간 오전 9시~오후 11시. 부산 금정구 장전동 391의 3. 부산은행 장전동지점 앞 사거리서 장전동 쪽 200m. 051-515-0219. 글·사진=송지연 기자 sjy@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실시간 핫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