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살며] 정수기 물 맹신하는 한국
사랑하는 나의 가족, 친구 그리고 그리운 집을 떠나 이 머나먼 한국 땅에서 보낸 나의 첫 일주일부터 이야기하고 싶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처음에는 정말 다시 고향에 가고 싶을 정도로 한국사회는 낯설었다.
심지어 기숙사 근처의 슈퍼마켓에 가는 일조차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물론 언어의 장벽에도 불구하고 막상 들어가보면 독일과 다른 풍경에 사뭇 큰 재미를 느꼈지만. 그중 삼각김밥이 가장 신기했는데 독일에는 이런 음식이 없다. 맛도 좋았다.
사실 한국 음식은 독일의 것과 많이 다르다. 우리는 항상 빵과 콘플레이크를 아침에 먹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 어떤 친구는 아침에도 김밥을 즐겼는데 최근 내게 그것을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주기도 했다.
물 문화도 참 많이 다르다. 독일은 어디에서나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을 마신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정수기가 수도꼭지를 대신했다. 정수 되지 않은 물은 식수가 아니라는 인식도 강했다. 그만큼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큰 반면에 정수기에 대한 믿음은 컸다. 만약 독일에서 정수기에 든 물을 마신다면 가격이 높았을 것 같다.
친구와의 만남도 차이가 컸다. 한국인은 좀처럼 부모님과 같이 살고 있는 집에서 친구를 만나려 하지 않는다. 특히 그 친구가 이성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독일에서는 모든 친구를 부모님 집에 데리고 가는 게 일상화돼 있다. 대신 한국에서는 대부분 친구를 커피숍이나 음식점에서 만나고 함께 영화를 보러 가는 경우가 많았다.
학교 생활은 비슷했다. 두 나라의 학생들은 다 공부를 열심히 했다.
지금은 한국 생활에 많이 익숙해졌다. 이제 더 이상 주변을 둘러보며 신기한 표정을 잘 짓지 않는다. 매주 두 차례 한국어 수업을 듣고 있지만 한국어 실력도 많이 좋아졌다. 한국말을 더 잘 할 수 있게 되면 한국이 더 흥미로울 것 같다.
미카엘 텔렌(독일인)·동서대 에너지생명공학부 신소재공학 전공 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