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원어민 영어 교사 대규모 감축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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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부산시내 학교에 배치된 원어민 영어보조교사의 감축이 불가피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한 학교의 원어민 영어교사의 공개 수업장면. 부산일보 DB

내년부터 부산 초·중·고교에서 근무하는 원어민 영어보조교사가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가 올 12월 국가영어능력시험(NEAT)의 수능 대체여부를 결정키로 하면서 사교육 시장이 들썩이고 있는 상황에서 원어민 영어보조교사 수 축소는 저소득층 및 차상위계층 자녀의 원어민 영어교육 기회 박탈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논란이 일고 있다.

5일 부산시와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시 교육청은 올해 부산시전입금 51억여 원과 교육청 예산 86억여 원 등 모두 137억 7천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부산시내 초등학교 293명, 중학교 171명, 고교 58명 등 모두 528명의 원어민 영어보조교사를 채용키로 했다. 지난해 채용했던 원어민 영어보조교사 수(522명)와 비슷하지만 예산은 176억 원에서 40억 원가량 줄어든 것으로 시교육청은 채용 수급계획 맞추기에 진땀을 흘리고 있다.

시, 올해 전입금 25억 삭감, 2015년엔 '0원'
교육청 "내년부터 감원 불가피, 교사 배치 차질"
"NEAT(국가영어능력시험) 실시한다는데 원어민 교육 기회 박탈"


예산이 이처럼 줄어든 것은 해마다 부산시로부터 들어오던 전입금이 올해의 경우 기존 76억여 원에서 25억 원이나 삭감된데다 이를 예상치 못한 시교육청도 예산을 줄였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특히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25억 원의 전입금을 줄여 2015년에는 원어민 영어보조교사 관련예산을 전액 삭감한다는 방침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타 기관에 대한 인건비성 예산 지원은 줄여간다는 게 시의 기본방침"이라고 밝혔다.

매년 부산시전입금에서 원어민 영어보조교사 채용에 필요한 예산을 상당부분 충당해 오던 부산시교육청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올해의 경우 이미 교사채용계획을 세워놓은 만큼 시의 갑작스러운 전입금 삭감계획에도 불구하고 기존 528명 채용계획을 그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난해 말 갑작스럽게 부산시전입금 삭감방침이 확정돼 당혹스러웠던 게 사실"이라면서 "배치 시기 조절과 채용방법 변경 등을 통해 예산을 줄이고 하반기에는 채용조건을 변경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25억 원의 부산시 전입금이 추가로 삭감되는 내년의 경우 원어민 영어보조교사수가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예산이 더 삭감된다면 원어민 교사 채용을 줄이는 방법 외엔 뾰족한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시 교육청은 시 전입금의 25억 원 추가 삭감이 확정될 경우 최소 55명에서 최대 75명의 원어민 영어보조교사수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 지난 2009년부터 계속되어 오던 시내 전 초·중학교 100% 원어민 교사배치 상황도 차질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학부모들은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 2학년 두 자녀를 둔 학부모 김 모 씨는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원어민 영어교사가 있어 그나마 사교육비 지출을 줄일 수 있었는데 그마저도 없어진다고 하니 걱정이 앞선다"면서 "공교육 정상화의 기본취지에 맞게 어떻게든 원어민 영어보조교사 제도는 현행대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1, 중2 자녀를 둔 학부모 박 모 씨도 "국가영어능력시험이 수능을 대체한다면 말하기, 쓰기가 새로 포함돼 원어민 교육기회가 더욱 중요해진다"면서 "빠듯한 살림에 아이들이 학교에서 원어민 교육을 받는 게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부산교대 영어교육과 우길주 교수는 "저소득층이나 차상위계층 자녀들에게 원어민 접촉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원어민 영어보조교사의 역할이 필요하다"면서 "원어민 영어보조교사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이나 로드맵도 없이 원어민 교사를 갑작스럽게 줄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노정현 기자 edu@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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