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합천보 세굴(洗掘·강 바닥 팸 현상) 없는데 보강 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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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낙동강 합천보 하류의 바닥보호공 보강공사 현장. 강바닥에 철재 파일이 박혀있는 가운데 바지선 위 굴삭기가 강바닥 평탄 작업을 하고 있다. 정상섭 선임기자

"개방 행사까지 해 놓고 출입을 막는 이유는 뭡니까? 도대체 합천보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겁니까?"(생명의 강 연구단)

"보강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안전상 이유로 출입을 막고 있습니다."(SK건설 관계자)

지난 3일 낙동강살리기 사업 20공구에 건설된 합천창녕보(합천보) 현장. 현장조사에 나선 환경단체와 이들의 출입을 막는 시공사 간에 한바탕 몸싸움이 벌어졌다.


환경단체 "물받이공 등 유실, 세굴 15m" 의혹

바닥보호공 끝 부분 100m 연장 작업 진행 중

시공사 "자연적 팸 현상, 홍수기 앞두고 보강"



민간 전문가와 환경단체 모임인 '생명의 강 연구단' 소속 10여명과 취재진이 현장 확인을 위해 보 주변에 들어서려고 하자 시공사 측 직원들이 이를 막았고, 이 과정에서 환경단체 회원 1명이 부상을 당하고 경찰까지 출동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시공사 측은 차량을 동원해 공도교 입구를 봉쇄했고, 이를 피해 난간으로 진입하려는 환경단체 회원들을 몸으로 밀어붙이면서 추락 직전의 아찔한 순간이 벌어지기도 했다.

2시간 여의 실랑이 끝에 현장을 둘러본 박창근 관동대학교 교수 등은 세굴(洗掘·거세 물살로 강 바닥이 패이는 현상)로 인한 보 하류의 바닥보호공 유실 의혹 등을 집중 제기했다.

합천보 하류 20m 지점에는 대형 바지선을 띄워놓고 굴삭기가 보강공사를 위해 강 바닥의 모래를 걷어내는 모습이 목격됐다. 하류 100m 지점에도 준설선이 정박해 있어 대대적인 보강 공사가 벌어지고 있음을 짐작케 했다.

박 교수는 "보강공사의 규모와 위치 등으로 미뤄볼 때 보 하류에 설치된 물받이공과 바닥보호공이 일부 유실된 것으로 보인다"며 "시공사 측이 결사적으로 현장 진입과 수심 측량을 방해하는 것도 이같은 사실이 밝혀질 경우 파장을 우려한 때문"이라고 말했다.

본보 취재 결과 합천보 하류에는 당초 물받이공 20m, 바닥보호공 40m가 설치돼 있었으나 이를 각각 20m씩 연장해 바닥보호공 끝 부분을 100m까지 연장하는 공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합천보 양쪽 둔치 일대에 보강공사에 사용될 대형 돌망태가 수백개 쌓여 있어 상황이 간단치 않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시공사인 SK건설 관계자는 "올 여름 홍수기를 앞두고 보강공사를 실시하는 것"이라며 "자연적인 패임 현상 외에 세굴은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상류의 달성보와 하류의 창녕함안보(함안보) 세굴 깊이가 각 10m, 21m에 달한 사실에 비춰 합천보의 세굴은 최소 15m에 이를 것이라고 추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생명의 강 연구단은 "함안보 상류에서도 가동보와 불과 20여m 떨어진 지점에서 8~9m 깊이의 강바닥 세굴이 발생했다"며 "세굴 현상이 보 상·하류에서 동시에 발생해 보 안전을 크게 위협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수공 측은 고정보 상류 70m 지점의 수심이 13m에 이르는 것을 확인했으나 이는 세굴이 아닌 강바닥 요철 현상으로 보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고 해명했다.

정상섭 선임기자 vers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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