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마녀사냥, 일반인까지 '먹잇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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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선당 임신부 폭행사건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하는 무책임한 폭로와 비방이 유명 인사들뿐 아니라 불특정 시민조차 '마녀사냥'의 먹잇감으로 전락시키고 있다.

최근 국민적 공분을 샀던 '채선당 임신부 폭행'과 '된장국물녀' 사건은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가 진원지가 됐다. 일반인이 올린 사연을 네티즌들이 퍼나르거나 옮기는 과정에서 확대재생산되면서 사건은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치달았다.

이 때문에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올바른 여론형성과 사회적 비판 기능으로 주목받고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가 공공의 여론형성 장으로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나친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는 자제해야 한다는 자정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임신부 폭행·된장국물녀 등 무차별 폭로·비방
하루아침에 '공공의 적' 낙인, 억울한 피해자 양산
"자기과시·익명성 결합… 무비판적 확대 재생산"



△ 채선당·국물녀에 슈퍼폭행녀까지

지난 17일 천안에서 '채선당(식당) 임신부 폭행사건'이 터졌다. 폭행을 당했다는 한 임신부가 인터넷에 사연을 올리면서 일파만파로 번진 이 사건은 종업원의 불친절을 넘어, 임신부의 배를 발로 차는 등 상식 밖의 행동으로 네티즌들의 공분을 샀다. 식당 종업원은 엄청난 곤욕을 치러야 했고, 체인점 전체가 매출 감소에 시달렸다.

하지만 경찰 수사 결과가 밝혀지면서 사건은 급반전됐다. 종업원과 손님 간에 시비와 몸싸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피해자가 애초 주장했던 것과는 다른 부분이 많았고, 결정적으로 피해자의 배를 걷어찼다는 진술이 거짓으로 드러난 것이다.

24일에는 서울의 한 식당에서 한 여성이 국물을 들고 서 있다가 충돌한 아이의 얼굴에 뜨거운 국물을 쏟고 사라졌다는 폭로가 떠돌기 시작했다. 이른바 '된장국물녀' 사건이다. 화상을 입은 아이의 사진까지 공개되면서 인터넷은 흥분으로 들끓었다.

네티즌수사대는 즉각 '국물녀' 온라인 공개 수배에 나섰다. 국물녀로 지목된 50대 여성은 네티즌들의 인신 공격에 시달리다 결국 이틀 뒤 경찰에 자진출두했다.

CCTV 확인 결과 또 한 번 반전 드라마가 연출됐다. 피해 어린이가 뛰어오다가 충돌을 한 장면과 부딪힌 여성이 주방에 도움을 청하는 장면이 녹화돼 있었기 때문이다. 비난의 화살은 공공예절을 지키지 않은 아이를 방치한 부모에게로 급선회했다.

사건의 여운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이번에는 중년 여성이 여고생을 슈퍼마켓까지 찾아와 일방적으로 폭행하고 사라졌다는 이른바 '슈퍼폭행녀' 사건으로 온라인 공간이 다시 시끌벅적하다.


△ 마녀사냥의 사회학

정확한 사실 확인 없이 맹목적인 비난을 퍼붓는 네티즌들의 행태 뒤에는 사람들이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선택적 지각'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새로운 정보를 접하면 자신이 가진 고정관념과 충돌하지 않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입장에서 선택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유명인이나 전문가가 가세하면 의혹은 진실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강용석 의원이 제기한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 사건 역시 '박 시장이 자신의 정치 생명이 걸린 아들의 병역 비리를 쉽게 저지를 수 있겠느냐'는 상식적 판단은 'MRI 사진에 나타난 체형이 박 시장 아들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묻히고 말았다.

편 가르기 현상도 이에 일조하고 있다. 한 심리학과 교수는 "같은 병역 비리 의혹 사건을 두고도 박 시장이냐 보수 인사냐 하는 정치적 성향에 따라 의혹에 동조하는 집단의 면면도 달라졌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맹목적 마녀사냥은 SNS가 가진 파급력과 폭발력을 타고 그 폐해가 더 커지고 있다. 일방적 주장을 담은 글들이 SNS 등을 통해 무차별 살포되고, 성향이 비슷한 사람끼리 무비판적으로 퍼나르는 과정에서 확대재생산되는 것이다.

동의대 김연식(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시민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미디어 활용 능력이 생기면서 정보의 민주화라는 긍정적 측면 이면에 일부 부작용도 생기고 있다"며 "자신의 주장이 사회적 이슈를 만들고 대중의 여론을 지배할 수 있다는 자기 과시욕과 익명성이 결합되면서 이성적 분석보다는 감성적이고 자극적인 주장들이 인터넷 여론을 지배하는 폐해를 낳고 있다"고 우려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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