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최대 토바 호수에 낳은 '거위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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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바호수 안 사모시르 섬에 사는 바탁족 주민들이 배 모양의 전통 가옥 앞에서 전통 무용 공연을 펼치고 있다. 이들에게 토바호수는 삶, 그리고 우주 자체가 아닐까.

몇 년 전 인도네시아 발리에 신혼여행을 갔을 때였습니다.

발리의 호텔과 리조트는 한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만큼 호화로워서 놀랐습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리조트 바깥으로 나서면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졌습니다.

거리에서 만난 현지인들은 너무 가난했습니다.

우리 같은 여행자들이 몰려와서 쓴 돈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요?

이 의문은 나중에 풀렸습니다.

여행에서 쓴 돈 가운데 70~85%는 외국인 소유의 호텔이나 관광 관련 회사들에 의해 해외로 다 빠져나갑니다.

여행사에 모든 비용을 지불한 패키지여행이라면 현지에 남는 돈은 더욱 미미해집니다.

현지 공동체에는 우리가 쓴 돈의 단 1~2%만 돌아간다는 게 슬픈 현실입니다

현지인 운영 숙소서 묵고
현지에서 나는 음식 먹고
쇼핑보다는 기부에 힘쓰는

공정여행(Fair Travel) 다 함께 떠나보실까요?


태국에는 코끼리의 야성을 없애고 사람을 태우도록 길들이는 과정에서 정신이상이 되거나 죽는 코끼리가 많다고 합니다.

좋아하는 여행을 가지 않는 편이 지구를 위하는 길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혹시 '공정여행'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공정여행(Fair Travel)은 '공정무역(Fair Trade)'에서 나온 개념입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대등한 관계를 맺는 공정무역처럼 여행자와 여행 대상국의 국민이 평등한 관계를 맺는 여행을 일컫는 말입니다.


좋은 말 같은데, 선뜻 이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 부산지역 환경단체인 '생명그물'

회원들이 만든 공정여행 전문 사회적기업 '거위의 꿈'

조합원 6명이 첫 해외 문화생태 기행을 떠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소를 이용하고, 현지에서 생산되는 로컬푸드를 먹고, 지나친 쇼핑을 하지 않으며, 기부 등을 통해 서로를 성장하게 하는 여행을 하기로 마음먹었답니다.

배낭을 짊어진 이 갸륵한 젊은이들(?)의 평균 연령은 50세를 살짝 넘었습니다.

8박 9일간 말레이시아 믈라카, 페낭을 거쳐 인도네시아 토바 호수로 떠난 여정에 동행을 했습니다.

어땠을 것 같습니까. 네, 솔직히 숙소도 음식도 좀 불편했습니다.

그래도 좋았습니다. 여름 철새처럼 멀리 날아갔습니다.

동남아에서 가장 큰 호수인 토바 호수에 내려 우리는'물 만난 거위'가 되었습니다.

토바 호수는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북부에 있는 화산 폭발로 생긴 칼데라 호수입니다.

수천 년 전에 이곳의 화산이 대폭발을 해 어마어마한 양의 화산재가 햇빛을 가로막아 겨울이 수십 년 동안이나 지속되었답니다.

그 시절의 흔적인 유황 온천에 몸을 담갔습니다.

딱딱했던 머리가 곧 흐물흐물, 유연해졌습니다.

지금까지 패키지여행을 통해 화려하게 화장한 모습만 보고 온 게 아닐까, 반성이 되었습니다.

공정여행을 통해 민낯의 얼굴을 만나니 서로 마음이 통합니다.

몸은 조금 불편해도, 마음이 편안하니 훨씬 좋습니다.

'거위의 꿈'이 떠난 첫 공정여행을 소개합니다.

인도네시아 토바 호수=글·사진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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