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 인 블랙' 증오로 가득찬 일기…마을의 아이들은 하나둘씩 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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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인 블랙' KT&G 상상마당 제공

동그란 안경을 쓰고 주문을 외치던 마법 소년이 아이를 둔 강인한 아버지로 변신했다.

제임스 왓킨스 감독의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우먼 인 블랙'은 자살한 여인의 유서를 정리하기 위해 작은 마을에 간 젊은 변호사가 연쇄적으로 일어난 끔찍한 사건의 비밀을 밝히는 이야기를 담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영화의 주인공이 바로 다니엘 래드클리프라는 점. '해리포터' 시리즈 주연을 맡아 지난 10년 동안 마법 소년으로 전 세계 관객들을 사로잡았던 그가 '해리포터' 이후 처음 도전한 성인 영화라서 이래저래 관심을 끈다.

아내를 잃은 슬픔에 괴로워하던 변호사 아서 킵스(다니엘 래드클리프)는 소속 로펌에서 자살한 여인의 유서를 정리하라는 지시를 받고 해변의 외딴 마을을 찾아간다. 하지만, 아서가 묵기로 한 여인숙의 주인 부부를 비롯해 만나는 사람마다 이방인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빨리 쫓아 보내려고까지 한다.

아서는 마을 사람들의 만류에도 여인의 고저택을 찾아가고, 거기서 누군가에 대한 증오로 가득한 일기를 발견한다. 이어 이상한 소리가 나는 쪽을 따라 2층의 한 방에 들어간 아서는 창밖의 먼 들판에 검은 옷을 입은 한 여자가 서 있는 것을 본다. 그 뒤로 마을의 아이들이 영문도 모르게 하나둘씩 죽어나가는데….

유럽에서 큰 인기를 끈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선혈이 낭자한 공포물이 아니라 슬픈 정서와 함께 조용하게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스릴러 형식으로 빚어졌다.

영화의 배경이 된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저택과 함께 검은 옷을 입은 묘령의 여인은 시종일관 긴장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원한 때문에 죽지 못하고 구천에 떠도는 원혼'이란 점은 우리 정서와도 맞아 국내 관객들에게도 친근하게 다가온다.

여기에 뛰어난 음향과 시각 효과는 돋보인다. 썰물일 때에만 육지와 연결되는 저택의 고립된 풍경, 낡은 저택 안에 도사린 오래된 가구와 물건들은 이곳을 떠도는 이상야릇한 존재의 이미지를 강렬하게 각인시킨다. 또한 전체적으로 침울한 분위기에 낮은 사운드가 흐르다가 주요 순간에 귀를 자극하는 효과음도 공포감을 자아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동그란 안경을 벗고 성인 역을 처음 맡은 래드클리프는 어떨까. 아내를 잃은 슬픔을 성숙한 감정으로 표출했고 음산한 기운이 맴도는 저택에서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홀로 고군분투하며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강인한 모습을 선보인다. 16일 개봉. 김호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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