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그레이' 알래스카 늑대떼, 추락 항공기 생존자들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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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그레이' 조이앤컨텐츠그룹 제공

인생은 황량하고 모래뿐인 사막 같다. 반면 젖과 꿀이 흐르는 낙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삶은 힘겹고 고달프다. 그래도 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리암 니슨 주연의 '더 그레이'는 이런 질문에 응답하는 영화다. 얼음뿐인 동토에 추락한 비행기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생존기를 담은 재난영화로 포장했지만, 그 속에는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거창한 철학적 메시지를 녹여놓았기 때문이다.

영하 30도를 밑도는 혹한이 몰아치는 알래스카에서 석유 채취 작업장 경비원으로 일하는 오트웨이(리암 니슨). 휴가를 가기 위해 탄 항공기는 이내 기상이변으로 추락하고 그는 가까스로 살아남는다. 생존자는 불과 여섯 명. 다급하게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던 그들에게 다가오는 건 굶주린 늑대떼. 자신들의 영역에 들어선 낯선 존재를 공격하기 시작하자 위협을 느낀 생존자들은 직접 인가를 찾아 나선다. 하지만 낮과 밤을 가리지 않는 늑대의 기습과 혹한에 하나둘, 목숨을 잃어가는데….

'A-특공대' 조 카나한 감독 메가폰
리암 니슨 - 늑대 대결 장면 압권
'인생이란 무엇인가' 메시지 담아

'A-특공대'를 연출했던 조 카나한 감독의 이 작품은 긴장과 이완을 적절히 이용해 지루하지 않게 상영시간 117분을 끌고 나간다. 비행기 추락, 혹독한 추위, 살인 늑대의 공격이라는 벼랑 끝 상황을 빚어가며 전작에 이어 이번 영화에서도 그의 장점을 잘 드러낸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사실적인 비행기 추락 장면, 어둠 속에서 늑대의 지속적인 공격, 끈을 이용해 절벽을 탈출하는 장면은 긴장감을 조성해 나가는데 꽤 설득력이 있다.

감독은 이런 위기 상황을 마치 인생에 빗대고 있다. 늑대의 습격과 추위로 생존자가 3명만 남은 상황에서 디아즈 역을 맡은 프랭크 그릴로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다. 험난한 절벽을 어렵게 통과하고 물이 흐르는 냇가에 이르렀지만, 부상으로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린다. 그리곤 "나를 놓고 가세"라고 말한다. 동료는 "이제 민가도 멀지 않았다"며 손을 내밀었다. 그럼에도 그는 "저기 눈으로 둘러싸인 산을 보게. 저게 내 삶이네. 난 저런 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네"라며 세상과의 인연을 끊는다.

최후의 1인이 된 주인공 리암 니슨의 카리스마는 상당하다. '쉰들러 리스트'(1993년)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일약 톱스타로 우뚝 선 그는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액션스타의 이미지를 굳혀가고 있다. 이 작품은 '테이큰'보다 액션의 강도는 약하지만, 되레 멋있고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동료의 죽음을 위로하는 장면과 늑대와 맨몸으로 맞붙는 장면 등 이 모든 연기를 그는 눈빛 하나만으로 표현한다.

그의 마지막 장면 연기는 이 작품의 백미이자 감독이 전하려는 메시지가 아닐까. 동료가 모두 죽고 혼자 살아남아 늑대떼와의 일전을 앞두고 그는 칼과 깨진 병을 손에 움켜쥔다. 그리곤 유년 시절 아버지가 써준 시 한 구절을 비장하게 읊는다. '한 번 더 싸워보세/ 마지막으로 폼나게 싸워보세/ 바로 이날 살고 또 죽으세/ 바로 이날 살고 또 죽으세.' 16일 개봉.

김호일 선임기자 tok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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