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보고 생각 키우고] 값싸고 유익한 '적정 기술' 어떤 게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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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최신'이고, '첨단'이라도 그것이 나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무용지물이다. 싸고, 상대적으로 간단한 기술과 현지 재료를 사용하여 만들고 활용할 수 있는 적정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다. 부산일보DB

어제까지 최신형 스마트폰이었던 것이 내일이면 구형이 되고, 스마트TV, 인공지능 냉장고, 컴퓨터 등 최첨단을 좇고 있는 세상 한가운데 서 있는 자신을 돌아보라. 누구든지 '최신' '첨단'의 것을 손에 쥐어본 날이면 절로 눈이 번쩍, 귀가 쫑긋해진다. 그런데 이 첨단기기들이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히말라야 골짜기 마을 사람들이나 마실 물 한 모금 얻기 어려운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주어진다면 어떤 반응들을 보일까? 아마도 이 쓸모없는 것들을 왜 우리에게 주는 걸까 하고 화를 내지는 않을까?

아무리 '최신'이고, '첨단'이라도 그것이 나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무용지물이다. 이런 관점에서 시작했으리라 짐작되는 것이 있다. 1973년 영국의 경제학자 슈마허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서 '중간기술(Intermediate Technology)'을 제안했다. 대량생산기술이 생태계를 파괴하고 희소한 자원을 낭비한다고 지적하면서, 근대의 지식과 경험을 잘 활용하고 분산화를 유도하며 재생할 수 없는 자원을 낭비하지 않는 대중에 의한 생산 기술을 제안한 것이다. 이 기술이 저개발국의 토착기술보다는 훨씬 우수하지만 부자들의 거대기술에 비해서는 값싸고 소박하다고 하면서 '중간기술'이라고 명명했다.

대량 생산에 의한 희소자원 낭비 막아
저개발국에 유용, 첨단시대 약점도 보완


이 중간기술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현지에 존재하며, 일반적인 사용이 가능할 만큼 충분히 싸고, 상대적으로 간단한 기술과 현지 재료를 사용하여 만들고 활용할 수 있으며,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기술로 정의된다. 이후 이것은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로 대체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대에 들어서부터 본격적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적정기술의 대표적인 예로는 '큐드럼'이 있다. 개발도상국에서 여성이나 어린아이들이 물을 구하러 다닐 때 쉽게 운반할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다. 큐드럼은 사람이 도구 없이 한 번에 옮길 수 있는 양의 약 5배가량을 옮길 수 있으면서 15년 이상 쓸 수 있을 정도로 견고하다. 그 외에 오염된 물을 쉽게 정화해서 바로 마실 수 있게 해 주는 휴대용 정수기 '라이프 스트로'도 있다.

우리나라의 김만갑 굿네이버스 적정기술 전문위원은 추위에 떠는 몽골인들을 위해 G-Saver라는 난방기구를 개발했다. 그 외에도 뜻있는 사람들이 네팔에는 흙을 이용한 건축 기술, 말라위에는 버섯 재배 기술, 캄보디아에는 태양광 램프, 베트남에는 태양열 축전장치와 태양열 전등, 에콰도르 오지에는 돌·갈대의 미생물을 이용한 친환경정화의 하수처리 기술 등 다양한 적정기술을 이용해 여러 개발도상국에 도움을 주고 있다.

그렇다면 적정기술은 개발도상국 등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기술만을 이르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지난 여름 전국적으로 있었던 갑작스러운 정전사태나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 거대하고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과학기술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런 상황에서도 태양열 축전장치나 휴대용 태양열 전등과 같은 것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이처럼 적정기술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주목받을 전망이다. 과거와는 달리 현재는 에너지, 경제, 식량, 기후변화 등의 위기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내에서도 카이스트생들이 에너지 빈곤층을 위해 적정기술을 이용한 '저예산 태양열 난방기'를 개발하기도 하고, 담양군에서는 화덕 장인, 흙건축 장인, 돌담 쌓기 장인 등 적정기술을 이용한 다양한 형태의 에너지 장인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결국 적정기술은 그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그것을 이용해서 무엇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개발과 세계화라는 미명 아래 잃어가고 있는 것들을 찾을 수 있다면, 또 그것을 이용해서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 나와 이웃의 삶의 질을 개선하며, 나아가 해외원조와도 연결된다. 그래서 지구 전체를 살리는 데까지도 바라볼 수 있다. 이래서 어떤 이는 이것을 '착한 기술', '따뜻한 기술'이라고도 부르는가 보다. 이은희·부산 신정중학교 교사·

부산시교육청 중등NIE사이버지원단 leh29@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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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기술에 대해 알아보자.

1. 적정기술이란 무엇인가?

2. '큐드럼'과 '라이프스트로'의 형태와 기능,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지 등을 더 알아보자.


↓ 생각 키우기

다음은 굿네이버스 적정기술센터(cafe.naver.com/socialfactory2010)에서 제시한 적정기술의 적정한 디자인이 갖추어야 할 조건들이다.



*기술이 필요한 지역을 세분해서 정하라.

*문제를 세분화해서 정의하라.

*현지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라.

*현지에서 나는 재료를 사용하라.

*운영과 관리 측면을 생각하라.

*문화에 적합한지를 살펴보자.

*오래전부터 전래되어 온 기구를 고치려 하지 마라.

*디자인은 단순하게.

*노동집약적으로.


1. 적정기술의 구체적 사례를 더 알아보고 위에서 제시한 조건들과 잘 맞는지 확인해 보자.

2. 담양군의 '에너지 장인'사례는 어떤 면에서 적정기술을 이용했다고 할 수 있는지 근거를 찾아보자.

3. 적정기술을 개발하는 데에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자.
스크랩할 부산일보 기사(인터넷 기사 포함)

2011년 11월 24일 1면'원조→개발 협력' 패러다임 바꾼다.

                 9월 7일 25면 빈곤층 복지 위한 '사회적 기업' 활성화 방안은?

                 4월 8일 31면 사회적 기업을 위한 적정 경영.


용어해설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 :
세상을 바꾸는 희망의 기술, 36.5도의 과학 기술, 소외된 90%를 위한 공학(기술), 소외된 90%를 위한 디자인 등으로도 지칭. 정부에서는 지난해 말 'R&D 36.5℃ 전략'에서 적정기술 개발·보급 방안을 발표했고, 지식경제부는 저개발국 국민을 위한 적정기술 개발·보급 확대와 이를 활용한 저개발국과의 산업자원 협력 활성화 등을 추진할 방침임. 그 외에도 관련 연구소와 센터, 아카데미 등이 확산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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