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꼬리 내린 새누리당 신공항 공약 '남부권' 표현 삭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남부권 신공항 재추진' 발언으로 부산 지역에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이 앞으로 '남부권 신공항'이라는 표현 대신 '신공항'이나 '동남권 신공항'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부산시와 시민단체는 "표현만 바뀔 뿐 내용은 그대로"라며 "김해공항의 가덕 이전 이외의 어떤 신공항 공약도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해 신공항을 둘러싼 파문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총선공약단 조원진 팀장, 부산일보 통화서 밝혀
부산시·시민단체 "내용은 변화 없어" 반발
신공항 공약을 담당하고 있는 새누리당 총선공약단의 조원진 국토균형팀장은 10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남부권 신공항 재추진' 공약에서 일단 '남부권' 표현을 삭제하기로 했으며, 이전에 사용했던 표현(동남권 신공항)이나 신공항으로만 쓰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남부권 신공항이라는 용어에 대한 부산지역의 반발을 고려한 것이다.
그러나 남부권 신공항의 개념을 사용하면서 영남외에 호남·충청권을 아우른 것에도 변화가 있느냐는 질문에 "더이상 대답하지 않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조 팀장은 앞서 지난 1일 "당 내에서 남부권 신공항을 추진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는 영남과 호남은 물론, 충청권 일부를 포괄한다"며 신공항 문제를 재점화시킨 인물이다. 조 팀장은 대구지역(달서병) 국회의원으로, 박 위원장의 남부권 신공항 발언도 그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이다.
새누리당 부산시당 산하 동남권신공항재추진위원장인 김정훈 의원도 "이주영 정책위의장에게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전달했고, 이 의장으로부터 '아직 검토 단계이며, 채택되거나 진행된 것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용어나 개념 모두 유동적"이라고 전했다.
이날 조 팀장의 발언으로 미뤄 신공항이나 동남권 신공항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지역 개념을 놓고선 부산지역의 반발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 '남부권 신공항' 용어를 고집해온 대구·경북 지역의 반발도 거셀 것으로 예상되는 등 영남권이 또다시 신공항 문제로 분열양상을 빚을 조짐이다.
한편 새누리당 부산시당은 11~12일 중으로 부산에서 소속 국회의원들이 모여 긴급 간담회를 갖고 박 위원장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김해공항 가덕 이전 범시민운동본부 박인호 공동대표는 "남부권이라는 용어는 당연히 빼는 게 맞지만 이름만 빼서 되는 게 아니다"며 "내용적인 면에서 김해공항의 가덕 이전을 공약화 해야 한다는 게 부산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부산시 고위관계자도 "표현이 바뀐다고 해서 대구·경북(TK)의 노림수에 부합하는 새누리당의 신공항 공약화 방침이 바뀐 게 아니지 않느냐"며 의구심을 거두지 않았다.
또다른 시민단체 관계자는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TK 중심의 친박 그룹의 의도가 '밀양 신공항'에 맞춰져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라며 "부산은 여기에 놀아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동진·손영신 기자 dj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