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만의 추억 만들기로 "당신을 더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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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타인데이 이색 데이트 여기 어때!

연애의 시작, 얼굴만 보고 있어도 가슴 벅찬 시기다. 넘치는 사랑으로 데이트 장소 따위는 별 문제되지 않는다. 하지만 '밥+영화+차'라는 '정석 데이트 코스'는 시간이 지날수록 연애의 즐거움을 떨어뜨린다. 결혼 생활도 마찬가지다. 치열한 일상에 육아까지 겹치면 데이트는 어느 새 희미한 추억이 되고 만다. 뻔한 데이트가 지겨워 둘만의 시간을 새롭게 기억하고 싶다면 색다른 데이트로 눈을 돌려보면 어떨까.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이색 데이트를 즐길 수 있는 3곳을 간추려봤다.


# 직접 만든 와인으로 사랑을 키워요

와인을 직접 만든 뒤 본인의 얼굴이 들어간 라벨을 붙인 '나만의 와인'을 가질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해서 찾아나섰다.

자가양조 전문점 '셀프와인'(부산 수영구 남천동 7의4 금양빌딩 지하 1층·051-611-7550)에 들어섰다. 오는 4월 결혼을 앞둔 김현균(28·울산 중구) 오정아(26·울산 남구) 씨 커플이 와인을 만들기 위해 샘플을 시음 중이었다.

이들은 "와인을 만들며 결혼 준비도 하고 막간 데이트도 즐길 겸해서 찾았다"며 웃음지었다.

셀프와인에서 만들 수 있는 와인은 화이트와인 등 총 10가지. 포도 원액과 효모, 첨가물 등으로 구성된 캐나다산 와인 키트로 만든다. 와인 키트 1개로 30병 정도 만들 수 있다.

포르투갈 포트와인을 고른 이들은 우선 플라스틱 통에 끓는 물 500㎖를 넣고 포도 단백질을 흡수해 와인을 맑게 해주는 점토의 일종인 벤토나이트를 넣어 섞었다. 여기에 포도 원액을 넣고 5~10분간 스틱으로 저었다.

이들은 "쉬지 않고 젓는 게 힘들기는 하지만, 서로 교대해주면서 자연스럽게 사랑을 확인할 수 있어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됐다"며 입을 모았다. 거품이 어느 정도 생긴 뒤 통을 숙성실로 옮겼다. 이어 하트 모양으로 효모를 넣어니 1시간에 걸친 와인 만들기 체험이 끝났다.

이렇게 만들어진 와인은 24도 정도의 저장고에서 6주간 발효·숙성하는 과정을 거치면 완성된다. 깨질 우려가 있어 완성된 와인을 직접 찾아가야 하는 게 다소 번거롭다.

한번에 만드는 양이 많아서 주로 결혼답례품을 마련하려는 신혼부부들이 많이 찾지만, 한 달에 1∼2차례 정도 열리는 '와만데이'(와인 만들기의 날)에는 20~30대 커플은 물론 중년부부 등으로 북적인다. 이번 달에는 오는 25일 오후 7시 선착순 30명을 대상으로 이벤트가 마련된다. 참가비는 3만 원.



# 게임·인터넷·노래·영화감상 모두 즐겨라

'겨울에는 추워서 꼭 붙어 다니느라 사랑이 돈독해지는 커플이 늘어난다'는 속설이 떠오를 만큼 매서운 한파가 이어지고 있다.

요즘같은 겨울을 나는 연인에게 요긴한 장소가 있으니 바로 '멀티방'이다.

멀티방은 게임과 노래, 영화 감상 등 다양한 문화공간을 합쳐놓은 곳을 일컫는다. 청소년 탈선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정부에서 최근 청소년 출입을 금하는 개정안을 공포했지만 부산 송도 해변가에 위치한 '스마일멀티방'(부산 서구 암남동 144의 1 세븐일레븐 3층·051-254-7373)은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탁 트인 전망에 조명도 밝아서 선입관을 떨쳐버리기 충분했다.

동갑내기 커플 강현준(20) 조은진(20·이상 부산 서구) 씨는 지난 두 달 간 네 번이나 이 곳을 찾았단다. 이들은 따뜻한 방에서 좋아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얘기를 나누고 과제물도 같이 할 수 있어 겨울철 데이트 장소로 제격이라고 치켜세웠다.

연인 뿐만 아니라 가족도 멀티방에서 오붓한 데이트를 즐길 수 있다. 아이와 친구 자녀 등 3명을 데려온 전애란(38·부산 영도구) 씨는 "아이들과 닌텐도위게임도 하고 영화도 보고 노래도 불러 좋다. 다음엔 남편이랑 같이 와서 오붓하게 데이트 해야겠다"며 즐거워했다.

서울과 수도권에는 멀티방이 이미 대중화됐다. 부산에는 서면과 해운대, 남포동 지역을 중심으로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청소년의 경우 오후 10시 이후에는 입장할 수 없다.



# 독립·예술전용관에서 우아한 데이트를

아무래도 연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데이트 장소는 영화관이다. 하지만 점찍어둔 영화가 금세 사라져 다투거나 북적이는 관객들로 발 디딜 틈 없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한숨 짓는 일도 허다하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번잡함이 싫다면 200석 규모의 오붓한 독립·예술영화 전용관 '아트씨어터 씨앤씨'(부산 중구 대청동 4가 81의1 가톨릭센터 1층·051-442-0602)를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영화관 문을 열자 넓은 홀과 다양한 영화 포스터, 작은 매표소가 반긴다. 지난 2009년 6월 개관한 아트씨어터에는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이 문을 두드린다. 아침마다 영화를 보러 오는 노부부도 있고, 최근 들어서는 젊은 연인들도 많이 찾는다.

아트씨어터 씨앤씨 허영진 팀장은 "시어머니와 며느리, 아버지와 아들처럼 독특한 커플도 찾아온다. 우리 영화관에서 여러 번 마주치다가 연인이 된 커플도 있다"며 미소지었다.

영화에 따라서는 단 한 커플만 보는 경우도 있단다. 영화관을 전세낸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듯. 인근에 오랜 역사가 담긴 국제시장과 보수동 책방골목 등이 있어 나들이 코스로도 좋다.

영화관이지만 '복합 문화 공간'이라고 부르는 게 더 맞을 듯하다. 주말에는 부산에서 활동하는 인디밴드들이 무료 공연을 하기도 하고 때론 우쿨렐레 강습이 열리기도 한다.

아트씨어터 씨앤씨 외에도 독립·예술 상영 영화관으로 부산 남구 대연동 '국도앤가람예술관', 부산 해운대구 우동 '시네마테크 부산'이 있다.

윤여진 기자·조영미 인턴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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