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물쇠만 20개, 친딸 4년 동안 감금…아동학대 아이들이 울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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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어머니에 의해 감금됐던 A 양의 집에 설치된 철제 덧문. 덧문에 스무 개가 넘는 잠금장치가 달려 있다. 부산동부아동보호전문기관 제공

'감금에 폭행, 동반자살 시도까지….'

어른들의 아동학대로 아이들이 병들고 있다. 부산의 아동학대 수준이 도를 넘어섰다.

어린이재단 부설 부산동부아동보호전문기관은 지난해 12월 무려 4년간 어머니에 의해 집 안에 감금되어 있던 A(17·여) 양을 구조해 냈다. A 양은 중학교 재학 당시 어머니에 의해 강제로 학교를 나와 줄곧 집 안에 갇힌 채로 생활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망상장애 엄마에 시달리던 10대 소녀 구조
극단적 동반자살 시도 등 갈수록 끔찍
"내 자식인데 왜…" 비뚤어진 양육관이 문제


A 양의 어머니는 망상장애 환자였다. 마흔이 훨씬 넘은 나이에 본 귀한 딸이 누군가에게 납치될 지도 모른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아파트 현관문으로도 모자라 현관문 안에 다시 철제 덧문을 설치한 뒤 20개가 넘는 자물쇠를 채워놓았다. 당시 현장조사를 나갔던 부산동부아동보호전문기관 직원은 "사방이 방범창과 커튼으로 둘러싸여 한낮인데도 집 안에 빛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A 양의 어머니는 아파트 현관 앞에는 CCTV를 설치한 뒤 남편에게 새벽 내내 자지 말고 실내에서 모니터로 접근하는 사람이 없는지 감시하도록 닦달했다.

결국 견디다 못한 아버지가 보호센터에 신고하면서 A 양의 감금 생활도 막을 내렸다. 보호센터는 경찰관을 대동해 A 양의 집을 찾아가 A 양을 긴급히 격리조치했다. 현재 A 양의 어머니는 6개월 예정으로 병원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앞서 지난 11월에는 학대하는 어머니 때문에 거식증에 걸린 아동이 구조되기도 했다. B(14) 군은 지난해 친아버지가 자살한 뒤 어머니와 함께 생활해 오면서 줄곧 학대를 받아왔다. 진단 결과 B 군의 어머니는 어린 시절 자신의 어머니가 자살한데다 4년 전 간 이식을 해준 오빠마저 사망하자 우울증에 시달려 오고 있었다. 지난해 남편까지 자살을 하게 되자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한 B 군의 어머니는 B 군을 화풀이 상대로 삼았다.

B 군 역시 아버지의 자살 장면을 직접 목격한데다 어머니가 눈앞에서 자살을 시도하는 바람에 아예 식사 자체를 거부한 채 방치되고 있었다.

한편 지난달에는 이혼한 30대 아버지가 아이를 심하게 흔들며 달래다 태어난 지 100일 된 아기가 뇌출혈을 일으켜 신고 되는 등 부모의 육아지식 부족으로 인한 아동학대도 방심할 수 없는 수준이다.

부산동부아동보호전문기관 조유진 복지서비스팀장은 "우리 곁의 아동학대는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심각한 수준"이라며 "'자기 자식 자기가 키우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전근대적인 양육관과 남의 가정사에 관여하기를 꺼리는 신고의식 부족 등이 아동학대를 키우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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