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재단 어떻게 운영되나 이름·권한 빼고 '수평적 나눔' 가치 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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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왼쪽)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6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재단 이사장으로 선임된 박영숙 미래포럼 이사장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안철수재단(가칭)의 운영방향 등 구상을 밝히고 있다. 박희만 기자 phman@

이른바 '안철수재단(가칭)'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재단의 밑그림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재산을 기꺼이 내놓되, 한 줌의 권한도 사유화하지 않는' 구조를 구축한 것이다. 안 원장이 기부하기로 한 ㈜안철수연구소 보유 주식의 절반은 6일 주가를 기준으로 2천300억 원에 달한다.

△이름도 권한도 없는 사회 환원=안 원장은 지난 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제가) 처음 제안자이고 기부자이지만 제 몫은 여기까지"라며 "다만 재단의 행사나 기부문화 증진활동을 도울 일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 역할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재벌기업 혹은 재력가들이 '사회 환원'을 자랑스레 내세우면서도 설립한 공익법인의 핵심부에 친위 세력을 심어 관리하는 관행과는 사뭇 다른 새로운 모범이다.

'안철수재단'은 상징적인 이름에서조차 출연자인 안 원장의 그림자를 지우기로 했다. 이달 16일까지 인터넷 제안을 받아 재단명을 결정한다. 재단 이름부터 국민의 재능 기부를 받아 첫걸음을 떼면서 기부를 끌어내겠다는 취지다.


여성운동 대모 박영숙 씨 영입… '키바' 모델 차용
특수관계 이사 20% 초과 않는 '성실공익법인' 목표



△새로운 가치, '수평적 선순환'=안철수재단이 내세운 가치는 '가치 선순환'과 '수평적 나눔'이다. "내가 사회로부터 받은 걸 베푸는 게 수평적 올바름"이라는 게 안 원장의 지론이기 때문이다.

안철수 원장이 눈여겨본 방법론은 '키바(Kiva)' 모델이다. 소액 금융(마이크로크레딧) 사업을 하는 키바는 61개국에 148명의 현장파트너를 두고 온라인으로 일하는 비영리 단체로, 지난 2005년 설립됐다. 소액 대출을 원하는 이에게 개인 기부자들이 인터넷으로 1인당 25달러가량을 기부하는 형식으로 자신의 사업을 꾸려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안 원장은 "왜 굳이 대출로 하냐 하면 수혜자가 다시 기부자가 되는 선순환이 우리나라에 훨씬 맞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안철수 재단, 누가 이끄나='안철수재단'은 박영숙(80) 전 한국여성재단 이사장이 이끈다. 박 이사장 내정자는 여성운동계의 대모로 과거 평화민주당 부총재와 총재 권한대행을 맡았고, 매년 '100인 기부 릴레이'를 주도해 기부 문화 확산에 기여해 왔다.

4명의 이사 내정자들도 회계 법률 컨설턴트 등 다양한 면모를 갖췄다. 고성천 삼일회계법인 부대표는 대한상공회의소 조세위원회 위원이자 세무학회 부회장이기도 하다.

윤정숙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는 한국여성민우회 활동 등 여성운동에 매진했다. 2006년부터는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목희 씨가 남편이다.

검사 출신 변호사인 윤연수 카이스트 기술경영대학원 교수는 ㈜안철수연구소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김영 ㈜사이넥스 대표이사는 주한 미대사관 선임 상무관 출신이다. ㈜사이넥스는 의료기기, 의약품 신제품에 대한 시장 진입 전문 컨설팅 회사다.



△진정한 공익법인을 향하여=안철수재단은 다음 달이면 닻을 올린다. 재단은 이사회를 중심으로 사무 공간과 실무진을 구성한 뒤 법인의 약관 등을 통해 재단 이사회의 위상과 역할, 운영의 투명성과 '수평적 나눔'을 현실화 할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다.

재단이 밝힌 2년 후 모습은 '성실공익법인'이다. 소득의 80% 이상을 공익 목적에 사용하고, 출연자나 특수관계자가 이사의 5분의 1을 초과하지 않는 법인을 말한다. 재단의 항로는 오로지 '투명성'과 '독립성'에 맞춰진다는 의미다.

안철수연구소 관계자는 "거액의 재산을 쾌척한 정신을 볼 때 안철수재단은 모든 것을 공개하고 투명한 운영을 할 것이라는 데 대해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심층기획팀=이재희·박세익·이자영 기자 deep@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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