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돔구장 꼼수'에 해고자는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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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기 정리해고에 반발해 파업에 돌입한 PSMC(옛 풍산마이크로텍) 노조가 2일 밤 부산시청 광장에서 영하권의 날씨 속에 노숙투쟁을 벌이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파업 4개월째를 맞고 있는 ㈜PSMC(옛 풍산마이크로텍)의 대규모 정리해고 사태가 풍산그룹의 돔구장을 내세운 개발(본보 1월 4일자 1면 보도) 욕심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PSMC 지회는 3일 "풍산그룹이 그린벨트를 해제한 뒤 그 땅에 아파트와 명품 아웃렛을 짓기 위해 회사를 팔아치웠다"며 "돔구장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을 내세워 부산시민을 현혹시키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20여 년간 부산의 반도체 제조업을 이끌어온 회사 매각과 노동자 해고라는 부도덕성이 자리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풍산그룹 반여동 부지
GB해제 뒤 땅 장사 욕심
"개발이익 노리고
계열사 PSMC 기습매각"

직원 58명 해고 신세
거리 내몰려 넉 달째 파업
"우리는 살고 싶다"
혹한 속 힘겨운 노숙투쟁


풍산그룹은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 PSMC 공장 터를 포함해 개발제한구역 140만㎡(약 43만 평)를 소유하고 있다. 당초 반여동 땅에 ㈜풍산 부산사업장 탄약공장, ㈜풍산홀딩스 기계사업부, ㈜풍산마이크로텍을 운영 중이던 풍산그룹은 지난 2010년 12월 ㈜하이디스에 풍산마이크로텍을 돌연 매각했다.

㈜PSMC 노조 문영섭 지회장은 "회사 매각은 없다고 부회장이 공언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원들이 연말 휴가를 간 사이에 회사가 기습적으로 팔렸다"며 "이미 경남, 경북에 다른 공장 부지를 마련해 둔 기계사업부, 탄약공장과 달리 정리가 쉽지 않은 마이크로텍만 떼어 파는 꼼수를 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풍산 측이 인수 적합 업체로 선정했다는 ㈜하이디스는 자금난으로 인해 결국 지난해 3월 경영권을 유한회사 FNT에 넘겨줬다. FNT 측은 회사 이름을 ㈜PSMC로 바꾸고 지난해 11월 노조 간부 17명을 포함, 58명을 정리해고 했다.

영하의 혹한 속에 지난달 26일부터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는 ㈜PSMC 노조 측은 "반여동 일대 땅에 돔구장과 아파트가 들어서면 풍산 측은 시세 차익만 최대 1조 5천억 원을 챙기게 된다. 풍산이 땅 장사를 노리고 PSMC를 폐업하기 위해 부실업체에 매각한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 중이다.

실제 풍산그룹은 지난 2009년부터 돔구장 건설 사업 추진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풍산의 류진 회장은 지난 2009년 7월 대한상의에서 개최된 제3차 민관합동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다목적용 돔구장 건설을 위해 입지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건의하기도 했다.

또 풍산 측은 허남식 부산시장, 배덕광 해운대구청장 등 지자체장까지 만나 돔구장 건설 사업을 수차례 제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풍산 소유 반여동 땅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다. 이 때문에 풍산의 단독 개발은 불가능한 상태다. 국가, 지자체, 지방공사 등이 공영개발 하거나 민간 출자 비율이 50% 미만인 특수목적법인만이 사업 주체가 될 수 있다.

풍산 측은 "낙후된 해운대 북부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호텔, 쇼핑몰, 주거시설 등 다목적 돔구장 중심의 첨단 복합단지 개발이 필요하다"며 "현행법상 공영개발만 가능하기 때문에 1조 원대 차익을 노린 개발 사업을 위해 PSMC를 기획 매각했다는 노조 측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주장했다.
 
심층기획팀=이재희·박세익·이자영 기자 deep@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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