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불황 여파 '매장 문화재' 부실 발굴 걱정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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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조사기관은 우후죽순으로 늘고, 건설경기 여파로 발굴 현장은 줄면서 매장 문화재 발굴 과당 경쟁과 덤핑 수주가 속출하고 있다. 사진은 김해 대성동고분군 유적 발굴 현장 모습(기사와는 무관). 부산일보 DB

지난해 말, 국립경주박물관 한 발굴조사 입찰공고 접수 결과 십여 개에 달하는 기관이 입찰에 참여했다. 이곳 발굴대상지 발굴비용은 문화재청의 표준품셈에 의하면 7억 원 안팎이었다. 하지만 실제 낙찰된 가격은 이보다 훨씬 더 낮은 2억 원대 수준이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문화재 관계자들은 이런 비용으로 문화재 발굴 조사를 한다는 것은 아파트 공사에서 덤핑수주와 같은 것이며 이는 아파트 부실 공사처럼 부실 문화재 발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우려했다.

1999년까지 8곳에 불과하던 매장 문화재 전문조사기관은 2000년대 들어 개발 붐을 타고 우후죽순으로 늘어났다. 국공립 기관을 제외하고 전국에서 활동 중인 조사기관은 한국문화재조사연구기관협회(한문협) 회원 기준, 1월 현재 57곳으로 이들 종사자는 대략 2천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문 조사기관 우후죽순
건설경기 침체로 일감 급감
과당 경쟁·덤핑 수주 속출
정부 차원 개선책 시급해


전문가들은 한문협에 가입하지 않은 곳까지 합하면, 매장 문화재 조사기관은 최대 80~90여 곳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경제불황 탓에 건설 경기가 침체하면서 매장 문화재 발굴 분야는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실제로 최근 문화재청이 2005년 이후 지표·발굴조사 비용과 건수를 집계한 결과 지난해 전국에 걸친 발굴조사 비용은 1천745억 원으로, 2010년 3천218억 원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발굴조사 전 단계인 지표조사 비용은 2010년 136억 원에서 지난해에는 52억 원이 줄어 84억 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발굴 조사 건수는 903건으로 전년도 1천92건과 엇비슷하고, 지표조사 건수는 지난해 1천221건으로 전년도 1천464건보다 200여 건 줄었다.

이렇다 보니 조사기관 간 과당 경쟁과 그에 따른 덤핑 수주가 잇따르는가 하면, 건설경기 침체 여파로 전체적으로 발굴이 줄어들면서 임금을 삭감하거나 아예 조사기관을 합병하는 사태도 일어나고 있다.

부산지역 A 연구원 관계자는 "지난해는 2010년보다 더 어려웠다"면서 "올해 역시 어렵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라 전망했다. B 연구원 관계자는 "정부가 조사기관을 너무 많이 허가해주다 보니 과당경쟁에 의해 덤핑 입찰까지 일어나고 있다. 발굴 조사 비용을 낮춰 입찰하는 제 살 뜯어먹기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조사기관은 임금 삭감을 통해 이 상황을 헤쳐나갈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홍보식 부산박물관 발굴팀장도 "경남 지역 한 연구원은 5~6개월 전부터 직원들이 일거리가 없다 보니 돌아가며 휴직한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말했다.

일부이긴 하나 인수 합병도 발생하고 있다. 수중문화재 전문조사기관인 (재)영해문화재연구원은 최근 육상문화재 전문조사기관인 태산문화유산연구원을 인수 합병한 바 있다.

더 큰 문제는 일감의 급감은 필연적으로 과당 경쟁과 덤핑 수주로 이어지며, 이는 결국 부실 발굴조사를 부른다는 점이다.

정징원 부산대 고고학과 명예 교수는 "조사기관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기다 보니 물량이 적고 경쟁은 심해지면서 조사기관들이 살기 위해 전국 각지로 나가 조사를 하고 있다"며 "이는 그 지역에서 전혀 발굴 경험이 없는 업체에 낙찰되는 상황도 발생해 또 다른 문화재 발굴 조사의 부실을 낳고 있는 형편"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따라서 "정부 차원에서 조사기관의 수를 한정하는 등의 보완과 개선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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