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일시론] 인접국과의 FTA도 적극 추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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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기식 동아대 동북아국제대학원 교수·국제학

'만일 국가주권을 기반으로 국가를 재건한다면 이 땅에 평화는 영원히 없을 것이다.'

이는 1940년대 2차 세계대전의 폐허를 딛고 유럽을 재건하려 했던 유럽통합의 아버지 장 모네의 이상이었다. 전후 유럽은 더 이상 자신들이 세계무대의 주역이 아님을 깨닫고 미국과 소련이라는 슈퍼 파워에 대적할 수 있는 전략적 협력에 가치를 두게 되었던 것이다. 갈등과 반목보다는 협력을 통해 잘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이들의 이상은 오늘날 27개 국가 연합 그리고 17개 국가 단일 통화권 형성의 기저가 되었다.

유럽 통합, 동아시아에 시사점 많아

유럽의 통합과정을 보면서 동아시아 지역에서도 일찍이 지역 협력이 태동하였더라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1909년 10월 26일 중국의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안중근 의사는 옥중에서 동양평화론을 집필하였다. 당시 안 의사에 대한 즉각적 형 집행으로 책은 서문을 완성하는데 그쳤으나, 국제평화군을 통한 안보 체제 구축에서부터 동북아 개발은행 그리고 공동 화폐에 이르기까지 백 년 전 구상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의 내용이 담겨 있다.

한국은 지난해 유럽연합(EU)과의 FTA를 발효하였고, 미국과의 FTA를 비준하며 국제통상의 중심 국가로 거듭났다. 현재 가장 활발한 교역 중심 지역인 아시아와 유럽 및 북미를 연결하는 허브의 위치가 된 것이다. 이로 인해 주변 국가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일본은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하기로 하여 한국의 활발한 FTA 체결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노력을 정진 중이다. 중국 또한 구동존이(求同存異) 논리를 제안하며 올해에는 반드시 한·중 FTA를 체결하려는 통상 정책을 펴고 있다. 구동존이란 공통점을 구하되 차이점은 그대로 둔다는 뜻으로 최근 중국의 외교 전략의 근간이다.

이와 같은 주변 국가들의 적극적 행보에 한국은 올해 다시금 쉽지 않은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특히 한·중 FTA는 이전 거대경제권과의 FTA 체결과는 또 다른 차원의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원거리 지역과의 FTA의 경우 개방 정도와 포괄 범위가 넓다 하더라도 제도의 철폐만으로 상쇄할 수 없는 장벽이 존재한다. 상이한 문화, 사회 관습, 계절 등이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이 될 수 있으며, 또한 제조업 생산 단지의 이동 및 노동력 이동이 급속히 진전될 것에 대한 염려 또한 적다. 그러나 한·중 간 관계는 인접 지역이며 제조업 분야에서의 경쟁 관계, 지속되는 노동력 유입 등 또 다른 차원의 문제점을 배출하게 된다. 또한 중국은 우리의 먹거리 대부분을 대체할 수 있는 농업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그렇지 않아도 개방에 의해 어려움에 처한 국내 농·축산업에 큰 타격이 예측된다. 게다가 중국은 지적재산권, 정부조달 등 선진적 영역의 협정에는 소극적이며 아직도 외국인기업에 대한 차별을 유지하고 있어 실제 정부 간 협정이 개시된다 하더라도 난항을 거듭할 것이라 판단된다.

한·중 FTA, 역내 긴장완화에도 도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에는 한·중 FTA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세계 각국이 지역 공조를 통해 단일 국가의 한계를 극복하고 경쟁에 대응하는 데 비해 동북아 지역은 각각의 개별 국가들이 홀로 선전해 왔다. 그러나 시장을 개방하며 통합된 시장의 발전을 고려하지 않으면 반드시 한쪽 국가의 득만 쌓이는 블랙홀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에 역내국과의 FTA는 시장 개방뿐 아니라 지역 협력 진전에도 도움이 됨을 상기하며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새롭게 지역 협력의 체제를 구축함에 있어 한국이 그 기초를 구성하는 국가가 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중국 또한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여 개방 국가로서 십 년의 기간을 보냈다. 한·중 FTA가 동북아 지역협력의 첫 걸음이 되기 위해서는 중국의 성숙한 협상 자세 역시 필수적이다.

더불어 한·중 간 경제협력 진전은 역내 존재하는 여러 긴장 관계 완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예를 들어 북한에 대한 중국의 일방적 편들기 혹은 탈북자에 대한 인도주의적 처우 문제 또한 FTA와 함께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 할 수 있다.

이웃국가와의 협력을 통해 잘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유럽의 경험을 교훈삼아 한국이 진정한 의미의 국제 통상 중심국으로 거듭날 한 해가 될 것이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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