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개발 기로에 선 금정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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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진산 금정산이 다시 난개발의 기로에 섰다. 13일 부산 금정산 산성고개에서 남문 방향 등산로 인근의 현상변경된 사유지에 벌목된 나무가 쌓여 있고 부지 정리를 하던 굴삭기가 서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문화재와 산림이 가득한 금정산성이 다시 난개발의 기로에 섰다.

15일 오후 부산 금정구 금성동 금정산성 산성고개에서 남문 방향으로 800m 정도 떨어진 등산로.

등산로를 따라 성곽 쪽으로 울창한 숲이 이어지다 갑자기 휑하니 빈 땅이 나타났다. 지주 A 씨가 밭을 조성하겠다고 나무를 베어낸 후 땅을 고르고 있는 곳이다.

산성고개 남문 방향 등산로 인근 사유지
문화재청 현상변경 첫 허가, 벌목 진행
무더기 신청 산림 훼손·상업적 악용 우려


1천385㎡ 넓이의 땅 한가운데에는 굴삭기 한 대가 작업을 멈춘 채 서 있었다. 베어 낸 나무뿌리와 돌을 제거하기 위해 동원된 것이다.

금정산성 성곽으로부터 불과 180m 정도 떨어져 있으며 등산로와 바로 연결된 이 땅은 문화재 보존 1구역에 속한다. 문화재의 보존과 관리를 위한 시설물에 한해서만 현상변경이 허용되는 제한구역이다. 금정구청은 등산객들의 신고를 받고 A씨의 벌목을 불허했다.

A씨는 이에 굴복하지 않고 지난해 말부터 이곳에 과실수와 고추 등을 심겠다며 문화재청에 현상변경 허가 신청을 했다. 문화재청은 최근 A 씨의 요청대로 현상변경을 허가해 주었다. 구청이 경관 훼손 및 인근 사유지의 난개발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며 반대했지만 묵살됐다. 토지 지목이 농사용인 '답(畓)'이기 때문에 형질변경 없이 지목에 맞게 농지로 조성하겠다는 것을 막는 것은 과도한 행정행위라는 것이 문화재청의 입장이다.

이로 인해 A씨의 땅에서 소나무를 제외한 잡목 270여 그루가 벌목됐다.

문화재청의 이 같은 입장으로 인해 사적 제215호 국가지정 문화재인 금정산성 일대가 훼손 위기에 놓였다. 현재 금정산성 문화재구역 내 토지 132필지 81만 8천177㎡ 중 사유지는 무려 60만 2천238㎡에 달한다. 비율로는 73%이다. 너도나도 A 씨처럼 농지로 개발하겠다면 막을 길이 없게 된다. 문화재 반경 200m 이내 거리에 있는 보존 1구역이라도 땅 주인이 사유지임을 내세워 농사를 짓겠다며 현상변경 허가 신청을 하면 막을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무더기로 신청을 해올 경우 울창한 산림이 훼손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자칫 향후 상업용 목적으로 악용될 소지도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금정산성 일대의 현상변경 허용기준이 마련된 것은 2010년 말이다. 이때부터 문화재청을 통해 현상변경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산성마을 일대에서 실제로 신청이 이뤄지고 허가가 난 경우는 A 씨의 땅이 처음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A 씨의 땅이 비록 국가 문화재인 산성으로부터 200m 이내의 보존 1구역에 있지만 시설물 설치 없이 당초 지목에 맞게 농사용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추가 신청이 들어오더라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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