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2012 부산민심 현장을 가다] 3. 심상찮은 야당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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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물급 야권 인사 출사표에 '낙동강 벨트' 표심 술렁

낙동강 주변 서부산권 지역에서 부는 야당 바람이 부산전역으로 확산될 기미다. 사진은 민주통합당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오른쪽)과 한나라당 김대식 예비후보 선거사무소가 길 하나를 두고 나란히 위치한 사상광장로. 정종회 기자 jjh@

부산에서 전례없이 야당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진원지는 낙동강 쪽이다. 부산에서 19대 총선의 관심지역으로 떠 오르고 있는 곳은 북-강서(갑, 을), 사상, 사하(갑, 을)의 5개 선거구다. 이른바 '낙동강 벨트'로 불리는 곳이다.

이 지역에서 야당 바람이 부는 것은 민주통합당에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문성근 국민의명령 대표 등 거물급 인사가 출마를 선언하면서다.

이 지역 주민들은 "대통령 후보급 야당 의원 후보가 지역구에 등장함에 따라 어느 날 갑자기 전국에서 가장 관심받는 지역이 됐다"며 기분이 나쁘지 않다는 반응이다. 일부는 "한나라당이 독식하면서 서부산권이 소외되었다. 이참에 대통령 후보를 국회의원으로 뽑아 서부산권의 발전을 앞당기자"며 지역주민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북·강서·사상·사하 전국적 관심지 떠올라
"일당 독식 염증 … 혼란스럽다" 이야기꽃
"낙후된 지역발전 이끌 사람 선택할 것" 다수


■"아직은 관망 중" "이번에는 바꿔야"

11일 오후 부산 사상구 서부시외버스터미널 앞 사상광장로.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위치한 한나라당 김대식 예비후보 선거사무소와 문재인 이사장 선거사무소에 내걸린 대형 현수막은 사상지역이 총선 최대 격전지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 했다. 터미널 인근 상인들도 예비후보자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총선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드러냈다.

꽃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준영(57·사상구 괘법동) 씨는 "많은 상인들이 현 상황을 관망하면서도 문 이사장이라는 거물급이 내려와서 그런지 예전처럼 대놓고 한나라당을 찍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훨씬 줄었다"고 했다. 또 "그동안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당선된 이후 주민들이 변화를 피부로 느끼지 못해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 아니겠냐"는 분석을 덧붙였다.

미용사 최세영(48·여·사상구 괘법동) 씨는 "문 이사장이 워낙 유명하지만 아직까지는 한나라당 지지자가 어느 정도 있기 때문에 솔직히 이번 총선이 혼란스럽다"면서도 "미용실에 오는 손님마다 이 문제를 두고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고 전했다.

한나라당 1당 독식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20~30대 젊은 유권자들은 변화를 목말라하고 있었다. 개인 사업을 하고 있는 주영옥(36·여·사상구 주례동) 씨는 "부산에서 영세 자영업자들의 카드 수수료 문제나 초등학생 무상급식과 같은 서민 생활과 밀접한 문제는 아직도 답보 상태인데 그동안 부산지역 정치인들은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산대 경영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이혜영(23·여·사상구 덕포동) 씨도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은 출마만 하면 당선된다고 인식해 공약 내용이 부실했고 실천 의지도 떨어진 것 같았다"면서 "마침 사상에 인지도 높은 야당 후보가 나온 이상 경쟁 없는 한나라당 독식 구도는 더 이상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한 게 뭐냐?" "지역 사정 모른다"

부산 북구와 강서구에는 최근 문성근 대표가 '북·강서을' 지역구 출사표를 던지면서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지만 기존 한나라당의 지지 기반도 만만치 않아 이번 선거에서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와중에 대규모 개발로 피해를 본 강서지역 주민들은 이 지역 한나라당 현역 의원에 상당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직장인 김상식(43·강서구 명지동) 씨는 "나라 전체로 봤을 때 강서지역 개발은 불가피한 것이지만 일부 지역은 개발이 지지부진해 주민들의 고통만 커지고 있다"면서 "3선 국회의원도 이 같은 사정을 모를 리 없겠지만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올해 대학에 진학하는 정엄지(19·여·북구 덕천동) 씨는 "주위 친구들은 부산에서 대학 나오면 아예 취업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 기를 쓰고 '인서울'하려고 덤벼든다"며 "현 정권과 집권당의 부패도 문제지만 부산지역에서 경제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을 보면 이번에는 야당에 표를 던지고 싶다"고 털어 놓았다.

하지만 "야당이 부산민심을 이용해 정치적 이익만 추구하는데 그칠 것"이라며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유권자도 있었다. 강초용(60·강서구 대저동) 씨는 "문 대표가 출마해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지만 이 지역 사정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부산에서도 야당 의원이 당선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지역을 잘 모르는 인사가 당선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과 문성근, 양 문 씨의 '사상' '북·강서을' 출마는 낙동강 끝자락인 사하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사하을' 지역에는 부산에서 유일한 야당 국회의원이 버티고 있고 '사하갑'의 여당 국회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해 야당 후보도 해볼만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직장인 유진호(42·사하구 장림동) 씨는 "정당에 관계 없이 선거에 내건 공약을 얼마나 지켰는지가 국회의원 당락에 더 중요한 요소"라며 "야당 출신 후보가 다시 한 번 국회의원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하단동에서 야채가게를 운영하는 조상남(47) 씨는 "누가 되든지 지역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이 당선돼야 한다"면서 "사하구를 잘 알고 발전시킬 수 있는 이에게 표를 던질 것"이라고 밝혀 정치권이 여야를 떠나 바람보다 인물에 더 신중을 기해주길 주문했다.

황석하·김한수 기자 hsh03@busan.com

시리즈 순서 

1. 소통이 대세다 
2. 공천 물갈이 여론 
3. 심상찮은 야당 바람
4. 박근혜 대세론 통할까 
5. 안철수 부산사람 맞제 
6. 문재인 대통령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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