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중독자의 고백' 상처 입을까 두려워 다른 여자처럼 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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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중독자의 고백' 조이앤컨텐츠그룹 제공

지적인 미모가 돋보이는 젊은 여자가 말한다. "언젠가 또 상처를 입을까 두려워요. 그냥 다른 여자들처럼 살고 싶어요."

그러자 그녀의 할머니는 차분히 조언을 곁들인다. "섹스 중독이란 남자들이 붙여놓은 굴레지. 그 룰을 깨면 죄악시하게 만들고 말이다."

스페인의 떠오르는 여성 감독 크리스티안 몰리나의 'S 중독자의 고백'은 성(sex)에 중독된 여성의 이야기를 대담하고 솔직하게 그린 작품이다. 한 여성이 성적인 방황을 거쳐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일종의 성장영화라고도 할 수 있다.

영화는 발레리(베렌 파브라)가 성적 충동에 시달리는 일상으로 막을 올린다. 학창시절 첫 경험을 한 그녀는 성의 세계에 예민하게 눈을 뜨고, 이후 많은 남자를 만나며 성을 탐닉한다. 정신적인 사랑보다 육체적 관계를 더 중요하게 여기며 제대로 된 연애를 하지 못한다. 몸이 뜨겁게 반응한 남자마저 곁을 떠나버리자 외로움을 느낀다. 설상가상으로 다니던 회사에서 정리해고 당하고 유일한 혈육으로 의지했던 할머니마저 세상을 떠나자, 고독감에 시달리며 방황한다.

얼마 뒤 마음을 추스른 발레리는 다시 직장을 구하기 위해 면접을 보러 다니던 중 한 회사의 사장인 하이메(레오나르도 스바라글리아)에게서 묘한 감정을 느낀다. 하이메와 동거를 시작한 발레리는 숨겨져 있던 그의 난폭함과 광기를 보게 되고 헤어진 뒤 정신적인 충격으로 자살까지 시도한다.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게 뭔지 고민하며 방황하던 발레리는 급기야 사창가에 뛰어드는데….

노골적이고 적나라한 제목으로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됐던 이 작품은 여자들에게 있어 '사랑이란 또 하나의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 작품은 노출연기가 대담하고 충격적이다. 주연을 맡은 스페인의 연기파 배우 베렌 파브라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강렬한 러브신을 당당하게 스크린에 옮긴다. 할머니 역을 맡은 제랄딘 채플린은 찰리 채플린의 딸이다. 육체의 향연이 가득하지만, 성적인 욕구를 주체하지 못하는 주인공의 특성은 현실의 여성에게 공감을 얻기는 버거워 보인다. 29일 개봉.

김호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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