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현장 되짚어 보기] 새로운 담론 제시한 작품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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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지역미술계 결산

송성진의 '타워 앤 팰리스(Tower & Palace)-다름을 짓다'전. 부산일보 DB

부산 미술계는 올해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상업 화랑가 쪽은 더더욱 그랬다. 전반적으로 미술 경기가 좋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런 와중에도 좋은 전시는 빛났고 관객들의 반응도 좋았다. 몇몇 작가는 다른 지역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지난 6월 갤러리 폼에서 전시했던 박진성의 '아저씨'(AJUSSI) 조각전이 대표적이다. 섬유강화플라스틱(FRP) 소재로 아저씨의 애틋한 표정을 담아낸 작품은 40~50대 중년 아저씨들은 물론이고 아줌마까지 울게 만들었다. 그의 작품은 지난 9월 광주 아트페어에 나가서도 인기를 끌었다.

박진성 '아저씨' 조각전 심금 울려

젊은 작가 작품 꾸준히 전시
바나나 롱 갤러리 등 소중한 공간

'대안공간 반디' 문 닫아 애석


박진성의 작품으로 아트페어에 참가했던 맥화랑 장영호 대표는 "똑같은 두 사람이 서로 눈물을 흘리며 애틋하게 마주 보는 작품을 가지고 갔어요. 반응이 예상보다 좋았어요. 관람객들이 이 작품 앞에서 발길을 멈추곤 했어요"라고 전했다.

지난 10월 롯데백화점 광복점 롯데갤러리에서 전시했던 송성진과 시민이 합작 형식으로 만든 '타워 앤 팰리스(Tower & Palace)-다름을 짓다' 전이나 지난 5월 갤러리 폼에서 가졌던 나인주의 전시도 호평을 받았다. 미술평론가 강선학은 "두 작가 모두 우리가 발 딛고 살아가는 도시의 문제를 찾아 새롭게 해석한 노력이 돋보였다"고 평했다.

지난 3월 이듬갤러리에서 열린 '디오니소스의 방'은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칭찬받을 만했다. 정형화 된 전시장의 틀을 깨 신선했다.

소울아트스페이스의 정철교 전(9월), 갤러리 604의 필립 파스쿠아 전(7월), 이듬갤러리의 진성훈 전(2월) 등은 모두 인물을 다뤘지만 단순히 개인적 이야기나 흥미 위주로 흐르지 않고 인간의 심리적인 문제를 끄집어낸 수작들로 평가할 만했다.

잊지 말아야 전시공간도 있었다. '작지만 큰 공간' 바나나 롱 갤러리나 갤러리 봄은 여전히 지역 젊은 작가들을 외면하지 않고 그들을 위한 전시를 꾸준히 이어갔다. 갤러리데이트 역시 대중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소외받는 미니멀한 작품을 꾸준히 전시해 지역 미술계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올해 미술계는 여느 해보다 아쉬움도 컸다. 지역의 미술 평론가들은 한목소리로 최근 아트페어가 많아지고 경매시장이 노골화되면서 작가들이 지나치게 너무 팔리는 것에 치중하는 경향이 강했다고 한 해를 평가했다. 미술평론가 옥영식은 "지나치게 감각적이고 표층적인 작품들만 난무하고 있다. 이런 작품들이 전혀 없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지나치게 이쪽으로 기울여져 있기 때문에 문제다. 미술의 본질에 대해 질문하고 새로운 담론을 만드는 작품이 안 보인다"고 안타까워했다.

젊은 세대가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난장 '대안공간 반디'가 운영 문제로 문을 닫은 것도 지역 미술계로서는 슬픔이었다. 부산시나 지자체에서 장기 임대 등 공간확보에 대한 다른 차원의 지원책을 고민해야 한다.

부산미술협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부미아트홀 등 전시공간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활용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높았는데, 올해 역시 부미아트홀 전시는 많이 미흡했다. 전시가 없어 전시공간 자체가 비어 있을 때도 많았다. 한 미술인은 "매력적인 전시공간이 되어야 하는데 이곳에서 전시를 하게 되면 좋은 작품도 되레 누추해져 버린다"며 좀 더 적극적인 공간 개선과 활용을 주문했다.

제2부산시립미술관(가칭)에 대한 지역 미술계의 관심 부족도 아쉽다. 제대로 된 미술관이 되기 위해 시민이나 미술계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살펴보아야 한다. 정달식 기자 dos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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